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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이혁진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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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보통 자신있다는 말을 하기 힘들다. 전작 #사랑의이해 의 히트로 이미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라간 이혁진작가는 680여페이지의 신작장편을 내면서 '자신있음''을 표현했고 데뷰작 #누운배 부터 믿고 읽는 독자인 난 기대에 찼다. 역시나 몰입해 읽었고 재미있었다. 꼬투리를 잡자면 시비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술, 그것도 '위스키' 이야기가 1/3이 넘고 ☺️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관계와 그 맹렬한 얽힘과 풀어짐에 덕분에 매달리듯 소설속으로 질주하게 만든다. 집중했고 작가의 펜 끝 넘실거리는 이야기에 홀리듯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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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초반, 등장인물의 언술을 통해 작가는 깔아 놓은 멍석의 덕을 톡톡히 봤다. 소설이 현실적이여선 재미 없다. 무료한 일상의 한 장면이 소설이 될 수는 없다. 잘 조합해낸 이 땅의 40대들, 특히 무엇에 미쳐가는 인물들을 창조해 내어 그들간의 애정, 배신, 증오, 질투 그리고 범죄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주식과 벤처 투자관련 팀장으로 이미 나름의 성공을 거든 41살의 해원, 어느날 음악을 배우고 싶어 SNS를 뒤지다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가 준연을 만난다. 말이 통하는 둘은 바로 친구가 되고, 우연찮게 준연의 여사친인 하진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가업인 위스키를 만드는데 일에 삶 전체를 바치고 있는 여자 하진의 매력에 해원은 점점 빠져들게 되고, 하진 역시 조금씩 해원에 대한 호감이 쌓인다. 하지만 둘보다 오래된 사이이자 너무나도 친근하고 깊게 서로를 배려해주는 준연과 하진의 모습에 혜원은 질투를 시작하고 점차 팽팽한 긴장이 고조되는 일종의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만다. 셋은 모두 서로에게 마음을 두고, 숨기고,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감정을 쌓아간다. 그리고 얼키며 뒤뚱거리며 질주하는 관계와 감정의 숨가쁜 달음박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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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소설이 사람들에게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있다.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 주식과 투자에 인생을 몰빵하면서도 예술에, 감각에 마음을 내어주는 인물 혜원은 조금은 하루키 적이며, 삶과 예술의 극명한 갈등에 시달리는 준연은 아주 고전적인 인물이다. 자기 삶의 목표를 향해 명쾌하게 달리는 사랑스러운 여성 혜원 역시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소설이 비일상적인 인물들로 일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일상적인 인물들의 비일상적인 사건을 만들어는 내는 방법, 두가지 형태가 있다면,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비일상적인 인물들의 비일상적인 사건들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래서 제목이 '광인'인 건가. 예술에 미친 준연과 위스키에 미친 하진, 그리고 사랑에 미친 혜원이라는 3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상에선 드러내기 힘든, 마음 어딘가엔 조금씩 숨겨져 있는 '광기'를 발견해 가며 공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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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가 하진같은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 여자가 해원같은 남자에 호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재미없는 평범한 일상에 작가가 뽑아올린 인물들로 우리는 멋진 환타지를 구경한다. 비록 그들이 40대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라는, 자신이 개입할 수 없었던 관계의 고통을 과도하게 뿜어냄에도, 독자인 우리들은 인물들이 고통에 최소한 일부는 동참 할 수 밖에 없다.
작가가 생각하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유'에 대한 모든 집중이 모여있는 작품이다. 일부 이유는 동감했고, 일부는 동여여부와 상관없이 즐겼다. 사실 모든걸 떠나 이렇게 깊이있는 '술'이야기가 많이나오는 소설을 술꾼으로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 읽는 내내 위스키의 유혹에 휩쓸렸고, 사실 몇 잔은 홀짝일 수 밖에 없었다. 술을 부르는 소설이다.
✍ 한줄 감상 : 680페이지가 지루할 틈이 없이 연애와 예술, 기업과 범죄 이야기까지, 작가의 욕심이 듬뿍 담긴 현대판 광염소나타.
p15 " 이를테면 수많은 예쁨들에서 증류해 낸 규칙, 그게 아름다움인 거예요. 지식과 진실이그런 것처럼요. "
p19 " 그리고 진실이란 어느 편, 어느 시대나 사회에 속하지 않을 때 우릭 확인하고 실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규칙이고요. "
p29 " 관계의 즐거움이란 적당한 거리에서 비롯하니까."
p48 " 구덩이에 빠졌으면 닥치고 빠져 나와야 해요. 기를 쓰고 어떻게든 기어 올라와야죠.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건 구덩이가 아니라 그 구덩이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느냐니까요."
p109 " 내 기준에서, 연애란 예쁜 여자와 하는게 아니었다. 예쁘데가 있는 여자와 하는 게 연애였다. "
p177 " 악기를 통해 내는 두사람의 소리였고 자기 삶을 살고 경험과 훈련으로자기 삶을 채워 낸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
p214 " 그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속박이라는 뜻이. 어떤 속박을 선택하는가 우리의 자유예요. "
p224 " 우린 늘 경쟁 속에서 남성이라는 걸 증명해야해요. 그게 남자로 사는 괴로움과 고단함이죠. 여자들은 여성이라는 걸 증명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작고 약한 여자로 살아 남아야 한다 것, 그게 여자로 사는 괴로움과 고단함이죠. "
p266 " 다 죽는다고 우리가 죽기 위해 사는 건 아니잖아? 다 헤어져도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건 아니지. "
p292 " 결국 맥락 아닐까요? 그런 거 같아요. 리듬도 어떤 맥락을 만드는 거고, 선율도 그 안에 담긴 노래도 맥락이죠 "
p303 " 사랑할 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니까, 또 미치지 않고서야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나이이니까. "
p381 " 진짜 최악의 의미는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뜻이고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아직 있다면 최악은 아니야. "
p402 " 마음이란 건 사실 아주 간단했다. 모든 걸 자기 중심으로 해석하고 작동하는 기계, 그게 마음이었다. "
p499 "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니고 촌극이라는 걸, 짤막짤막한, 아무 의미도 깊이도 없고, 그저 지푸라기 잡듯 지폐를 붙잡아 보려 서로 밀치고 깨물고 할퀴고 때리는, 도대체 왜들 그렇게 천박하게 구질구질하게 사느냐는 말밖에 안 나오는 촌극. "
p569 " 사랑은, 왠지 모르겠지만 사랑은 늘 조금 부족한 곳으로, 채워짐이 필요한 곳으로만 흘러가죠. 사랑이 채우는 거니까. "
p649 " 오래전 준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이란 자기가 짓밟히는 건 참아도 작기가 사랑하는 게 짓밟히고 짓이겨지는 건 참지 못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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