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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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왔다. 한 권씩 읽어오던 필립로스 작품들. 평판이나 유명세를 보자면 이 책부터 봤어야 하지만 단지 2권짜리라는 이유로 뒤로 미뤄왔다.😅 혹시나 하며 읽기 시작했고 역시나 필립로스 군 하며 독서를 마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세기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한 편의 소설을 고르라면 단연코 이 작품 ‘휴먼스테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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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한참 클린턴대통령이 루윈스키와 성추문이 한참인 1990년 말이다. 아데나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강의하는 학과장 콜먼교수는 수업시간에 흑인학생을 비하는 멸칭으로 불렀다는 사실이 밝혀져 불명예 은퇴를 당한다. 심하다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멸칭이 나왔다는 것은 이 교수는 평생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소리다. 그 충격으로 교수의 아내가 쓰러져 사망을 했으나, 그건 사고이자 교수의 자업자득이다.
마침 대학 근처 한적한 곳에서 소설을 쓰고 있던 ‘주커먼’에게 교수가 찾아왔다. 자기는 억울하다고 아내는 살해를 당한거라고, 그걸 작품으로 써달라고 흥분하며 요청한 것이다. 주커먼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과거 이야기들이 콜먼입장에서 펼쳐진다. 이 사람 알고 봤더니 가족들과도 의절했고, 자기 자식들과도 인연이 끊긴 사람이다. 심지어 청소 노동자 ‘포이나’라는 젊은 애인도 가지고 있다. 아니 일흔도 넘은 노교수가 서른셋의 문맹여자를 사귄다니, 이건 너무 비정상적인 것 아닌가? 뻔하다. 아마 여자는 돈을 노렸을 것이고, 노욕에 불탄 이 노교수는 비아그라를 통해 쾌락을 얻고 있었을 것이다. 여자가 교수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했다는 소문도 있다. 때린다는 소문도 있다. 이 여자의 정체도 의뭉스럽다. 여자를 스토킹 하는 전남편이 자신들 주변을 얼쩡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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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 아데나대학 주변에 사는 일반인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정리한 내용이다. 소설은 이 껍데기 안을 들여다 본다. 미국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인종의 비극, 아케데미즘 안에서 차별, 낙인이 불러오는 오해와 증폭, 선입관이 가지는 폭력성과 그들이 모였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비극.
과거가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개인의 욕망과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아니 그런 것들을 판정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제기로 가득하다. 어디까지가 옮음이며, 어디까지가 심판의 대상인가? 심한의 주체는 누구이며 기준은 어떻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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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미국이라는 국가가 겪어왔던 모순들을 정말 정교하게도 서사화 한다. 유태인과 흑인 백인들간이 인종갈등, 빈부의 차에 따른 계급 갈등, 전쟁주체로서의 미국이라는 국가와 그걸 수행했던 미국민들의 고통과 후유증, 가족주의와 개인주의, 이민으로 시작한 미국이 가지는 타자성에 대한 부정적 의식. 정치적 올바름의 ‘올바름’과 그 ‘올바름’ 때문에 벌어지는 올바르지 않은 모순적인 상황들을 높은 완성도로 묶어낸다.
알고는 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덕목이 있다. 진실 뒤에는 언제나 또다른 진실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20년도 지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자책과 함께, 지금도 그렇게 변하지 않았다는 환멸이 같이 느껴진다. 미국은 더 진도를 나가 트럼프의 포스트트루스 같은 헛소리가 공공하게 떠돌고, 우리 사회 역시 사회적 조리돌림과 편견에 가득한 혐오가 가득하니 말이다.
✍ 한줄감상 : 미국의 모든 문제를, 그리고 지금의 우리 문제를 함께 느끼고 생각하게 할, ‘인간의 얼룩’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공감하며 느껴볼 수 있는 수작.
[1권] p15 “ 그해 여름은 대통령(클린턴)의 성기가 모든 사람의 마음을 점령하고, 삶이 그 파렴치한 추잡함으로 다시 한번 미국 전역을 뒤흔들어놓은 계절이었다. “
p82 “ 모든 권력의 근력의 근원인 인간 간의 격차로부터, 서로 화해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어떻게 자신들이 오르가슴의 정수를 뽑아낼 수 있었는지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
p141 “ 의과대학들이 유태인이 의대에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입학 정원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사실. “
p208 “ 의미라는 전제, 권위에 대한 신뢰, 통일성과 질서에 대한 싱성화처럼 대다수 사람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그녀에게는 살아오는 동안 터무니없는 헛소리이고 미친 짓 같았던 것이다. “
p236 “ 신의를 사는 데 항문 성교만 한 것도 없지. “
p271 “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인가? 올바름이 라는 멍청한 영광으로부터의 자유, 의미를 찾기 위한 우스꽝스러운 탐색으로부터의 자유. “
p302 “ 그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 없는 것이 바로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을 페미니스트적 관점으로 읽는 짓 같은 거라는 거야. “
[2권] p9 “ 당신은 그냥 섹스가 뭔지 잊고 있었던 거예요. 이게 섹스예요. 이 자체가. 섹스가 뭔가 다른 거라도 되는 것처럼 말해서 섹스를 망쳐놓지 마요. “
p50 “ 난 사실 당신보다 더 늙은 남자가 필요해요. 머릿속에서 사랑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완전히 몰아낸 사람 말이에요. “
p61 “ (매춘부의 말) 남자가 돈을 주는 건 같이 잤기 때문이 아니야. 집에 가라고 주는 거야. “
p144 “ 그저 고발만으로도 협의가 증명된다는 식이다. 협의에 대해 듣자마자 사실로 믿어버린다.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동기도 필요 없고, 논리도 이성적인 근거도 필요 없다는 식이다. “
p181 “ 결백한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모두가 전력을 다해 움직인다. “
p218 “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바로 그런 때 사랑에 빠지니까. 최악의 것을 앞에 두고도 승부욕을 불태우는 누군가를 볼 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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