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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아무튼, 데모

by 기시군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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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데모 #정보라 #위고 #아무튼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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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에 정보라작가의 에세이가 출간된다니 팬심으로라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 정작가는 이미 비정규직강사 노조 활동 등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이 책엔 그 활동 중 자기 자신이 느끼는 고뇌와 고통, 상념 등이 담기지 않을까 추측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책은 일직선으로 ‘데모’, 즉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시위’ 이야기로 돌진한다. 역시 정보라 작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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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데모하러 가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기에 물, 깔개, 보조베터리, 휴지는 필수다. 방해하는 어버이연합등의 소음을 피하려면 귀마개도 준비해야 한다. 필수 준비물을 챙기고 그녀는 현장에 들어간다.

*이태원 유가족과 함께 무책임한 정권을 규탄한다.
*세월호 광화문 집회자리엔 강의가 끝나자마자 찾아가 함께 고통을 나눈다.
*광화문 지하철역에는 전장연(전국장애인연합회) 동료들이 있다. 불편한 몸의 그들이 지상의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행진은 언제나 행복하다. 서울대 비정규강사들과 서울대를 행진한다.
*오체투지는 한 여름엔 내장이 익을 것 같고, 한겨울엔 그 차가움에 온몸을 떤다. 하지만 땅 가까이 시선이 내려가 바닥에 작게 살아있는 풀잎들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아직 ‘고공농성’은 해보지 못했다. 그 좁은 공간에 그 긴 시간들을 견디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안쓰러움이 가슴을 쓰리게 한다. 
*데모는 국내에 한하지 않는다. 홍콩 민주화부터, 전 세계 어디든 권력이나 편견에 억압받는 모든 인간의 활동에 동의한다. 작가이나 실천가 정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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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보라의 이력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까 정리해 둔다. 연세대를 나와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나와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 전공으로 박사를 받은 인재다. 우리에겐 #부커상 후보의 #저주토끼 저자로 더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이미 십여 권 이상의 소설을 낸 전문 SF작가이며 오랫동안 비정규직 강사노조 활동을 지치지 않고 해내고 있는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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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데모’하라 가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시위 현장에 가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딘가 걸어가는 것이 ‘더 좋은 세상’에 가까이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그녀의 시선은 철저하게 ‘사람들’에게 향해있다. 고통받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 불공평한 대우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타자에 대해 우선시 하고, 자신의 슬픔은 드라이하게 대한다. 46살에 노조활동하면서 만난 배우자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도 그저, 작은 사건이 있었다는 투로 '쓰윽' 지나가 버린다. 자기 연민을 배제할 수 있는 힘, 고통 속으로 들어가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기개, 용기. 나는 그저 그녀를 ‘리스펙👍😍’ 할 수밖에 없다. 

✍ 한줄감상 : 작가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데모’에 매번 나가지 못하더라도 ‘더 좋은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투표장엔 꼭 나가자. 그놈이 그놈이라 핑계 대지 말자. 그것 때문에 이렇게 망해간다. 덜 나쁜 쪽에 고르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를 누리는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아무튼투표 ! 🗳️

p43 “ 장애등급제는 장애를 ‘의학적으로’ 분류하여 6개 등급으로 구분해 지원에 차등을 두는 제도이다. 장애등급제는 사람 몸에 고기처럼 등급을 매겨서 결과적으로는 국가가 장애 지원을 최소화하는 구실로 사용되고 있다. “ 

p50 “ 전장연 행진을 할 때….. 어떤 사람이 불쑥 다가와서 휠체어 사용자 동지를 때리려고 했다. 아주 비겁하고 야비하게, 옆에서 걸어 가는 비장애인은 건드리지 않고 휠체어 사용자만 공격했다. “ 

p75 “ 분명히 말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오체투지는 보는 쪽보다 직접 하는 쪽이 쉽다. “ 

p81 “ 경험해보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다. 타인의 몸을 경험할 방법은 없으니까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경험하는 세상을 정말 전혀, 하나도, 결단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배우거나 이해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

p84 “ 오체투지를 하면…. 포석과 시멘트를 뚫고 자라나는 풀과 꽃이 더 크게 보이고 길에 박힌 돌이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이 보석처럼 아름답다. “ 

p123 “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 투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만들었더니 회사가 문자 한 통으로 다 잘랐다. “ 

p130 “ 2015년 여름에 노조에 가입하고 2016년 1학기에 서울대 음대강사 집단부당해고 대응 학내 집회에 지원하러 가서 처음으로 노조활동다운 노조활동을 했다. 대학 본부 앞에 차린 농성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선전전을 했는데, 나는 행진을 좋아하기 때문에 위원장님(현재 남편)에게 행진은 안 하냐고 제안했다. “ 

p142 “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대회에 가서 ‘ 불법 인간은 없다. ‘는 구호나 현수막을 볼 때마다 나의 ‘외국인 노동자 시절’을 생각했다. “ 

p168 “ ‘자유주의적-인본주의적 유토피아’을 믿는 사람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 유토피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꼭 내 눈앞에서 이상향을 보는 순간이 오지 않더라도 어쨌든 더 좋은 앞날을 위해서 계속 노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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