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Life

너무 늦은 시간

기시군 2025. 7. 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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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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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자기 전에 #교보문고 접속을 한다. 뭐 괜찮은 신간이 있나, 장바구니 책들 중 땡기는 것이 있나 살피는 작업이다. 갑자기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클레어 키건이 신작을 냈군. 안 살 수 없지. 1초의 고민도 없이 결제하고 다음날 받았다. 

얇은 양장본, 클레어 키건 책답다. 모아놓으면 이쁠 것 같은데 다른책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어 모아 두는 건 포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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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3편의 단편이라 내용 소개가 의미있나 싶지만, 나의 루틴이 있으니 살짝 보자. 

#너무늦은시간 
평범한 남자 ‘카헐’은 ‘사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주말 동거 비슷한 걸 하다가 둘은 결혼할 결심을 한다. 준비할 것이 많다. 돈도 많이 든다. 참고로 카헐은 알뜰(?)하다. 알뜰함과 평범한 남자처럼 생각이 없기에 카헐에겐 문제가 생긴다. 

#길고고통스러운죽음 
유명작가 하인리히 뵐의 집을 유족들은 작가들에게 공유했다. 많은 작가들이 신청하고 있다. 운 좋은 작가인 그녀는 2주간의 시간을 허락받았다. 상쾌함도 잠깐, 낯선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남극
평범한 가정주부인 그녀는 어느 날 원나잇을 경험해 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시내에서 1박을 하기로 한 날이다. 저녁 술집엔 사람이 많다. 하화이안 셔츠에 금목걸이를 한 남자 한 명이 다가온다. 그녀는 취한다. 그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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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절반은 자기 마음대로 하 p32’는 이성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연애를 하면 안 된다. 절은 남자들 사이 농담이 있다. 결혼과 연애의 차이는? 결혼은 여자친구와 섹스가 끝났는데도 집에 안 돌아갔다는 것이다. 자기는 이제 게임도 하고 놀아야 하는 말이다. 첫 단편은 이 농담의 ‘예술적 재현’이다. 

별 감흥이 없었던 두 번째 작품은 스킵한다. 

마지막, 남극은 재미있게 읽었다. 중산층 유부녀의 권태가 이끄는 일탈이 깔끔하게 진행되다가 깜짝 반전으로 끝나는 구성이 클레어 키건스럽진않았지만 흥미진진했다. 사실 모든 불륜 이야긴 흥미진진하다. 😉 그런데 뭘 말하고 싶은 건가 싶다. 중산층 여자의 일탈은 노동자계급 남자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다? 함부로 모험에 뛰어들지 말라? 왜 단편의 마무리가 ‘ 지옥을, 그리고 영원을 생각 p112’ 하는 것으로 끝나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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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두 번째 작품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푸른들판을걷다 에 실린 작품이라 했다. 한국판에는 이 단편이 실려있지 않다. ‘남극’은 첫 번째 단편집에 실린 작품이라 한다. 1999년에 발간되었으며 15편이 실려있단다. 이 작품부터 번역 발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신작은 결국 표제작인 ‘너무 늦은 시간’ 하나뿐이고, 책값은 할인을 받아도 15,000원이 넘는다. 

양으로 책의 값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원래 출판사의 의도였는지, 한국의 출판사의 의도였는지 너무 속 보이는 장사치의 느낌이 난다. 괜찮은 작가의 이미지가 출판사업자들 때문에 얼룩져 보인다. 

✍ 한줄감상 : 여전히 밀도 있는 문장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조금 과대포장되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최근에 읽은 국내 여성작가들의 작품들과 비교해도 이 책의 우월함은 잘 모르겠다. 

p26 “ ‘내가 돈을 찍어내는 줄 알아?’ 카헐이 말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뻐야만 하는 날에 아버지의 말버릇이 그의 인생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

p35 “ 난 (결혼이) 이런 식일지 몰랐어, 그뿐이야.” 카헐이 말했다. “그냥 당신이 여기 같이 있고, 같이 저녁을 먹고, 아침에 같이 일어난다고만 생각했지, 그냥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래. “

p81 “ 그녀는 주전자를 가스불에 얹고 냉장고 깊숙이에서 케이크를 꺼냈고, 기지개를 켜면서 이제 그의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 

p84 “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 

p89 “ ‘당신 같은 타입 알아요’ 그가 말했다. ‘야성적이죠. 당신은 야성적인 중산층 여자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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