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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 , 낯선 여인의 편지

기시군 2025. 4. 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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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이야기 #낯선여인의편지 #슈테판츠바이크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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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전기나 소설을 읽고 실망한 적이 있나 싶다.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 문동북클럽에서 고른 책이다. 두 편의 중편이 실려있며 두 편 모두 ‘읽는 재미’의 본질을 느끼게 해 준 작품들이다. 몰아 읽기보다는 이렇게 아껴두며 한 권씩 골라 읽어야 할 작가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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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이야기
장거리 여객선에 체스 세계챔피온 첸토비치가 타고 있다. 나’와 승객들은 그와의 체스를 두고 싶고, 돈(조금은 많은)만 준다면 체스를 둔다는 거만한 챔피언의 성격 덕에 대결은 쉽게 성사된다. 첫판의 일방적인 패배에서 좌절하던 우리는 두 번째 판, 위기에 순간에 기적 같은 코치로 승부를 무승부로 만들어준 신사 B를 만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만든 장본인이 직접 챔피언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B를 설득하기 위해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며 ‘특별한 경험’을 한 B의 이야기를 듣는다.  

*낯선여인의 편지
잘생기고 친절한 유명소설가 R는 아주 두꺼운 편지를 받는다. 알지 못하는 여자로부터의 편지다. 첫 줄의 문장 ‘ 제 아이가 어제 죽었습니다. ‘로 시작하는 문장은 오랜 세월 소설가을 사랑했던 한 여성의 절절하고 긴 사연이 담겨있다. 13살 빼빼마른 소녀는 이웃집에 사는 매혹적인 25살 청년에 한눈에 반한다. 어떻게든 그의 곁에 머물고 싶은 그녀에게 큰 사건이 벌어진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사를 해야할 상황이 된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그녀의 사랑이 끝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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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체스이야기를 읽으며, 처음에는 넷플에 올라와 있는 #퀸스갬빗 을 생각했다. 체스 천재의 놀라운 이야기 정도.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풀려가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B의 과거에서 시작된다. 히틀러정권 하에서 장기강금을 당하며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던 시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의 상태에서 소멸의 고통에 죽어가는 B는 체스를 통해 ‘무의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듯했으나, 아직 그는 괜찮지 않은 상태였다. 배에서의 체스 대결은 B에게 회복에 대한 희망을 거는 시험대였던 것이다. 

두번째 작품 ‘낯선 여인의 편지’는 무척이나 진부한 이야기로 읽힌다. 한 남자에게는 스쳐가는 한 번의 모험담이 어떤 여자에게는 삶 전체의 무게로 다가오는 사랑이라는 이야기라는 플롯은 도식적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며 이야기에 몰입하며 읽게 된다. 정교한 심리묘사와 적절할 플롯들, 특히 이런 밀도감은 츠바이크의 중편들에 많이 나타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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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에 대한 두가지 이야기였다. 첫 번째 체스는 B에게 구원의 의미로 ‘매혹’의 대상이었고, 두 번째 낯선 여인에게 소설가 R은 인생을 관통하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매혹’의 대상이 된다. 소설은 그 ‘매혹’들을 더욱 ‘매혹’스럽게 만들어 낸다. 체스이야기 안에 녹여있는 시대에 대한 반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차세개 대전 전후의 유럽의 그림자를 그려내며, ‘편지’는 장인의 손길을 탄 신파는 인간내면의 ‘감정’을 마음껏 주무르는 예술이 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 한줄감상 : 얇고 잘 읽히고 재미있는 고전 명작. 😅 소설의 배경까지 따라가 본다면 더할 나위 없다. 

덧,
체스이야기는 오래 전 출판사 버젼으로 읽었다는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줄거리 등 상세한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음으로 다시 읽었다. 본의 아닌 재독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

p46 “ 생각 자체는, 사실 생각이 그렇게 실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생각은 맴돌며 무의미하게 자전하기 시작하거든요. 생각도 무를 견디지 못합니다. “

p54 “ …. 생각들을 읽고 추적하고 뇌로 접수할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황홀하고 마비되는 느낌이었지요. “ 

p65 “ 게임의 즐거움이 게임의 욕망이 되었고, 게임의 욕망이 다시 게임의 강박과 광기와 광적인 분노가 되어 깨어 있는 시간뿐 아니라 점차 잠자는 시간까지 파고들었습니다. “ 

p75 “ 진정한 딜레탕트! 이 말이 지닌 가장 아름다운 의미인 유희, 즉 게임에서 오직 유희적인 기쁨만을 느끼는 딜레탕트로서 그는 몸을 아주 편안하게 했다. “ 

p91 “ 저를 알지 못한다 해도 제가 항상 사랑했던 당신만을 알고 있습니다. “ 

p93 “ 우리는 마치 소시민의 궁핍 속에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상당히 조용하게 살았지요. “ 

p97 “ 당신은 어딘지 모르게 양면적인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열정적이고 경쾌하며, 유희와 모험에 몰입하는 젊은이인 동시에 예술에 대해서는 엄격할 정도로 

p99 “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을 느낀 그 순간부터 당신에게 빠져버렸습니다. “ 

p132 “ 그 조산서설의 분만실에서 끔찍한 가난을 맛보았던 그때, 이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은 항상 짓밟히고 천대받으며 희생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p141 “ 전 애무의 순간에 당신만큼 몰입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내면 가장 깊은 본성의 발로이자 그 본성의 반짝이는 빛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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