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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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서 너무 많이 회자되어 괜히 외면하던 책이었다. 특히나 간단하게 알고 있던 시놉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좋았다고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하는 심정에 주문을 넣었다.
그리고, 근원을 건드리는 공포소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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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범한 가족, 아니다. 조금 가족애가 깊은 가정이다. 신랑 데이비드와 신부 해리엇은 사랑을 했고, 조금 무리해서 큰 집을 샀다. 그리고 총 다섯 명의 아이를 출산했다. 그나마 친정엄마나 시아버지의 육체적, 경제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문제는 마지막 다섯째 아이다. 그저 그들의 아이 중 한명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너무 크고 폭력적이며 밉쌀 맞은 행동에 가족 모두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키우던 강아지며 고양이가 아이 손에 죽었다. 바로 손위 나이 차이 얼마 안 나는 넷째 폴도 위험할 수 있다. 부부에게 그들의 핏줄이 악마이자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다섯번째 아이에 대한 처리(?)를 논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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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문제는 단순했다. 아이는 다르다는 것. 설명할 수 없는 폭력성, 제어할 수 없는 낯섦. 해리엇은 어머니로서 아이를 보호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 아이가 가족 전체를 파괴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아이를 사랑해야 하지만, 내심 그의 죽음을 바란다. 이 모순은 너무도 인간적이면서, 동시에 너무도 끔찍하다. 작가는 그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모성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며, 가족은 우리의 안식처라 말할 수 있나?
이 책이 진정한 공포소설인 이유는, 악이 외부의 괴물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악은 바로 내 아이, 내 가족, 내 안에서 태어난다. 우리가 평생 지키고자 했던 울타리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타자가 불현듯 생겨난다. 그 순간 가족은 성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가장 끔찍한 전쟁터가 된다. 잊고 사는 끔찍함을 작가는 소설을 통해 말하는 것 같다. 악은 언제든 네 삶의 한가운데서 시작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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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이 책은 차가운 거울이 된다. 사랑이 모든 것을 구원할 거라는 믿음, 가정은 언제나 따뜻할 거라는 환상, 그것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도, 이 소설은 묻는다. 선과 악을 가르는 분명한 선이 정말 존재하는가? 죄를 짓지 않으면 벌을 받지 않는다는 믿음은 얼마나 단단한가?
우리는 악을 선택하지 않아도, 악이 우리 삶에 태어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곁에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작가은 우리에게 해결책 내놓지 않는다. 아이는 교화되지 않고, 어머니는 무력하다. 하지만 그 무력감, 하지만 그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어긋한 순간을 버티며 사람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자극적인 책이었다.
✍ 한줄감상 : 이 책은 내 삶을 지탱하는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지 깨닫는 불편한 경험이다. 피하지 말고 달게 받아야 할 질문을 통해 한걸음 정도는 ‘인간이라는 종’에 가까이 갈 수 있다 믿는다.
p14 “ 해리엇은 자신의 미래가 구식이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왕국의 열쇠를 그녀 손에 쥐여 줄 것이고 그곳에서 자신의 본성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발견할 것이며, 그것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다. “
p28 “ 그가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이나 아기가 아니라 행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의 행복. “
p33 “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얼굴을 맞대고 누워 있으면 때로는 그들의 가슴속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아직도 자신들을 놀라게 할 만큼 엄청나게 강렬한 안도감과 감사의 정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
p73 “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났다) 5킬로그램짜리였다. 다른 아이들은 3.2킬로그램을 넘지 않았었다… 이 애는 예쁜 아기가 아니었다. 전혀 아기같이 생기지도 않았다…. 두툼한 어깨에다 구부정한 모습이었다. 아기의 이마는 눈에서부터 정수리 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굵고 노르스름했으며, 가마 두 개에서부터 삼각형 또는 쐐기 모양으로 이마가지 내려오는 이상한 모양으로 나 있었다. “
p79 “ 그 애의 작고 차가운 논은 악의에 차 보였다. “
p84 “ 좋은 아비저 데이비드 역시 그 애를 거의 만지지 않았다. “
89 “ 그 애는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았고 그것들이 깨질 때까지 벽이나 마루에 내리쳤다. “
p93 “ 그녀는 벤을 가두었다. 그 애가 개를 죽일 수 있다면 어린아이라고 왜 못 죽이겠는가?….. 3개월 후 늙은 회색 고양이 미스터 맥그리거가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
p137 “ 그녀가 피임약을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두 사라에게는 이때가 우울한 때였다. 얼마나 나쁘다고 느꼈으면 자연의 섭리에다 감히 손을 대겠는가! “
p159 “ 폴(넷째아이)은 벤보다 더 어려운 아이가 되었다. 그래도 그 아이는 별종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신경질적인’ 아이였다. “
p167 “ 그들은 간혹 사랑을 나누었지만 그녀는 젊은 해리엇과 젊은 데이비드의 유령들이 몸을 뒤섞고 키스하고 있다고 느꼈고 그도 그렇게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
p175 “ (해리엇) 우린 벌 받을 거야. 그뿐이야….(데이비드) 이건 우연이야. 누구나 벤 같은 애를 가질 수 있어. 그건 우연히 나타난 유전자야. 그것뿐이야. “
p196 “ 선생도, 의사도, 전문가 어느 누구도 ‘이것이 그의 본질이다’라고 말할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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