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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땀냄새 가득하다는 비유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선 비유가 아니다. 꽃게잡이 어선 위에 어부들의 비린 땀냄새와 돼지사육농장에서 돼지똥을 하루종일 퍼나르며 풍기는 쩔은 땀냄새까지 온갖 현장의 느낌이 날것 그대로 전해져 온다. 노동 르포 장르의 문제작으로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의 아픈곳을 굳이 쳐다보기 싫어하는 비겁한 마음 때문에 읽기를 외면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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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논픽션과 하나의 픽션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덩치좋고 수다스럽진 않지만 할말은 하는 20대 후반의 남자주인공은 고통스러운 노동의 현장이야기에 생각지 못한 유머까지 잘 버무리며 그렇게 아프지 않게 책을 읽게 한다. 주요 5개 내용을 잠깐 본다.
*1부 이틀발이
진도 서망은 꽃게잡이로 유명한 항구다. 목돈마련이란 홍보문구에 홀라당 넘어간 주인공은 직업소개소의 연결로 배에 타게된다. 기본급 100만원 보장에 보너스구조이지만 배에 타보니 누구도 기본급을 제대로 받는 사람은 없다. 12미터 짜리 배에서 하루 12시간을 통발을 내리고 올리는 중노동에 시달린다. 그만두고 싶으면 돈은 고사하고 사람들 눈을 피해 목포까지 탈출해야 한다.
*2부 빈민의 호텔
월12만원짜리 고시원에는 고시생들이 없다. 진짜고시생은 2~30만원짜리에서 살고 여기는 일용직 노동자들만 산다. 방음은 안되고 좁다. 화장실하나에 수십명이 이용을 하니 아침마다 전쟁이다.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 구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은 알바에게 감정을 배설한다.
*3부 과자의 집
공장형 돼지의 집에 들어서면 통증수준의 악취가 온몸을 감싼다. 헨젤을 잡아먹으려고 살을 찌우는 마녀처럼 시스템은 돼지에게 많은 양을 먹이고 대량의 똥을 생산한다. 원가를 줄이려면 소수의 인원이 하루종일 돼지의 똥을 푼다.
*4부 면죄부
농촌의 비닐하우스 일은 단순반복적인 노동도 문제지만 어설픈 컨테이너박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난방도 없는 바닥에 누워 적막과 함께 밥을 보내는 밤이 늘어간다.
*5부 T.G.I.F
자동차회사는 이 부품회사에 하청을 준다. 부품회사는 인력회사에 인력을 파견받는다. 파견된 노동자는 더 싼가격에 파견온 중국인들을 멸시한다. 남여노동자는 시급과 노동강도 문제로 서로를 꼬아본다. 공장장은 승진을하고 시급 50원 인상은 지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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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찾아본 것은 당시와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가였다. 진도 서망은 다행히 씨가 말라가던 꽃게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도급받은 고용선장의 독립채산제 비슷한 수익구조는 변화가 없다. 베트남과 한국의 노동자들의 하루 4~5시간의 쪽잠을 자며 계속 꽃게를 잡고 있다. 편의점 알바의 인건비는 지난 정권의 최저시급 인상 노력으로 2배이상 올랐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고시원비용 역시 12만원에서 24만원대로 2배로 올랐다. 기업형 돼지사용 공장의 규모는 더 커지고 있다. 농촌의 노동자 숙소 문제는 몇명의 노동자가 얼어죽는 사태 이후 당국의 감시는 늘어갔으나 코로나 이후 인력수급자체가 안되어, 그 여파로 우리는 비싼 채소를 먹게된다. 제조공장의 파견과 하청의 재하청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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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온한 일상은 누군가의 노동으로 인해 생겨난다. 내가 번 돈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내가 먹고, 입고, 자는 곳 모두 누군가의 땀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잊고 살던 명제였다. 내 일상에 바빠 그들의 노동이 정당한 댓가를 받고 있는지, 인간다운 대접은 받고 있는 것인지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 이제는 40대가 되었을 작가는, 데뷰작인 이 책을 통해 그 현장의 소리와 장면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왜 이렇게 평이 좋았는지 알겠다. 진심은 힘이 쎄다.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노동'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성찰'할 기회는 쉽지 않다. 읽기를 정말 잘했다.
덧,
작가의 다음 책인 #고기로태어나서 도 읽어야 하는데 망설여 진다. 😭 우리가 고기를 저렴하게 먹기 위해 어떤 희생들이 벌어지는가를 샅샅이 훓어볼것 아닌가. 고통이 예상된다. 고기 좋아하는 내 식성상 안먹진 못할것 같구.. 아무튼 그 책도 아마 읽을지 못할듯 싶기도 하다.
p165" 누군가는 '빨리빨리' 문화가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하지만 그 부작용은 오롯이 감정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다."
p332" 마을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돈만 밝히고 힘든 일은 안 하려고 한다며 혀를 찼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일이란 어떤 사람이라도 꺼릴 만한 일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누군가는 최악의 생활환경에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일하는 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p437"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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