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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산자들

by 기시군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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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들 #장강명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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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작이다. 이 책을 왜 놓쳤나 싶다. 이 책 역시 장작가의 에세이 #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 에서 알게된 책이다. 무척 재미있다. 특히 읽는 독자가 회사, 조직생활을 하고 있거나 경험자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겪었을, 내 옆에서 일어났을 일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장강명작가는 못쓰는 장르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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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짧게 개요만 보자.

1부 자르기
*알바생 자르기 : 부지런하지 않은 월165만원의 알바생을 관리하는 난 괴롭다. 위에선 빨리 그녀를 자르라 압박한다.
*대기발령 : 자회사로 발령을 거부한 우리 사보편집팀 4명은 대기발령을 받고 아무할일없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퇴근시간을 기다려야 할 신세다.
*공장 밖에서 : 쌍용자동차 사태에 공장안에서 노조의 권리를 사수하려는 사람들, 죽을 사람들과 회사의 협의를 해서 밖으로 나와 '살기'로 산 자들이 있었다.

2부 싸우기
*현수동 빵집 삼국지 :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우리집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 역근처 입지좋은 곳에 경쟁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고 바로 길건너에는 싼가격에 빵을 파는 작은 빵가게까지 생겼다.
*사람 사는 집 : 재건축지역에 세를 사는 선녀씨는 이사비 한푼 못받고 쫓겨나야하는 게 너무 억울하여 철거대책위원회에 가입을 한다.
*카메라 테스트 : 창원MBC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한 지민은 벌써 수십번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진 경험이 있다. 이번 시험도 1명 채용에 수십명이 카메라테스트를 받는 상황이다. 학원에서 받은 교육과 메이크업, 의상, 나름 최선의 준비를 했다.
*대외활동의 신 : 낮은 스펙의 대학생, 대외활동 만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비결은?

3부 버티기
*모두, 친절하다 : 시스템이 모든 '을'들을 친절하게 만든다. 우리는 인위적인 친절에 파묻혀산다.
*음악의 가격 : 소설가인 나도 인세보다 강연료로 먹고산다. 인디밴드 '지푸라기 개'는 몇푼의 스트리밍 로열티로는 살아갈 수 없어 기타강습에 다양한 일로 생계를 꾸린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 급식비 내지 않은 학생은 급식을 먹지말라는 지랄을 치며 식당을 지키는 교감이 있는 사립학교. 학생인 우리가 나서기로 하고, 유튜브 출연에 기자회견까지 벌인다. 학교는 난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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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부분의 노동소설 및 현실고발소설들은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만’ 서술들을 해온 경향성이 있다. 물론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너무나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갑'측의 논리라는 것은 들어볼 가치도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장강명의 노동&현실고발소설은 조금은 색깔이 다르다. 아픈곳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 왜 어째서 이런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통을 주고 있는 그들(갑)에게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까지를 최대한 폭 넓게 기록하고 설명하고 싶어한다. 이 책 '산자들'은 그 의지가 관철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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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희생으로 편리해 지는 사회. 필사적으로 계급의 사다리에 매달리는 청춘들. 사람들은 짤리기도, 싸우기도, 버티기도 하지만 사다리에 올라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가디리를 걷어찬다. 그리고 밑에거 생존의 손을 흔드는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을'들간의 아귀다툼을 벌인다.

그 잔인한 모습이 드러난다. 과거 쌍용차 사태에서 공장의 바리케이드를 두고 산자와 죽은자(퇴사예정자)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에서, 대기발령으로 벽만쳐다보고 종일 책상을 지키는 동료들 중 하나 둘 씩 살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에서, 좁은 동네 3개나 되는 빵집 주인들이 벌이는 목숨줄을 건 을들간의 전쟁에서, 우리는 그 잔인한 모습을 확인한다.

몇십대일의 경쟁율에서 작은 실수하나로 탈락하는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거짓말p230'을 하는 '보이지 않은 누군가'가 바로 나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무엇이될까? 같이 수록된 단편 제목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가 떠오른다. ’당신은 사는 게 재미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현실과 잘 '사는 것'에 대한 엇갈리는 상념을 만들어내는 소설집이다. 좋은 책이다.

p122 “ 그녀는 자신들이 마분지로 만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사히 강기슭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

p164 “ 동네를 새로 지을 때 땅을 깊이 파내면 재개발이다. 재개발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도 이사비를 줘야 한다. …. 깊이 파내지 않으면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할 때에는 세 들어 살던 사람에게 이사비를 주지 않아도 된다. 아니 주지 말아야 한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멋대로 주는 것은 주인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므로. ”

p217 “ 배현진 아나운서가 MBC 공채에 합격할 때 경쟁률은 1296대 1이었다. ”

p267 “ 신(주인공이름)은 자신이 어떤 역할극을 수행하는 중이고, 그 자리에서 너무 순도 높은 진실은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

p313 “ 현대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을 부정한다….. 재화와 용역의 가치는 투입한 노동이 아니라 구매자의 주관적인 효용과 공급량, 보완재와 대체재의 가격 같은 요소들에 의해 결정된다. ”

p314 “ 강연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내용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들은 내용을 원하는게 아니라 아우라를 원한다. ”

p320 “ 거기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음악을 들으러 온 게 아니야. 그냥 록 페스트벌에 있는 자기 자신이 좋아서 오는 거야. 온 김에 셀카도 몇장 건지고. SNS에서 자랑도 하고, 여행 상품 같은 거야. ”

p343 “ 참고로 내 별명은 ’섹스‘또는 ’성문제‘다. 이름이 성제문이기 때문이다. ”

p366 “ 무엇보다 남자 고등학생들이란, 뭉칠수록 테스토스테론이 점점 더 많이 분비되는 족속들이다. ”

p379 [작가의말] ”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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