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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오스터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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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1 로 폴오스터 작품은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유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도, 열린책들에서 책을 보내준다는 DM을 받고도 요청하지 않은 이유였다. (참, 원래 출판사 서평 요청은 받지 않는 원칙이 있다. ☺️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보내준다는 말에는 가끔 흔들리기도 한다. )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믿고 읽는 인친님의 피드에 홀라당 넘어가 책을 주문했다.(이 얇은 귀 😂)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고, 쉬지 않고 한 번에 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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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교수로 넘어갈, 이제 은퇴를 앞둔 칠십 대 교수 바움가트너는 어느 날 오래된 알루미늄 냄비에 손을 대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을 입에 문 것같이, 순식간에 과거의 스펙터클에 휩싸인다. 사고로 아내를 여읜 지 10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믿었던 일상이, 다시 찾아온 환지통처럼 갈길을 모르고 생각의 길들을 만들어 낸다.
10년은 떠난 그녀를 ‘ 밀어내는 동시에 그녀에게 매달리(는) p67 ‘ 과정이었다. 각성한 그는 그녀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질 때를 회상한다. 역시 글을 쓰던 아내의 남은 글들을 다시 읽으며, 아내의 젊음의 삶도 엿본다. 아내의 시들을 골라 한 권의 시집을 낸다.
이제 그는 2년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아내의 친구 ‘주디스’에 청혼을 하려 한다. 오십 대 중반의 그녀는 죽은 아내 애나와도 잘 통하는 친구였고, 아내를 떠나보냈을 때 가장 위로가 되어준 사람이었다. 어느새 일주일에 두새번 같이 잠자리를 하는 연애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녀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청촌까지 포함하여 이 늙은 노교수에게 자꾸 일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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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는 다른 유명작가처럼 비슷한 주제를 계속 변주하며 작품을 쓴다. 이번 변주는 약간은 달리 느껴졌다. 투병 중, 자신의 종료를 생각하고 쓴 책이라 그런 것일까. 그는 언제나 ‘우연’을 강조하는 사람이었다. 익숙한 일 들 사이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사건, 만남 또는 그 무엇. 그로 파생되는 사고의 생경함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 왔다. 균질성안에 갑자기 발생하는 비균질한 우연, 그것이 지배하는 인간의 삶. 그리고 엔드. 하지만 이번 작품엔 우연과 우연사이에 ‘작은 의지’을 심고 싶어 한다. 정원사처럼, 싱싱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첫사랑을 닮은 진심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노작가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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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폴오스터를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환상과 현실의 중간쯤에서 서서, 사실적인 이야기 안에 관념적인 주제을 담지만 그 이야기 자체는 무척 인간적이면 허무하기까지도 한, 폴오스터. 이 작품도 역시 좋다. 이 얇은 책이 무슨 대하소설처럼 느껴진다. 짧은 잽을 쳐대듯이 길었던 인생 곳곳의 사건들을 살려내며, 지금을 돌아보는 과정이 역시나 매력적이다. 심지어 떠나는 길에 그려내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까지 ‘희미한 상태’을 두는 마무리까지, 역시 폴오스터 다웠다.
✍ 한줄감상 : 기억과 육화 된 의식의 상태 보고서 (덧, 참조)
덧,
기억은 작가에게 의도하지 않은 선택의 우연성을 말한다. 그 우연으로 모든 예술이 가능해진다. 그가 창조한 인물들은 땅으로 언제나 돌아온다. #공중곡예사 에서 공중을 유영하던 주인공 역시 얼마 지니지 않은 시간에 다시 땅을 밟아야 한다. 신체라는 소재는, 사고의 편린, 사유, 감각, 경험들의 육화 된 의식의 발현이다. 그리고 명심하자. 사랑이 하나의 상태일 뿐이라면, 죽음 역시 삶의 한 상태일 뿐이다.
p31 “ ….. 거실 맞은편의 시커메진 알루미늄 냄비를 계속 보고 있자니 생각이 오늘 아침의 무언극에나 나올 법한 어처구니없는 실수들로부터 과거, 기억의 바깥 자강자리에서 깜빡이는 먼 과거로 천천히 흘러가, ‘그때’라는 사리진 세계가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 되살아나기 시작…. “
p36 “ 이 통증의 생물학적 또는 신경학적 측면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고난과 상실의 은유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에 있다는 것 또한 이해하고 있다. “
p66 “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
p99 “ 쉰네 살의 그녀는 여전히 쿵쾅쿵쾅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반면, 그는 이제 쿵쾅쿵쾅 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칙칙폭폭 나아가고(가장 좋을 때) 때로는 심지어 씨근씨근 움직이고 (가장 나쁠 때) 있다. “
p132 “ ….. 즐길 수 있을 때 이런 날을 즐기는 게 낫다. 이게 그가 보게 될 마지막 좋은 날일지 누가 알겠는가. “
p141 “ 왜 다른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진 반면 우연히 마주친 덧없는 순간들은 기억 속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지… “
p219 “ 오랜 세월 우리에게 말해 온 것과는 달리 신들은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그들다워지기 때문이다. “
p228 “ 잘난 척하는 신입생으로서 인생의 주된 목적이 자신이 읽는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그것을 조롱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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