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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백 오피스

by 기시군 2022.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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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북클럽 가입하고 받은 책이다. 처음보는 작가였지만 언듯 언듯 평이 나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신청했다. 책장을 펼치니 의외로 몰입도가 높아 한번에 쭉 읽어내려갔다. 특히 기업을 배경을 하고 있으니 여기저기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회사원인 내 입장에선 남 이야기가 아닌것이 되니 더 이야기속으로 빨려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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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대기업 '태형'의 대형 행사의 기획과 실행를 둘러싼 커리어우먼들의 다이나믹한 기업 모험담이다. 부록들처럼 나오는 남자들 빼고  😁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보자.

*강혜원
행사장 '호텔 퀸스턴'의 백 오피스(지원사무실)의 중간관리자. 육아휴직 때문에 경쟁에서 밀렸다. 복귀하여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성과를 내고 있지만 가정과 자신을 버려둔다는 서운함에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

*홍지영
몇백대일의 경쟁을 뚫고 대기업 태형의 기획실에 입사했다. 업무에 재미를 느껴 밤낮없이 일한다. 문제는 지영의 업적마저 빼앗아가는 능구렁이 사수 오과장. 자신이 기획안을 내고 최종 선정된 이번 대형 행사 마저 오과장은 지가 한것 마냥 거들먹거린다.  

*임강이
행사기획만큼은 자신있다. 다만 자신이 소속한 회사 '아티스틱'은 너무 영세하여 언제 회사가 망할지 모르겠다. 마음에 맞는 파트너 '알렉스'도 있고 대표이사도 나쁘지 않지만 위기상황이다. 이번 '태영'건 만큼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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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니 이해가 되었다. 이 정도로 구현된 핍진성은 현장에 몸담지 않으면 쉽지 않았을 수준이다. 최유안 작가는 회사원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었다. 경험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구성과 긴장도, 메시지 등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은 소설을 만들어낸 좋은 작가로 보인다. 이 책은 여성으로 대한민국 기업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기업 안을 배경으로 구성원 개인, 개별 조직간의 치열하고 뻔뻔스러운 경쟁의 단면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성이라는 불리한 위치를 이겨내고자 하는 인물들의 필사적인 노력들이 절실하기만 하다. 갑과 을간의 관계와 알력, 힘의 불균형이 상식인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의 균형을 위한 합리적인 노력도 애처롭다. 잘 만든 기업소설로 조직생활을 조금이라도 했던 독자라면 많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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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나의 '일'과 '지향'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20~30대 넘치는 열정으로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공의 가도에 올라 타려는 젊음의 모습을 보며, 사실은 아련한 느낌이 먼저왔다. 오히려 소설 후반에 나오는 자신이 좋아하는 '트럼펫'을 위해 은퇴한다는 부매니저의 모습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오래 일을 해 왔지만 한번도 '성공'하기 위해 일한다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일할 동력으로의  '인정'은 필요했다. 주변사람들을 만족시켜주면 성과는 올라갔던것 같다. 하긴 이런 정신상태이니 이 모양 요 꼴로 사는지 모르겠다. 😅 그래도 밥굶지 않고 벌어먹고 책값에 부담없을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싶다. 아무튼 등장하는 멋진 3명의 주인공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살살해도 괜찮다고 '절실'이 과하면 자신이 다치게된다고. 책에 나오는 말처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일은 다음의 자신에게 맞기면 된다'고 말이다.

덧,
거친 경쟁만 있는 기업 이야기만 있는게 아니다. 책의 2/3정도 지난지점에 귀여운 로맨스 장면도 등장한다. 한 여성의 마음속에 마음에 드는 남자가 어떻게 스며들게 되는지 잘 그린다. ☺️ 미소지으며 보게되는 장면이었다.

p94" 오피스라면 모를까 백 오피스는 낯설었다. 강혜원은 백 오피스가 프런트 오피스의 후방 업무를 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의 얼굴인 프런트 오피스 뒤에서,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호텔의 거의 모든 업무를 보좌하는 곳이라는 거였다. 호텔 예산, 클라이언트, 행사 관리와 진행 준비, 객실 스케줄과 고객 관리 같은 것들이 모두 저곳에서 이루어진다는 강혜원의 말을 들으며, 홍지영은 불빛에 모인 사람들의 그림자가 바쁘게 겹쳐 지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태여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p134" 일을 하지 않았을 때는 일만 하면 좋을 것 같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었다. 가치 있고 정의로운 일을 하면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면 기회도 오고 삶의 방향도 제대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회를 취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려야 했다. 가족에게 쏟는 물리적인 시간, 관계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같은 것. "

p151" 인간이 맺는 관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에너지는 불안을 잣대 삼아 균형을 맞춘다. 마음도 그렇다. 들뜨는 때가 잇으면 가라앉을 때도 분명히 있다."

p182" 그러니 차라리 딸 유란에게 강혜원은 아무것도 아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혜원은 딸이 아무렇게나 살았으면 좋겠다. 우아하거나 고상하지 않아도 되고 힘들여 성공하고 싶지 않으면 그러지 않아도 되니 아무렇게나 살아 행복했으면 좋겠다. 엄마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딸은 엄마를 잃으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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