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들의 흐름' 시리즈의 4번째 구매 책이다. 아무리 봐도 '시간의 흐름' 출판사는 책을 참 잘 만든다. 다른 책들과 다른 감각을 전달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엔 폰트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작가가 글을 참 부드럽게 쓰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읽다보니 글을 담는 폰트가 새초롬하니 부드럽다. 세련되었지만 잘난척은 최대한 숨기고픈 착한 욕망, 책을 기획한 출판사나 이 책을 쓴 작가나, 모두에게서 느끼는 감정이다. ☺️
📗
담담한 일기를 읽는 기분이다. 얼마전에 #아니에르노 의 #탐닉 이라는 하드코어 일기를 읽은 기억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담담하다고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작가는 그리 부유하지 않았던 짧은 옛날이야기와 제목에 복무하고자 하는 느낌을 주는 '연애와 농담'에 대한 일반론을 언급하고는 빠르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넘어온다. 학교의 선생님이라는 직업인으로 사회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며 가지게 되는 생각의 편린들과 락기타를 애정하는 음악애호인으로써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
제목과 내용은 약간 다른 자세로 서 있다. '농담'을 내세웠지만 작가는 '말'에 집중한다. '그림자'를 앞에 두고 있지만 그는 그림자를 만드는 내 '삶'에 주목한다. 먼저 '말'을 보자. 입 밖으로 내 놓은 말이 탐탁찮다. 세상에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해지는' 의미들을 애정한다. 존중한다. 다만 소음을 견디며 그 안의 의미를 찾는 지난한 작업이 삶에 있어 더 적극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의 말들은 '삶'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용인하면서 그 모습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시선을 바라본다고 한다. '일상의 숭고'미를 찾기도 하고 타자와의 관계에서 의도된 '위악'을 부리기도 한다. 처음엔 그가 현실을 용인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여하는것에는 '관심없음'으로 판단했다. 그 증거로 책 후반부에 자신이 관심있어하는 '음악'에 대한 열의 넘치는 문장들은 앞단의 나레이션 같은 문장들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
그래서, 세상에 대해 소리내 '말'하고 싶어하지 않은 줄 오해했다.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샌님인줄로만 알았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관련한 작가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작가는 자신이 몸이 아파 응급실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몸에 대해 사유을 이 땅에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의 몸에 대한 사유로 치환한다. 그가 말한 '몸의 생경함'은 나만큼 아픈 타자, 특히 약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는 한해 2000명이 기계에 끼이거나 추락해서 '사망'하고 있다. 조용한 사람이 힘주어 말할때 우리는 더 울림을 받는다.
작가는 욕망에 따라 선택한 결과물의 모음의 지금의 내 삶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한 '그림자'들의 모양을 나름 솔직하게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잘쓰는 문장, 잘 읽었다. 아. 그리고 아래 인용도 해 놓았지만, 그의 '농담'론은 100% 동감한다. 나도 농담을 무척좋아한다. 다만 '멀어지게 만드는 의도적인 농담'은 지양하는 편이다. 😁
덧,
며칠 쉬었다고 기분이 좀 이상하다. 뭐 이것도 금새 적응될 것 같다. 책은 꾸준히 읽고 있다. 쟁겨놨던 책들중에 조금 두터워서 미뤄두었던 책들에 손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피드의 양은 줄지 싶다. 그래도 피드쓰는시간이 줄어드니 여유로운 기분이다. 덕분에 인친님들 글도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 😊 이건 좋은 효과다.
p29" 농담은 서로를 가깝게 만들기도,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농담의 본질은 거리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상황 사이의 거리. 각자가 가진 마음의 모서리에 서로 긁히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또는 조금 더 윤활한 관계가 이루어지도록 서로를 매끄럽게 매만지는 거리. 물론 그 거리는 장난 또 실없음으로 치부되는 농담의 가벼운 속성으로부터 기인한다.
"
p128" 나에게 결여된 것. 결핍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없는 것, 내 안에 비어 있는 공간을 끊임없이 채우고자 욕망하는 것이 인간이며, 욕망은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
#농담과그림자 #말들의흐름 #김민영 #시간의흐름 #한국에세이 #에세이 #수필집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글 #책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0) | 2022.06.23 |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0) | 2022.06.23 |
자본론공부 (0) | 2022.06.18 |
탐닉 (0) | 2022.06.17 |
평범한인생 (0) | 2022.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