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산들의 꼭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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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산들의꼭대기 #츠쯔젠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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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산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사둔 책 중에 골라 읽는 것”이라 했다. 😊 이 책은 예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구입해 오래 묵혀두었던 책이다. 특별한 계기 없이 다시 펼쳤는데, 첫 장의 인물 관계도가 반가웠다. 이름이 낯선 중국 인물들과 방대한 등장인물 덕분에, 관계도가 없었다면 훨씬 더 헤맸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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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2000년대 초반,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 ‘어룬춘족’이 사는 ‘룽잔진’이라는 마을이다. 특정 주인공 없이 세 가문의 인물들이 우연과 필연 속에서 얽히며, 17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마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작은 돼지도축업자 ‘신치짜’ 가족이다. 그는 탈영병 누명을 쓴 아버지 ‘신카이류’, 착한 아내 ‘왕슈만’, 정체불명의 양아들 ‘신신라이’와 살고 있다. 문제는 신신라이. 어릴 적부터 행패를 부리던 그는 결국 양어머니를 살해하고, 마을 유지 ‘안핑’의 딸을 강간한 뒤 도주한다. 이 사건은 지역 유지 ‘탕한청’ 가문까지 번지고, 17개의 이야기를 통해 각 인물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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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의 축소판 같기도, #고래 의 확장판 같기도 한 작품이다. 동양적 정서에 익숙하면서도 파격적인 전개가 인상적이다. 중국 소설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확실히 더 직설적이다. 인물들은 거침없이 부딪히고, 욕망을 드러내며, 동시에 마음을 열고 나누기도 한다.
물론, 현재 중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어, 직접적인 공산당 비판등은 은근히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다. 두드러지는 것은 어쩌면 과거 ’ 자연주의‘ 작풍이 아닌가 싶다. 자연과 흐름에 순응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는 탓이다. 현대 중국이라지만 변방은 지금의 상하이 같은 지역과는 다르게 산업화가 덜 된 지역이다. 염습사, 난쟁이, 점쟁이, 사형집행자 같은 다양하지만 현대적이지 않은 직업군의 사람들은 중국 정통의 가족주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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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러한 구습을 단순히 낡은 잔재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러내며, 지역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자연주의적 묘사와 상징적 과잉이 함께 들어오면서 서사가 때때로 어색해진다. 특히 양아들이 양어머니를 살해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리얼리티가 흔들린다.
결국 이 소설은 구습과 현대의 공존, 전통과 모순의 양가성, 은근한 체제 비판, 자연주의와 과잉 서사의 충돌 위에 놓인 작품이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느리게 읽다 보면 진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묘한 재미가 있다. 이야기 속으로 빠질 준비가 된 분들께 추천한다. ☺️
✍ 한줄감상 :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도 찾아내야 할 역사적 사실과 쓰인 시대의 모순에 대한 인식은 또 다른 책으로 커버하면 좋겠다.
p41 “ 룽잔진 사람은 저마다 안쉐얼이 정령이라며, 정령은 자라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
p51 “ 안핑은 이해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난쟁이를 신으로 만들더니 하룻밤 사이에 이번에는 그 난쟁이를 마귀의 대열에 끼워 넣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
p80 “ 안핑과 리쑤전의 관계는 한 번의 악수에서 시작되었다. 안핑은 동료 부친의 장례식에 갔다가 리쑤전을 보았다. 리쑤전이 염습사라는 말을 듣고 마치 지음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었다. 사람들에게 냉대받기 일쑤였던 두 사람의 손은 맞잡자마자 지음을 알아본 것처럼 좀체 놓아지지 않았다. ”
p126 “ 앞으로 사람이 죽으면 관을 매장할 수 없고 화장해서 유골함에 담아야 해요. 관을 준비해 둔 노인들이 하던 일을 팽개치고 진 정부에 가서 항의하다 화가 나 유리를 깨부수었어요. ”
p130 “ 힘이 센 하오바이샹은 라오웨이를 밀어내며 더 귀찮게 굴면 당신을 난도질해서 암쇠에 쑤셔 넣고 가루로 갈아버릴 테다, 그것으로 인육 두부 두 판을 만들어 진의 모든 개에게 먹이로 줘버릴 테다,라고 했다. ”
p168 “ 필히 네 처녀성을 잘 간직해야 해. 그걸 애지중지하는 남자들에게 그건 고급 승용차인 BMW와 같거든! ”
p195 “ 극도로 추운 쑹산 지구에 겨울 땔감이 떨어지는 건 사람의 목구멍을 막는 것처럼 끔찍한 일이었다. ”
p239 “ 룽잔진 사람들은 단얼둥의 글을 통해 종이에 인쇄된 글에도 거짓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
p302 “ 안타이가 다시 말했다. ‘ 다행히 우리가 어룬춘족이라 아이를 더 낳을 수 있었지. 안 그랬으면 부부마다 한 명뿐이었을 테고 그랬으면 진짜 비참했을 거야. 지금 다잉은 없지만, 우리한테는 다칭이라도 있잖아. ”
p334 “ 시원 사냥터 건설은 소수민족의 문화 관광 발전을 위해서라는 명목이지만 칭산현의 주요 간부가 사냥을 좋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
p383 “ 난 당신네 집안사람들이 죄다 미웠다니까요! 당신네 집안은 룽잔진에서 너무 잘 나가요. 영웅이면 영웅, 신선이면 신선, 경찰관이면 경찰관, 향장이면 향장. 젠장, 누구 하나 대단치 않은 사람이 없잖아요! ”
p460 “ 세상에 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데 누가 또 누구의 외침을 들을 수 있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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