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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작가의 좌우명을 상상해본다.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 비록 전작 #스크롤 에서 너무 많은 새로움을 선사하는 바람에 나같이 올드한 독자들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긴 했으나 그의 그 실험정신 만큼은 존중하고 박수쳐주고 싶었다. 그런 그가 새책을 냈다. 공간과 건축에 관련된 에세이모음과 짧은 소설 두편. 그의 유니크한 '예술가의 창조성'이라면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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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Gate를 가진 얇은 책이다. 첫번째 문엔 '공간'에 대한 10편의 에세이가 모여있다. 공간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내 육체가 느끼는 범위라 한다. 나와의 '상호작용의 범위'를 공간이라고 한단다. 왠지 양자역학적인 느낌이 난다. Gate안에서 그는 미술관과 극장, 건축의 공간들을 대상으로 읽을만한 지적수다를 풀어낸다. 두번째 문엔 '엑소더스'에 관련한 7편의 글이 담겼다. 수다의 대상은 대형식물카페, 아파트단지, 지역담론, 출퇴근 이야기 등이다. 좀 더 개인적이며 좀 더 대중적인 글들이다. 마지막 문엔 차원(Dimension)이라는 제목으로 두편의 소설을 실었다. 짧고 부담없었던 것인지, 자신이 할수 있는 최대한의 실험성을 발휘한 작품들이다. 🥲 '비대한 자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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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정지돈작가의 지적수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책이다. 특히나 다루는 대상이 우리의 '공간'이기에 이야기꺼리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다니는 동네, 바라볼 수 있는 건축물, 사는 곳, 살았던 지방 등 정지돈식 수사는 다양한 레퍼런스들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준다. 나역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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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공간', '장소', '그곳', '거기'는 개별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얽히고 개인의 정체성이 부여되는 곳이다. 공항처럼 승차권의 가격으로 노골적인 계급사회가 드러나는 공간이 있는 반면, 또 다른 페르소나로 다른 행세를 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공간도 있을 것이다. 사라지는 공간들과 새롭게 나타나는 공간들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작 #스크롤 보다는 아주 재미있다. ☺️
p22 " 사람들은 작품을 보러 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전시를 봐야지, 영화를 봐야지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실상은 어떤 습관에 의해, 공간을 둘러싼 맥락이나 의례가 편하고 좋아서 가는 건지도 모른다. "
p45 " 고통은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된다. 데이비드 실즈의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듯이 보이는 장소, 사물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말이다. "
p52 " 크라카우어에게 역사는 인과에 따라 시간순으로 사건이 일어나는 연소적 과정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 미래와 과거가 서로 배신하고 뒤엉키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건 역사의 법칙이 아니라 변화하는 패턴과 배치이며 실현된 사건의 연쇄가 아니라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들의 집합이었다. "
p71 " 리처드 로티는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우리라는 감각을 가능한 확장시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쓴다. "
p89 " 한국에서 서울과 지방은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 그런데 이 지방 중에서도 부산과 대구는 유독 특이한 점이 있다. 그건 스스로가 서울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또는 스스로를 지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
p102 " 서울 밖은 사막이라고? 아니야, 지돈아. 진짜 사막은 경기도 밖이야. 여기가 세계의 끝이란다. "
p103 " 비장소는 이동과 소비를 위한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역, 공항, 주유소, 휴게소 따위를 말한다. 그는 당대를 초근대성이라는 말로 특징짓는데 이는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이 불안정해지고 세분화, 다원화됨을 뜻한다. 그리고 그러한 양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비장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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