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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음악 #이제니 #시간의흐름 #말들의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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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 자신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슬픔을 발견하는 것p19’는 시인의 의견에 동감한다. 난 거대한 것의 대한 찬양시를 믿지 않는다. 시는 사회적인 주제의식을 가진다 해도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이며 사변화할 수 없는 감각의 맨 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인 이제니는 첫 산문집 서두를 그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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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임종이야기는 치트키다. 앞부분 이미 감정의 울렁임을 잔득 던져 준 후에 이어지는 새벽과 음악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한걸음 (조금 더 과하다 할 수도 있을...) 농밀한 단어의 조탁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게 한다. 마음 가운데 이미 들어와 흐르는 음악에게 ‘과잉’과 ‘초과’는 ‘안정’과 ‘사유’의 맛을 살려주는 좋은 서포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짐자무쉬 의 #패터슨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 문장을 온 몸에 힘을 빼고 흘려보낼 수 있는 작가가 시인이라면 영화속, 본인은 부정했지만 패터슨시(city)의 운전기사 패터슨은 이미 시인이었다는 말도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좋아하는 영화가 ‘패터슨’이다. 이제니의 눈에 걸린 ‘패터슨’과 내 기억에 남아있는 ‘패터슨’은 같지만 다르다. 작품과 개별독자와의 관계와 같다. #천국보다낯선 에서 시작된 ‘짐자무쉬’는 영상으로 언제나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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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대로 글, 시는 ‘인위적인 착란 p26’ 속에서 쓰여진다.
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 쓰려는 사람의 밑바닥까지 드려내 보여주어야 한다p53’ 의견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상대적으로 맑은 영혼의 그녀에게 가능할지 모르나, 혼탁한 탁류 속의 삶을 내려 보내는 누군가(꼭 나와 같은)에겐 ‘ 인간의 저 어두운 바닥까지 내려가서 써야 한다는 것’은 무섭고 너무 서글픈 일이다. 그저 적당한 착란안에 방어막을 다 치우지 못한 글을 쓰는 신세가 누군가(꼭 나같은)들의 글이다. 작가가 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찮은 무언가를 쓸때에도 작가를 통해 전해들은 #뒤라스 의 ‘자기 자신보다 더 강해져야만 한다’는 충고는 잊지 않도록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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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시 자체에 삶의 무게를 두는 시인. 그래도 ‘ 조금 덜 아픈 것이 조금 더 아픈것을 돌본다는 것, 조금 더 아픈 것이 조금 덜 아픈 것을 살게 한다는 p134’ 삶의 (선량한 ) 본능에 대해선 목적없이 움직인다.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기본적인 것은 그대로 둔다 생각하는건 아닐지 모르겠다.
다만 ‘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불가능한 시도 자체로 글쓰기의 진정성p151’을 찾는 삶의 태도를 굳건히 견지한다. 한 편의 시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없듯이 개별적인 시인 그 자체는 그들의 모듬(시어,리듬,묘사되기 어렵지만 묘사 된것 등) 자체로 온전히 느껴야한다. 전작 시집들은 재기발랄한 제목들 때문이였는지 왠지 무심했었다. 첫 산문을 깊게 즐겼으니 그녀의 시의 세계에도 찬찬히 들어가 봐야겠다. 짧은 책에서 공명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더 짧은 시들에게서 무엇을 찾아 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 한줄 감상 : ‘언어와 언어 사이의 간극 안에 더 깊은 진실’ 있다고 믿는 작가의 깊이 감상적이며 조용히 격정적이고 처연하지만 화려한 기교를 숨길 수 없었던 외로운 독주회 같은 책.
덧, 하나
좋은 음악 플레이 리스트를 얻었다. 불면의 밤을 보낼 때, 가끔 벌어지는 끝간데 없는 감정의 내려앉음에 함께할 친구들을 얻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강아솔 의 글과 리듬이 특히 좋다.
덧, 둘
사람에게서 동물의 모습이 겹쳐보이면 연민의 시작이라는 말을 읽고 잠시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해 봤다. 왜 내 주변엔 강아지, 고양이 같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은 드물고 늑대, 곰탱이, 승냥이 들만 떠오르는지... 내가 잘 못 산건지, 읽은 문장에 대해 살짝 투덜거려봤다. 😅
p15 “ 매 순간 모양을 바꾸는 (입원실의) 사각의 면과 색이야말로 내가 오래도록 꿈꾸어왔던 실현 불가능한 문장의 한 형태가 아닐까 생각을 했고, 모든 문장은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뒤는은 후회처럼 곱씹었고, “
p20 “ 쓴다는 것은 선행된 것에 비하면 늘 뒤늦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늘 쓰려는 그것을 망치는 일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시의 몸을 입은 언어가…. 한없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추론의 언어로 다시 움직여가기를. “
p52 “ (패터슨) 저 깊은 마음의 눈으로, 늘 삶의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보고 듣고 생각하고 발견하고 연결하고 다시 낯설게 보면서 세계를 확장시켜나가기 때문이다. “
p61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은 언제나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를 우리는 바로 그 곡,… 이 곡들은 우선 그 자체로 하나의 울음인데 절대로 자신은 울지 않으면서 울고 있다. “
p92 “ 인생은 짧은 것.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은 더욱 짧은 것. 그러니 타인의 옷을 입고 타인의 꿈을 꾸고 타인의 인정을 구하려고 애쓰는 대신 제 존재의 타고난 빛을 누리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
p125 “ 언어가 무너져 내리는 바로 그곳에서, 언어를 초과하는 그 무엇 앞에서, 어떤 문장이 행위한다. “
p127 “ 보이지 않는 말의 흔적을 쌓아나가는 일. 자신의 문장을 끝없이 끝없이 부정하면서 끝없이 끝없이 문장 뒤로 사라지는 일, 문장으로 살아가는 일. “
p148 “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된 글쓰기는 마지의 문장에 대한 더 큰 허기로 나아갔다…. 마주 보게 될 어둠의 순간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천천히 걸어가던 그 길들…. 그것은 내가 언어를 대하는 감각과 닮아 있다. “
p167 “ 시는 언제나 바로 곁에 있었지만 결정적인 상황을 겪은 뒤에야 혹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사건을 마주했을 때에야 비로소 불현듯 뒤늦게 찾아드는 무엇이라 여겨집니다. “
p193 “ 리듬은 사유 그 자체를 드러내는 운동이다. “
p214 “ 내게는 슬픔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하나 있지만,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이란 내 주위의 사물이나 사람들을 될 수 있는 한 최대로 집중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들을 응시하는 것. “
p239 “ (시이나 료스케) 말이 표현하는 힘이 사라진 곳, 바로 거기에서 음악이 시작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위해 음악을 만들죠. 그림자에서 나온 듯한 낌새가 있는, 그것이 있던 곳으로 순식간에 돌아가는 그런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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