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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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실 #한강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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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에크리 는 작가의 산문을 담아내는 얇은 책이다. 한강의 신작은 천천히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온다. 책 안에 시에 표현된 여러 가지 ‘안녕’들 중 두 가지가 담긴 듯하다. 지금까지의 수고에 대한 ‘안녕’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안녕’을 한 주머니 안에 담았다. 아담했으나 묵직했고, 집중해서 복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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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딱이는 마음에 사랑을 느끼고 사람마다 금실로 그것이 이어진다는 것을 믿던 9살 소녀 한강은 성장이란 미명아래 ‘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신뢰 p17 ‘을 잃어버린다. 폭력의 가해자인 인간과 회복하는 피해자의 인간의 모습들은 선과 같은 감수성을 가진 그녀에겐 공포였으며 해결해야 할 평생의 숙제가 된다.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
인간의 참혹과 존엄사이에는 필사적인 조탁으로만 가능했던 문장들로 메워진다. 2025년의 대한민국은 그녀의 노고에 빚졌다. 지난겨울, 고통을 품고 망각에 맞서는 사람들 모두. 그녀와 함께였다.
이 책은 그 노고의 흔적들이다. 구원에 대한 영매의 혼잣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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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시, 다시 장편. 그녀의 작품들은 끊임없이 물어왔다. ‘나’만큼 크기의 존엄을 가진 수많은 ‘나’들을 위해, 그들의 고통을 해명해 주기 위해 그녀는 노력했다. 작은 집안의 소중한 작은 ‘자신만의’ 정원들을 지켜 주려는 시도는 평생을 걸쳐 계속되었다.
하나의 장편을 위해 7년간 빚어낸 도자기 안에는 인간의 삶에 대에 시간의 깊이만큼, 성찰의 깊이만큼 ‘깊은 질문’들이 담긴다. 완성된 질문으로 소설을 마친다. 독자들에게 내민다. 외면하려는 독자들을 고통의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자기는 더 힘들어하면서, 그 행위를 계속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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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확신하진 말자.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이 떠오른다. 무신론자도 용서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른다’고 하셨다. 다름에 답을 찾아가면 된다. 좋은 질문을 들었던 우리는 나쁘지 않은 답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다음은 어떤 질문을 보내올지 모른다. 기다리며 스스로 나름의 질문들을 다듬어 갔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인가. 또는 나는 왜 이런 삶을 사는가 하는…..
✍ 한줄감상 : 지난 고통과 존엄에 대한 노력에 대한 ‘안녕’이자 다음 오게 될 한강문학에 대한 기대 넘치는 ‘안녕’.
덧,
한강작가의 9살 때 시를 읽다보니, 그 반대편 구석에 혼자 울며 쭈그리고 앉아 머리숙이고 있는 사내아이가 떠오른다. 한번도 따듯한 안김을 받아본적이 없는 소녀. 그 때 9살 소녀가 그 아이 옆에 있었다면, 안쓰러워하며 같이 놀자고 해주었을것 같다. 소년은 무척 기뻤을 것 같다. 그랬을 것 같다.
p12 “ 하나의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 “
p13 “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삶과 세계를 거부할 수는 없다. “
p15 “ 인간의 가장 연한 부분을 들여다보는 것 - 그 부인할 수 없는 온기를 어루만지는 것 - 그것으로 우리는 마침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덧없고 폭력적인 세계 가운데에서. “
p25 “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
p41 “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
p44 “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p67 “ 나는 오십 년 늙고 / 코트는 이십 년 늙어 / 어느 날 헤어질 서로를 안고 업고 / 겨울볕 속으로 걸어가네 “
p80 “ 안녕.(속삭이며) / 안녕.(소리치며) / 내 모국어의 안녕은 / 첫인사이자 마지막 인사 “
p144 “ 이 내향적인 집에도 외부로 열려 있는 방향이 있다. 마당의 하늘, 그 하늘에서 떠어지는 눈을 오래 보고 있었다. “
p166 “ 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어. / (글쓰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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