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Life

사탄탱고

기시군 2025. 10. 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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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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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소식을 듣자마자 주문했는데 어제 받았다. 바쁜 와중에서 짬짬이 읽었고, 오늘 오전에 완독을 했다. 만연체에 조금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소문에 각오를 조금 한 탓인지 별 어려움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평소 워낙 다크 한 세계에 익숙하다 보니 이 정도의 ‘어두움’은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

상상할 수 있는 ‘냄새’들 책 한 권 안에서 싸웠다. 늪의 냄새, 흙냄새, 주정뱅이의 술냄새, 불결한 집안의 먼지냄새, 감지 않은 머리에서 나는 쉰내와 그걸 덮으려는 역겨운 싸구려 향수냄새. 작가의 이 진저리 나는 몰아붙임이 뭘 원하는지 궁금해 가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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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조세프는 ‘성’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면, 사탄탱고의 주인공들은 쇠락한 공동농장에서 내일을 알지 못한 채 서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이용하다 물어뜯고 있었다. 누구는 마을사람들의 몇 개월 치 품삯을 빼돌리려 머리를 쓰고, 그걸 발견한 이웃주민은 자신도 동참하여 한몫 끼려 한다. 알콜중독자 여성은 자신의 20대 두 딸을 창녀로 일하게 시켜 돈을 벌고, 그녀의 아들은 양아치가 되어 마을을 떠돈다. 한 없이 순진한 막내딸은 그들 모두의 희생양이다. 점령해 오는 몰락의 파도에 그들 모두는 둥둥 떠있다. 

술집에 모여, 모두가 만취되어 탱고를 추며 밤을 지새운 날, 아침 마을에 사기꾼이자 공산당 첩자(부역자) 역할을 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이리미아시’와 그의 똘마니. 그는 희생당한 소녀로 마을 사람들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근거 없음을 다 알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간과한다)으로 그들의 욕망의 화살을 당겨, 대규모 사기행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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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성도 특이하다. 1장에서 시작해 6장으로 끝나는 1부, 6장에서 시작해 1장으로 끝나는 2부. 시작 부분에 알 수 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책 마지막에 그 비밀이 밝혀진다. 생각건대 그것 역시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희망은 어디에? 이런 곳에 살아갈 수 있을까? 책의 어떤 인물의 말처럼 ‘눈이 먼다는 것’이 오히려. 멋진 일인 세계. 작은 감사도 그 방향을 찾지 못하는 암흑도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모든 것은 공허하고 의미가 없는 걸까? 그래서 그들은 춤을 추는 걸까? 사탄의 영향을 받아서 추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 안에 담긴 악마성의 발현인 것일까.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측정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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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는 카프카를 소환했지만, 난 #존재의세가지거짓말 의 #아고타크리스토프 가 떠올랐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집요한 추적, 단 한차례도 양보하지 않는 선함에 대한 불신, 80년대 쇠락하던 동구 사회주의 몰락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촌무지렁이들’의 예정된 재난은 어디서도 구원받지 못한다. 

이번 노벨상수상위원회에서는 작가에 대해 ‘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과 인간 존엄을 재확인하는 강력한 문학적 비전 ‘ 때문에 이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으론 이 책만으론 강력한 문학적 비전을 확인하진 못했다. 확인의 과정을 더 진행해야 할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 한줄감상 : 팔은 안으로 굽는다. 문제적인 작가다라는 정도의 느낌이며 작년 수상자의 내공에 이르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 정도라만 우리 #황석영 작가도 충분히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

p23 “ 그는 음식 맛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죽음은 무엇보다 수프와 고기 접시에, 그리고 담벼락에서부터 스며들어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p86 “ 때로 저녁 어스름에 잠긴 사물들이 흡족할 만한 모양으로 정렬해 있는 것을 굽어보며 자신이 그 중심에 안전하고 전능하게 서 있음을 발견할 때면, 그는 아늑함과 함께 어떠 ㄴ뿌듯함을 느꼈다. 

p111 “ 저 애 엄마는 술집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언니들은 방앗간에서 몸을 팔고, 오빠는 시내 어디서 상점이나 털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어린아이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나다니는 군. 집구석 참, 하늘도 무심하시지. “ 

p151 “ 침대에서나 일상에서나 이리마아시처럼 그녀를 재미있게 해 준 사람은 없었다. “ 

p209 “ 우리는 이 세계라는 돼지우리 속에서 태어나 갇혀 있지. “ 

p255 “ (사기꾼의 말) 우리는 서로 적대하지 않고 서를 위해 살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주인이 되어 풍요와 평온, 안전과 품위를 누리며 저녁에 쉴 수 있습니다. “

p316 “ 소년은 꼼짝도 하지 않고 빈터를 노려보았다. 딱딱학 굳은 더러운 여동생의 시신이 순백의 베일에 감싸여 있는 것과 여동생의 시신이 벌떡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오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무서울지 소년 자신도 알지 못했다. “ 

p326 “ 사람들은 난로를 껴안고 앉아 봄이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 날이 저물 때까지 창가에서 어정거리다가 그다음엔 먹고 마시고 솜털 이불 아래서 껴안고 잠이 들지. 이때쯤 사람들은 인생이 잘못되어 간다고 느껴. “

p363 “ 잘 알아둬라. 인생의 비밀은 농담에 있다는 걸. 그가 엄숙하게 말했다. 일은 어렵게 시작해서 나쁘게 끝난단다. 중간에 일어나는 일은 다 좋은 법이야. 네게 걱정할 건 마지막 순간이란다. “ 

p386 “ (마을에 남겨진 늙고 아픈 의사) 그는 모든 것이 글에 쓴 그대로 고스란히 일어나고 있음을직감했을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는 자기가 쓰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임을 깊이 확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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