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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도 잘 알 수 없는 것이 타인의 마음이다. 심지어 스스로의 마음도 잘 알기 어렵다. 삶이 그렇다. 최은영작가가 짧은소설집을 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사유한 흔적들이 그득하다. 애쓰지 않아도 알게되는 것들과 아무리 애써도 잘 알 수 없는 것들이 모여있다. 사실 둘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경우던 , 보통의 인간들의 온도보다 한참 따뜻한 작가의 시선과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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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4편의 아주 짧은 소설과 짧은소설이 모여있다. 알고 있지만 무시하며 지나가는 가족, 사회, 동물, 아동, 친구, 사랑 등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상처와 슬픔, 치유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느 경우는 좀더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에서는 낮고 단단한 소리를 낸다. 나와 우리들이 무시하고 넘어가는 '폭력'에 대한 직시를 요청하는 목소리다. 인상적인 몇 편만 간단히 언급한다.
*우리가 배울 수 없는 것들
같이 생활하는 친한 친구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가지 않는다.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그래도 친아버지인데 말이다.
*호시절
어릴 때 이야기다. 마을에 모여 서로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는 가족들 무리에 우리가족도 있었다. 인정을 누리며 서로를 챙기는 ‘호시절'을 보내던 어느날 어떤 새댁이 이사온다. 새댁을 멀리하는 마을사람들.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전라도'사람이란다.
*손편지
손님의 갑질을 막아주며 당신도 귀한딸이라고 위로하던 그에게 '저는 귀한 자식 아닌데요'라는 건당진 말을 받아쳐버린 나는, 그가 떠난지 한참 뒤에야 그의 사정을 알게 된다. 그가 없어진 후에에 그 '마음'을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무급휴가 :
'어떤 엄마가 자기 자식을 싫어하겠니'라는 말 한마디에 오래된 절친과 절교했다. 세월이 오래지나 다시 만난 두사람은 서로의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아직도 딸을 미워하는 엄마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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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짧은 호흡의 작품에 자신없어했지만, 난 호흡이 짧아 편했다. 깊게 감정의 골짜기로 끌어들이는 그녀의 마력에서 조금은 나를 방어할 수 있었다. 나는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 한다. 스스로도 그럴진데 사람과 사람이 닿는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걸까.' 라며 고민하면서도 선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무심함과 폭력에 할말을 다 한다. 당차고 멋진 작가다.
덧,
특히 '사랑'의 언급이 눈에 남는다. '사랑은 존재 이외의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문장. 날 낳아준 부모라서, 내가 낳은 자식이라서 등 '조건문'이 붙는 사랑의 문장에 동의할 수 없다. 무감하고 폭력적인 많은 사람들이 말 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들이 믿는 '사랑'은 '폭력'의 재료도 쓰이고 있다고 믿는다. 슬프게도 말이다. 🥲
p8 작가의 말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는 이미 충분히 가졌으며 더는 요구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을 본다. 불편하게 하지 말고 민폐 끼치지 말고 예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라는 이들을 본다. 누군가의 불편함이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을 본다. 더 노골적으로, 더 공적인 방식으로 약한 이들을 궁지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인간성의 기준점이 점점 더 내려가는 기분을 느낀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많은 것들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힘을 더해야 한다."
p44" 너도 자라면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니. 그렇게 따로 묻지 않았던 건, 외롭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란 꿈처럼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 공기나 물처럼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
p159" 맞고 자란 애들이 나중에 자기 자식 때린다더라. 그 말은 내가 오래도록 느낀 두려움이었죠.나는 사는 게 무서웠어요."
p220"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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