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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삶은 다른 곳에

by 기시군 2024.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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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다른곳에 #밀란쿤데라 #민음사 #밀란쿤데라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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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이 15권이나 되니, 책 고르기가 만만찮다. 인친님 추천으로 이 책을 골랐다. 아무래도 난 후반기 작품들보다 전반기 작품이 더 땡기는 것 같다. 1973년에 발표한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의 한없이 가볍고자 했던 주인공 토마스의 어릴 때 모습을 보는 듯한 착시를 느꼈다. 삶이 다른 곳에 있다면 최소한 ‘여기’는 아니라는 이야기일터이고, 그곳들은 어디인지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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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많이 사랑하는 어머니, 자식의 필요를 못느꼈던 아버지 사이에 우리의 주인공 ‘야로밀’이 태어난다.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은 넘치고 아버지의 그림자는 흐릿하다. 총명하고 그림과 글쓰기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야로밀은 어머니와 불륜관계를 가지게 되는 ‘화가’를 스승님으로 두고 그림을 배운다. 성장하면서 청소년기를 거치며 여린 외모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기를 보내기도 하며, 멋진 시를 써내어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마음에 두던 이쁜 여자와 이루어지지 못하고 오해가 불러온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 사이 세상은 변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 야로밀은 젊은 공산주의자로서 활동을 한다. 감상적 관념을 벗어나 반체제 인사를 공격하고 사회주의를 찬양하는 시를 쓰는 등 활동은 활발해 지지만 내적 갈등은 커져만 간다. 사회와 사랑 사이에서  절뚝거리는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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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쿤데라의 주제는 인간본성과 사회였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 구조를 따른다. 인간 내면에서 형성되어지는 욕망, 섹스, 사랑의 알갱이들이 세상과 마주칠 때 어떤 파열음을 내는가에 집중한다. 본성 안에서도 긴장 상황은 유지된다. 내 욕망 안으로 들어오는 사회적 욕망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뻔하지 않은 변주가, 다양하게 분열하는 서사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복잡한 상호작용 안에서 이루어지는 ‘원래의 사람’과 그 안에 존재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사람’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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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성장소설로써 가져야할 재미적 요소들을 아기자기 다 가지고 있다. 첫 경험의 설렘과 열정, 부모 품 안에서 시작하는 평안한 삶의 시작이 성장하며 부모와 갈등하고, 애정과 불만이 쌓여가는 과정이 어찌 보면 전형적이지만, 쿤데라식 비틀기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진다. 야로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자비에’는 소설 속 소설로 야로밀의 근본적인 욕망을 대신해 주는 페르소나로 나름의 역할을 다한다. 바로 전에 읽었던 후기작 #느림 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 

✍ 한줄감상 : 한 없이 가벼움에 다가갈 수밖에 없었던 쿤데라의 시원(始原) 같은 소설. 

p20 “ 서로의 다가섬은 언제나 타자성을 넘어서는 것이었고 포옹의 순간은 그것이 단 한순간이기 때문에만 황홀한 것이었다. “ 

p55 “ 화가의 역할은 사물의 모양을 그대로 그려 내는 게 아니라 종이 위에 자기 고유의 선들로 세상을 창조하는 일이라는 걸 기억해라. “ 

p73 “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 자신의 삶만이라도 바꾸고 그 삶을 좀 자유롭게 살자고. “ 

p117 “ 그는 금발 여학생의 눈을 들여다 보았고, 일시적인 것을 영원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속임수 놀이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는 것, 사랑이라 불리는 이 속임수놀이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 

p125 “ (자비에는) 그는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잤다. “ 

p188 “ 야로밀이 냉소적인 어조를 시도하면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예술에 아무것도 새로운 것을 가져다준 것이 없으며 낡아 빠진 부르주아적 키치와 구분할 수 없이 닮았다고 말했다. “ 

p196 “ 자유는 부모가 거부되거나 땅에 묻히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없는 데서 시작된다. “ 

p284 “ 시인은, 자유는 시의 의무이며 은유 또한 싸워서 지켜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외쳤다. “ 

p291 “ 삶은 다른 곳에, 학생들은 소르본 대학교 벽에 이렇게 썼다. “ 

p304 “ 섹스를 할수록 나는 더 혁명을 하고 싶고, 혁명을 할수록 나는 더 섹스를 하고 싶다라는 말이 소르본 대학교 어느 벽에 있었는데, 야로밀도 빨간 머리의 몸속에 두 번째로 들어갔다. “ 

p321 “ 서정시는 도취이고, 인간은 세상과 보다 쉽게 섞이기 위해 도취한다. 혁명은 연구되거나 관찰되기를 원하는 것아 아니라 사람들이 혁명과 하나가 되길 원한다. “ 

p349 “시는 모든 진술이 진리가 되는 영역이다. “

p477 “ 나중에 야로밀은 자신의 분신, 자비에를 만들어 내 그와 더불어 또 다른 삶, 꿈과 같고 모험에 찬 다른 삶을 지어냈다. “ 

p496 “ 그렇다면 여기에서 비극적인 것과 우스꽝스러운 것 사이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오로지 성공이라는 우연에? 비루함과 위대함을 구별 짓는 것은 무었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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