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하

✔️
#인간이하 #데이비드리빙스턴스미스 #웨일북
👨🏻🦰
‘빨갱이는 죽여도 돼’라는 패널을 목에 걸친 극우집회 참가자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저런 생각이 가능할까. 사실 그런 생각이 가능한 ‘인간들’이 있으니 4.3 제주에서 5.18 광주에서 수많은 목숨이 사라졌을 것이다. 장바구니에 오려 묵혔던 책을 주문한 이유는 그 빨갱이 이야기 때문이었다. 빨갱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죽여도 된다는 이야기로 들리니 그 주제를 깊게 판 이 책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밖에 없다.
👨🏼🦱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된 존재의 ‘위계질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질’을 상정해 두고 그 열등함에 따라, 생김새의 유사성에 따라, 자신들이 만든 ‘도덕률’에 따라 비인간화의 범위를 만들어 우리와 ‘비인간’를 구분해 왔다. 범위의 기준은 다양했다. 피부색을 비롯하여, 종교, 언어의 소통불가, 문화의 우월성 등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백인)인간들’은 ‘(유색인이나 반기독교적) 인간들’을 비인간으로 낙인찍었다.
물론, 인간은 ‘공감’이라는 또다른 무기로 사피엔스 진화를 이루어 냈다. 하지만 그 공감 역시 자신과 닮은, 관계가 있는,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 위주로 작동하게 된다. 사피엔스의 진화는 공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인간을 살육해야 하는 정당성을 ‘잘’ 부여하여 전쟁이 하나의 정당한 ‘방법론’으로 발전시켜 왔다. 또한 살펴보면 우리 진화의 유전자 안에 숨어있는 생물학적인 적응이 그 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다.
약 5만년전 ‘부족’이라는 무리와 구성원의 역할과 의무를 만들어낸 사피엔스는 1만 여년전 농업의 출현과 잉여생산물의 생산, 위계관계의 성립으로 ‘세력’에서 ‘국가’로 진화를 한다. 그들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자신들 그룹은 인간의 본질을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는 ‘인간’가 되어, 무언가’를 가지지 않은 타자들을 ‘우리’가 아닌 존재로 만들어 죽이고, 죽이도록 하게 한다.
또 한편, 사피엔스는 자신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존재인 동시에 산채로 잡아 먹일 수도 있는 존재라는 내재된 공포가 자각을 가진 존재다. 생존을 위한 뇌의 각인이 사회적 진화와 더불어 진행되면서 인간은 개인적 원한이 없어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포유류가 된 것으로 보인다.
🧔🏽
많은 예시가 나온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못지 않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벨기에의 콩고수탈은 유명한 이야기다. 원주민들에 고무 할당량을 매겨 채우지 못하면 손을 자른다는 이야기. 당시 실무자들은 그 잘린 손들을 바구니에 모아 관리자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19세기 초 튀르키에인들의 아르메니아인(소수 기독교인) 학살은 어떤가. 150만 명이 강간, 살해, 굶어 죽었다. 동족 간 학살도 흔하다. 소련정권은 정권 초기 부유한 자작농 ‘쿨라크’ 900만 명을 학살했다. 점점 숫자가 커진다.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는 4천300만 명의 지식인과 국민을 직간접적으로 죽였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2003년도 수단 정부는 ‘아랍 인종’ 40만 명을 죽이고 수백만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이 모두가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총칼을 휘두르는 인간이 타자를 ‘비인간’ 즉, 쥐, 짐승, 악마화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
비인간화는 결국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문화진화, 뇌 인식구조의 변화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살인을 두려워하는 본능을 이기는 힘을 무력화시키는 ‘세뇌’과 ‘선동’그리고 교육은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우리의 적’을 비인간화시키고 본능을 지나쳐 살인에 무뎌지는 만들게 된다.
교육과 상식의 확대 만을 기대하며 인간종이 벌이는 이런 ‘비인간화’ 경향성을 줄이기 쉽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는 형태를 문제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를 ‘감상주의 전략’이라 하며 ‘합리주의 전략’보다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동의를 하면서도 비관적인 느낌은 남는다. 백주대낮에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소리를 해도 아무 일도 없는 나라. 2025년의 대한민국에서 그들에게 ‘호소’가 먹힐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다른 책을 또 찾아봐야겠다.
✍ 한줄감상 : 인간이 인간을 인간이하의 존재로 인식하는 과정과 배경을 깊게 연구한 연구보고서.
p37 “ (난징학살) 저희는 중국인을 가리켜 ‘찬고로’라고 불렀습니다. 그들이 벌레나 짐승처럼 인간만도 못한 존재라는 뜻이었죠. “
p58 “ 아리스토텔레스는 야만인이 노예로 타고났다고 주장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주장한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이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65 “ 아리스토텔레스의 타고난 노예 이론은 중세 시대의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
p74 “ (코란) 알라께서 보시기에 가장 사악한 짐승은 믿음이 없는 자이다. “
p94 “ 자문화 중심주의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세상의 중심이며 따라서 그 밖에 모든 집단은 자신의 집단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리킨다. “
p125 “ 세풀베다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호문쿨루스라 불렀다. 호문쿨루스 개념은 중세 시대 상상력의 산물로 인간의 정자에서 비자연적인 방식으로 추출해 낸 유사 인간을 가리켰다. “
p247 “ 일부 사회 구성론자는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특정한 역사적 시대에 연결된 이념적 ‘발명’이라고 주장한다. “
p261 “ 본질은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은 본질이 다른 속성을 설명하는 역할의 논리적 결과이다. “
p284 “ 민족 집단이 통합된 후의 선사 시대 사람들은 외부집단의 구성원이 별개 종인 것처럼 반응했다는 것이다. “
p294 “ (마크 트웨인) 인간은 잔인한 동물이다. 그 점에서 인간은 전쟁이라는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는 유일한 동물이다. 주변의 형제들을 모아서 피도 눈물도 없이 같은 종을 말살하는 동물이다. “
p311 “ (침팬지) 그들이 희생자에게 가하는 고통에 대한 이해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 나는 오직 인간에게만 의도적인 잔인성, 즉 고통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행동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
p330 “ 군사훈련이 신병의 도덕성을 억제해 명령에 따르는 살인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p355 “ 내가 옳다면 비인간화는 사람들이 폭력 행위에 대한 도덕적 억제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정착되었다. “
p357 “ 혐오는 인간의 고유한 특성인 것 같다. 다른 동물은 좋아하지 않는 먹이를 거부하지만 사람처럼 혐오감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
p381 “ 인권은 발견되기를 기다리면서 널려 있지 않다. 별견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
p388 “ 인간이나 인간의 선조가 언제 살인이 유익한지를 인식할 정도의 지능을 갖게 되었을 때 인간이 살인자 종이 되는 무대가 마련되었다.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인간이하_기시리뷰 #인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