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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 철학

기시군 2025. 4. 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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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의철학 #지바마샤야 #베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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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서이자 예술론이다. 철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저자의 전작 #현대사상입문 을 유용하게 읽었기에 별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센스와 철학을 연결시킨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다. 결론은 예술을 즐기는 자세와 태도, 중심점에 대한 하나의 의견이었다. 한번 숙고해 볼만한 주제이자, 어쩌면 나의 예술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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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표는 명확해했다. 미술, 음악, 문학 등 좁은 의미의 예술뿐 아니라 예술을 ‘생활’과 연결시키기 위한 시도다.

센스는 분석의 반대에 서 있다한다. 단번에,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다가오는 것. 그것을 센스로 정의한다. 센스에는 합리성이나 가치판단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센스는 한꺼번에 다가오는 판단이다. 예술의 창조들은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 안에서 ‘선택’ 된 무엇을 만들어낸다. 소비자인 우리는 그 선택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으로 예술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 예술의 창조자들은 선택된 그것들을 ‘어긋나게’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어긋남에서 매력을 발견한다.(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센스는 예술을 리듬으로 파악한다. 그 리듬의 배치가 좋다면 센스가 좋은 것이란다.

리듬의 배치는 또 뭘까. 사물의 배열과 대비, 그것에 대한 느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생성의 변화, 즉 존재 대 부재의 명멸이 숨어있다고 한다. 조금 쉬운 설명을 빌려오면 ‘두근두근 울렁울렁’ 대립의 재미와 오르락 내리락거리는 굴곡의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 좋은 배치라는 것이다. 미술의 예를  들면 구상화가 아닌 추상화를 떠올려야 한다. 선과 색의 배치, 방향성, 볼륨감 등 예측할  수 없는 리듬감을 즐기라 한다.

있다가 없어지는, 또는 없다가 생겨남에 아이가 놀라는 ‘까꿍놀이’에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의식이 숨어있단다. 존재와 부존재의 자극. 한편으론 서스펜스(영단어의 뜻으론 허공에 매달리는 것으로 해석해된단다.)가 존재한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즐기는 과정, 위태로움, 지연이나 목적한 바를 잊고 그 자체를 즐기는 태도가 서스펜스를 부른다한다. 결국, 센스는 (고전적인) 사물의 의미나 목적에 방점이 있는게 아니라 그저 다양한 요소의 굴곡, 리듬으로 즐김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사실, 아비투스적 문화자본으로 자연스레 몸에 익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화자본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계급의 일반인들에게 철학자는 위와 같은 태도, 연습으로 센스있게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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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양자역학’을 생각했다. 파동이자 입자인 원자을 떠올렸다. 비트로 존재하는 대립의 예술적 감각. 생성변화의 파도 즉, 파동의 거리에서 만들어지는 감각들. 사건, 시퀀스의 단절이 불러일으키는 불안이 한편에선 예술적 감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다 일어나는 ‘기대의 배반’은 허탈한 웃음은 물론 놀람과 감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저자는 이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선 ‘예측오차에 대한 내성’이 있어야 한다 말한다. 메타인지가 가능한 사람일수록 즐길 수 있는 예술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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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의 일본의 철학자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크고 깊은 것을 물리친다.p103’는 예술론을 설파한다. 왠지 어울린다. ‘쓸데없는 말’을 풍족하게 전개하는 연습을 통해 나도 예술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위안을 얻기도 했다. ☺️ 아직 숭고미와 작가의 의도가 더 궁금한 클래식한(구식) 인간으로서 지적자극을 받았고, 그 실천을 조심스레 결심했다.

✍ 한줄감상 : 고민하기보다 행동하는 것이 ‘의미에서 리듬으로’ 예술의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경외를 피해 일상에서 예술을 대하라는 ‘격려’을 담은 책이다. 

덧, 하나
AI가 생산한 작품도 어느정도 예술로 인정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1920년대 다다이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 등을 생각하면 그 당시 예술은 사람에 의한 AI작법이 아니었나는 반문이다. 물론 AI에게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충동’이라는 것이 AI와 인간을 가른다는 말로 마무리 짓고 있지만, ‘충동’의 범위의 역할 등에 고민은 더 필요할 듯 보인다. 

덧, 둘
한국판 책 표지는 그렇게 센스있게 만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

덧, 셋
얼마전에  다녀온 한국 아방가르드의 전설 '하종현' 전시회에서 몇장 찍어놓은 사진을 다시 찾아봤다. 나에겐 하종현의 작품들은 (몇번의 스타일 변신은 있었지만,) 질료들의 해체와 재조립를 통해 인간과 그  행위인 노동에게 다가가려는 다양한 시도로 읽혔다. 하지만 책의 저자의 관점에선 질료자체에 집중하여 그 표현의 리듬감을 그대로 직관적으로 느끼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전시회에  갈 일이 있으면 이 조언을 따라보려한다.  

p18 “ 첫 번째 정의 : 센스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

p36 “ 센스는 ‘직관적으로 아는’ 것으로 다양한 사안에 걸친 종합적인 판단력이다. 직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력, 그리고 감각과 사고를 연결하는 것과 같다. “ 

p45 “ 모델의 재현을 그만두는 것이 센스의 자각이다. “

p47 “ 학습이란 모델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망각하고 생략하고 과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 

p53 “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나열된’ 것, 그 ‘나열된’ 것이 리듬이다. 

p95 “ 예술작품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것, 즉 ‘자기 목적적’인 것이 예술작품이며, ‘서스펜스를 지연시키는 것이 곧 작품의 볼륨이다. “. 

p98 “ 센스: 사물을 리듬으로, ‘탈의미적’으로 즐길 수 있다. “ 

p109 “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그저 말로 표현해보자. 그것이 예술 제작의 시작이다. 문가를 보고, 듣고, 먹는 경험이 말의 리듬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제 그것은 문학이 된다. “ 

p123 “ 센스란 희로애락을 중심으로 하는 대략적인 감동을 절반으로 줄이고, 다양한 부분의 재미에 주목하는 구조적인 감동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p168 “ 리듬이 재미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본적으로는 반복하는 게 있고 차이 나는 게 있다는 것이다. “ 

p169 “ 숭고함이란 스케일이 크거나 위력을 느끼게 하는 것을 부르는 개념이다. “ 

p180 “ 인생을 살아가는 단계에서 완전하지 않은 기술과 우연성이 합쳐져서 생기는 것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는다. “ 

p184 “ 예술에 관여하는 것은 애초에 쓸데없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이다. 혹은 예술작품이란 말하자면 ‘시간의 결정체’다. “ 

p204 “ 작품이란 ‘문제’의 변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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