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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한국이 싫어서

by 기시군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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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평이 좋아도 개인적인 편견 때문에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장작가를 좋아함에서 출간 당시 시놉을 보고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야 하면서 스킵했었다. 이번에 민음사북클럽 도서선택 시 이 책이 다시 눈에 들어와 신청을 했다. 책장을 펴자마자 단번에 읽었다. 스킵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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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까지 버리고, 3년 넘게 지옥철에 시달리며 모은 종자돈 탈탈 털어 '호주'로 이민을 떠나는 김계나씨.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다. '여기서 못 살겠어서'다. 당연하다. 가진 것 없는 흙수저. 엄빠는 아현동 개미나오는 연립의 재개발만 기다리는 서민이다. 심지어 계나가 힘들게 모은 2천만원도 내 놓으라한다. 어렵게 들어간 종금사는 평생직장으로 삼을 만한 곳은 아니다. 결정적인건 출근시간 '아현역'에서 '역삼역'까지의 콩나물시루를 매일 견뎌내야 한다는 거다. 계나씨는 결론을 냈다.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 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호주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떠나는 순간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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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글 잘쓰는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의 스타일은 딱 마음에 든다. 구질구질하려면 한도끝도 없을 이야기를 이렇게 경쾌하게 풀어내다니. 기승전결의 구도는 어떤가. 그리 길지 않은 경장편의 볼륨을 알뜰살뜰 잘 짜내어 '행복'을 찾아가는 한국의 한 여성을 둘러싼 거의 모든 '한국의 불행적 요소'들을 잘 모아놓았다. 우리는 아프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계나씨가 이런 악당들을 어떻게 무찌르나 응원하며 구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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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리뷰했던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기원 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은 크고 거대한 한번의 행복(아파트 당첨,로또)보다는 작은 행복의 반복(사랑하는 이와의 식사)이 훨씬 가치가 있다고 한다. 계나가 이야기하듯 거대한 '자산형 행복'을 쌓기 위해 오늘을 투자하는 한국형 '행복'보다는 매일매일 작고 소소한 기쁨을 찾는 '현금흐름성 행복'이 가능한 곳이 '호주'라 생각해 그녀는 떠난것이다. 100%동의한다. 비록 나의 처지가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젊음이 없다는 문제가 있어 한국에 머무르기는 하지만, 노력할 것이다. 미친듯이 경쟁만 하는 한국사회에서 죽지 않으면서도 소소히 살아갈 수 있게 말이다.

덧,
본문에선 생략했지만, 책의 큰 재미 중에 하나는 '호주'에서의 어드벤쳐다. '키에나 킴'으로 불리우며 살아내는 멋진 여성의 모험이야기들은 작가의 글쏨씨에 힘입어 정말 잘 빠졌다. 😁 아픈 주제지만 즐거운 독서. 장강명작가의 매력이다.

p11"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p170"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p186"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 매는 거랑 똑같지 뭐.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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