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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기시군 2025. 11. 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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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다자이오사무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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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斜陽)은 사양산업할 때 쓰는 그 한자다. 좀 더 자세히 뜻을 살펴보면 저녁때 기울어가는 해처럼 서서히 몰락해 가는 모습을 말한다. #인간실격 의 다자이오사무는 그가 자살하기 일 년 전 일본귀족의 몰락을 그리겠다며 이 책 ‘사양’을 썼다. 그리고 이 책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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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귀족 가문, 어머니와 이혼을 하고 친정집에 돌아온 가즈코의 시점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도쿄의 큰 집은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다. 삼촌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생활을 이어가다. 삼촌의 사정도 여의치 않아 져 모녀는 시골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에 나가 죽은 줄 알았던 말썽꾸러기 ‘나오지’가 갑자기 돌아왔다. 마약은 끊은 모양이나 집에 돌아와서도 예전 모습이다. 없는 살림에 돈을 뜯어내 며칠이고 도쿄를 돌며 방탕한 생활을 한다. 

어머니는 쇠약해져 가고, 나오지는 정신을 못 차리고, 가즈코는 시골 생활에 농사까지 지으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막막한 생의 가운데, 그녀에겐 하나의 비밀이 있다. 사랑하는 남자. 유부남인 그를 사랑한다. 그의 아이가 가지고 싶다. 그녀는 그에게 몇 통의 편지를 보낸다. 그녀와 그는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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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의 정조(情調), 패배와 절망의 감정의 가락 안에서 작가의 삶을 바로 포기시키지 않은 것은, 혁명의 꿈과 사랑이 가지는 힘이었다. ‘망설임 없이 낡은 사상을 파괴해 가는 용기’와 ‘도덕을 거스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사람의 모습’에서 작가는 슬프고 애처롭고 아름다운 ‘파괴의 사상’을 그린다. 

민중에 대한 사랑을 고민이 깊었던 좌익운동 경험, 실상은 끝간데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작가의 분신들이 소설 안에서 비애의 바다 안에서 가끔 반짝이는 작은 ‘사금’을 찾은 일에 몰두한다. 소설의 성공 뒤에서 더 드물어지는 ‘사금’들 때문에 그는 일찍 삶이란 과정을 마쳤을 것 같다. 고단함이 느껴지기에, 작중인물과 소설가 자신의 자살에 ‘비도덕적이라 비난받는다 해도’ 난 이해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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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물들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그건 바로 비밀이라는 거죠. 어때요? 52p’라고 묻는 가즈코의 표정은 밝았을 것이다. 비밀이 없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렸을 때 버석이며 삭막해지는 삶의 무미건조함이 떠올렸다. 

인생의 무의미에서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대상이 무엇이 되었던 그것을 가지고자 하는 ‘의지’라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 안의 또 하나의 인격이었을 ‘가즈코’가 더 힘을 냈더라면 어땠을까 한번 생각해 봤다. 그랬다면 그의 이렇게 매력적이고 솔직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었겠구나 싶어진다.

✍ 한줄감상 : 인간실격의 여성판? 퇴폐미도 아름다움이며, 쓸쓸함은 계급투쟁은 물론이며 사랑에 대한 쟁투마저 일으킨다는 가정이 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멋진 소설.

p29 “ 이 평화에는 뭔가 불길하고 어두운 그림자가 소리 없이 다가와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머니는 행복을 가장하면서 나날이 쇠약해지고, 내 가슴속에 깃든 살무사는 어머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살이 오른다. 

p63 “ 논리는 결국 논리에 대한 사랑이다.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학문이란 허영의 또 다른 이름. 인간이 인간답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

p67 “ 내가 정말 괴로워 나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척한다고 수군거렸다. “ 

p69 “ 치욕을 당하지 않게 해 줘요. 누나! “

p74 “ ‘난 애인이 있어요.’ 어느 날 나는 남편의 잔소리를 듣고 쓸쓸해져, 불쑥 이렇게 말했다. 

p76 “ 불량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 불량하다는 건 상냥하다는 뜻이 아닐까. “ 

p92 “ 당신에겐 틀림없이 애인이 여럿 있을 테지만, 머지않아 저 한 사람만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

p109 “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p147 “ (나오지) 아버지의 피에 반항해야 한다. 어머니의 상냥함을 거부해야 한다. 누나에게 차갑게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중의 방에 들어갈 입장권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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