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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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알랭로브그리예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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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신선한 감각의 느끼게 해주는 소설을 읽었다. 추천해 주신 인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조금 관념적인 평범한 프랑스 소설을 생각했다. 아니었다. 작가는 집요했으며 갇힌 캐릭터와 사물, 환경 안에서 완전하게 열린 소설적 상상을 구축해 가는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1957년에 프랑스에서 발매되었으며 발해 첫해 700 여부 밖에 판매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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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을 운영하는 나와 부인 A… ,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며 가끔 같이 식사도 하고 수다도 떨며 지내는 프랑크 부부, 흑인들만 가득한 여기 프랑스 열대 식민지의 유일한 친구들이다.
프랑크의 아내 크리스티안은 아이 때문에 식사 초대에 응하지 못했다. 덕분에 셋이 식사를 한다. 아내와 프랑크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다. 소설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프랑크가 볼일이 있어 멀리 떨어진 시내에 갈 일이 있다고 한다. 아내는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한다. 대중교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 볼 것도 많으니 프랑크의 차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아내와 떠났던 프랑크가 시내 근처에서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하룻밤을 밖에서 지내고 돌아온 것이다. 물론 허름한 호텔에서 각자 잠을 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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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처음 느껴지는 것은 ‘시선’의 끔찍함이다. 남편은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 다만 그의 눈은 그 둘을 따라다닌다. 탁자에 앉아 있는 아내와 프랑크의 거리와 식기의 위치, 해의 방향, 둘의 거리, 표정의 변화 등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듯 그 모든 묘사에 집중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남편은 ‘질투’를 하고 둘을 의심한다. 그러나 그것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저 ‘보는 것’으로 그런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여타 다른 소설과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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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지점에서 조금은 엉뚱하지만 #양자역학 의 #중첩 상태를 떠올렸다. 회전하고 있는 동전은 앞면으로 멈출 확률과 뒷면으로 머물 확률을 같이 가지고 있다. 그 중간 상태에서 그 가지 모두를 ‘중첩’해서 가지고 있다. ‘관측’이라는 행위가 들어갔을 때, 어느 한쪽으로 결정 난다는 이론, 입자는 파동처럼 움직이다가 관측하면 입자로 움직인다는 유명한 이론이 떠올랐다.
아내와 프랑크는 밀회를 즐기는 연인사이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친근함을 느끼는 동네 이웃일 수도 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은밀한 애정이 담긴 암호일 수도 있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다일 수도 있다. 그들의 외박이 열정적인 밤을 보낼 핑계일 수도, 정말로 자동차 고장에 따른 사고 일 수도 있다. 그중 하나로 결정하는 것은 ‘관측’이다. 남편은 대상자들과 전혀 대화나, 관계를 하지 않는다. 즉 일반적인 상호작용 없이 ‘보기만’ 한다. 그걸로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아니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맞는 명제일까? 양자역학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관측‘자체도 상호작용으로 대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갇힌 세계에 대한 관찰기록은 계속 반복되며 변화된다. 프랑크는 냅킨으로 지네를 죽이다가, 수건으로 죽인다. 외박다음 날 아내의 기분도 조금씩 다르게 묘사되고 반복된다. 중첩되는 세계다. 이 비틀어지는 이질감은 묘하게 소설의 중심을 잡는다. 그저 질투에 가득한 남편의 편집광적인 기록에 머물지 않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니체의 영혼회귀와도 다르다. 시선의 기록 역시 고정된 것아 아니다. 관측할 때마다 달라진다. 미세하게. 동일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작가는 말하는 게 아닐까?
무슨 소리냐는 질문이 들린다. 😎 역자의 해설 중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순환하는 세계를 그리는 이 책은 독자들이 자신의 독서 체험에 따라 해석과 의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 역자에 말에 동의한다면 나의 이 이상하고 결론 없는 해석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
✍ 한줄감상 : 묘사로만 가득한 책도 재미있을 수도 , 깊은 생각에 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을 믿게 만드는 책. 단, 묘사 위주의 소설을 싫어하시는 분들껜 비추. ☺️
p12 “ 이 작품의 제목을 나타내는 단어 la jalousie는 불어로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질투’이고 다른 하나는 창문에 치는 발, 혹은 블라인드이다. “
p22 “ 모든 울음소리가 서로 닮아 있다. 쉽게 구별되는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공통으로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
p36 “ 채 1미터도 안 되는 거리로 다가가서야 겨우 블라인드의 일정한 간격 속에 토막 난 풍경이 평행한 띠처럼 나타난다. “
p43 “ ‘저도 시내에 가야 하는데요.’ A… 가 말한다. ‘지상 불게 산더미같이 많아요. ‘ ‘그럼 제가 모시고 가지요. 일찍 떠나면 밤에는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
p56 “ 두 사람(A… 와 프랑크)은 소설의 주제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 반대로 서설의 장소와 사건, 인물들에 관해서는 마치 실제 존재하기라도 하듯이 이야기했다. “
p65 “ 그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집을 비운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란다. 그녀 자신은 그 시간을 매우 알차게 보냈다고 한다. “
p67 “ 이따금 두 사람의 불분명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아주 작은 폭의 움직임이어서 , 시작했는가 하면 어느새 원래 상태로 돌아가 있다. 어쩌면 상상일지도 모른다. “
p76 “ 바로 그 순간, 아무 장식 없는 벽 위에 지네가 짓이겨지는 장면이 벌어진다. 프랑크가 일어나 냅킨을 들고 벽으로 가 지네를 벽에 대고 짓이기고, 냅킨을 떼어내고 다시 땅바닥에 대고 지네를 짓이긴다. “
p91 “ 그녀는 한낮인데도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녀의 그림자는 짧게 줄어들어 바닥의 포석에 수직으로 투사되고 있는데, 그 폭은 타일 한 개를 넘지 않는다. “
p118 “ 틀림없이 오늘은 ‘불안해한다’는 뜻으로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화가 나 있다’, ‘질투하고 있다’ 또는 ‘절망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
p121 “ 방 안쪽에서는 A… 가 창문에 기대서서 블라인드의 틈새 가운데 하나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
p134 “ 그녀의 두 눈은 매우 크고 빛나며 초록색을 띠고 주위로 길고 휘어진 속눈썹이 나 있다. 눈은 언제나 정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
p141 “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도 머리카락의 흔들림은 그 파동의 전파와 간섭을 계속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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