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Life

8월은 악마의 달

기시군 2025. 8. 11. 11:43

#8월은악마의달 #에드나오브라이언 #민음사

🏖️
여름이 가기 전에 여름소설을 더 읽고 싶었다. #여름 을 읽었고 여름소설 같은 느낌은 #브람스를좋아세요 를 읽었다. 마무리는 대 놓고 여름소설인 이 책이 좋겠다 싶었다. 물론 사전정보는 없고 제목에 끌려 골라 들었을 뿐이다. ☺️

60년대 초반, 30대의 아일랜드 여성작가가 쓴 작품이란 걸 감안한다면 꽤나 파격이다. 한동안 모국에서 판매금지였다는 게 이해가 된다. 보수적인 가톨릭국가에서 이렇게 대놓고 ‘성애’를 묘사하는 작품이 쉽게 수용되었겠나 싶다. 

🏖️
내용의 앞부분만 보자. 왜 8월이 악마의 달이였는지는 책에서 확인해야 한다. 읽는 나도 깜짝 놀랐던 부분이라 스포주의해야 한다. 

주인공 엘런. 

‘ 아일랜드, 시골, 가난, 전형적인 가정, 발그레한 뺨, 간호사가 되려고 런던 상경, 환자들에게 사랑받고, 사랑받는 걸 사랑하고, 암 환자의 배를 갈랐다가 바로 봉합하는 광경을 보고 수술실에서 도망치고, 내 안의 간호사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고, 등기소에서 신부님 없이 결혼하고, 신앙을 버리고, 곧 아들을 낳았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은 다른 무언가로 변해버렸고 우리는 헤어졌어. 좋은 여자 퇴장. p149 “

지금은 복숭아 같은 살결을 가진 긴 다리의 28살의 이혼녀. 이번 여름휴가철, 이혼한 남편과 여섯 살 난 아들은 여행을 떠났다. 잡지사 직원인 엘렌은 이번엔 자유로운 휴가를 보낼 생각이다. 자유로운 첫날 과거 살짝 썸이 있었던 남자 ‘휴 휘슬러’와 멋진 원나잇을 보냈다. 좋은 섹스상대지만 사랑의 대상은 아니다. 그는 사실 자식들과 부인이 있고 사랑하는 미란다라는 애인까지 있는 상태다. 뭐 아니면 그만이지. 

엘런은 프랑스 파리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호텔 앞 해변가에 수영복 차림으로 쓸만한 남자를 살핀다. 그녀의 8월의 뜨거운 휴가는 가능할까? 

🏖️
전통적인 억압을 벗어나는 젊은 여성의 모험으로 읽기 시작했다. 섹스를 긍정하고 다른 욕망들에게도 솔직하다. 하지만 쾌락 이후에는 공허와 자괴감은 부록처럼 따라다닌다. 심지어 아주 나쁜 일을 겪게 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 종교적 우화의 경향도 보인다. 하지만 감정의 묘사와 서사진행의 절차를 보면 그렇게 단순히 보일 소설은 아니다. 

아마도, 기존 가치관과 자신의 욕망 사이의 균열에 대한 솔직한 ‘전시’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이미 속물적이고 이기적인 남성들에게 여성도 다르지 않음을, 욕망이 존재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며 자기모멸에 빠지기도 한다는 허상에 빠져 사는 같은 인간임을 보여주고자 했을지 모르겠다. 

🏖️
누구든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사회적 학습, 종교적 믿음, 실행의 위험 때문에 자제하고 잊고, 속이고 사는 것일 뿐이다. 엘렌은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실행한다. 짧은 쾌감 이후엔 고통들이 들이닥친다. 이 불협화음은 발설해야 만 속이 시원해지는 당대의 ‘진실’들 일 것이다. 

시대는 흘렀고, 지금의 8월 뜨거운 여름은 다른 여름이다. 지금은 악마의 달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더 즐겁고 일탈에 충격받지 않고 휴가에서 돌아오는 엘렌을 상상한다. 그 편이 더 휴머니즘에 가깝다. 😋 

✍ 한줄감상 : 다정함에 역겨움을 느끼는 여자 엘렌의 8월 , 뜨거운 여름의 일탈기. 

p21 “ 그가 엘런의 허리에 손을 감자 담요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은 손을 - 헬런의 두 손과 그의 한 손 - 사랑하는 데 사용했다. 상대의 얼굴을 더듬고, 어루만지고, 머무르고, 손길을 거두고, 입술의 도톰함을 가늠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 

p27 “ 엘런은 그가 자기 안에서 꽃줄기처럼 굳고 길어지는 것을 느꼈다. 부드럽게 또 단단하게. 그는 그 어떤 남자도 해내지 못한 방식으로 엘런을 사랑해 주었다. 남편조차 “ 

p38 “ 자유와 젊음을 갈망했고, 벌거벗은 채로 이 세상 모든 남자와 동시에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 

p43 “ 그는 허리에 가죽 벨트를 차고 있었다. 엘런은 바로 그 자리에서 그와 사랑을 나눌 수도 있었다. 바닥에 누워 이 난생처음 보는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

p83 “ 세상에서 부자들 다음으로 역겨운 인간들은 부자들을 위해 일하는 인간들이죠. “

p125 “ 다정함, 그보다 비정한 것도 없지. “ 

p137 “ 세상에 남자는 두 종류지. 아무하고 자는 남자, 아무하고도 안 자는 남자. 전부 참 서글퍼.”

p197 “ 엘런은 바비 안에서 죽고 싶었다. 바비는 그 점을 알았으나 망설이고 있었다. “

p234 “ 잘생긴 남자였다. 성급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상에는 사랑하기 좋은 여자가 12월 하늘의 별만큼 무수했다. 엘런은 이 모든 것이 어찌나 공허한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아일랜드소설 #8월은악마의달_기시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