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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서울 리뷰 오브 북스 13호

by 기시군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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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 #서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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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3권째 발행이다. 창간 3주년 기념호. 일단 만들고 계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척박한 도서시장에서 본격 책 비평사를 이렇게 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호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시절에 맞는 특집 ‘ 민주주의와 선거’은 시의적절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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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건과 호빗이라 불릴만한 광신 또는 무지한 대중들이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민주주의 체계는 믿을 만 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책 #민주주의에반대한다 는 책의 비평이 서두를 연다. 결국 엘리트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는 위험성. 우리는 이미 중국의 엘리트주의 정치체제의 한계를 보고 있다는 사실과, 민주주의는 최선의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막을 수 있는 체제임으로 의미가 있다는 상식으로 그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민주주의공부 에 대한 비평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자유무역의 확산이 가져온 국가 간, 국가 내 경제적 불평등에 기인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차별 없는 차이의 인정 p44’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또한 선거는 민주적 인가 하는 문제제기도 의미가 있었다. 이미 역사 속에 묻힌 ‘추첨제 선출’이라는 제도의 재검토는 실현가능성을 떠나 ‘선거’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은 있지만, 민주주의를 지키는 제도로서의 선거는 ‘시민들이 판관이 되는 사법제도p62’로 여길 수 있다는 저자의 정리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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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봄 리뷰도 재미있게 읽었다. 전두환과 장태완의 대립을 #솔로몬의판결 로 비유한 부분은 특히 공감했다. ‘내전’을 부르짖으며 자신들을 진압 못하게 악을 쓰는 전두환은 아기를 둘로 갈라서라도 욕심을 채우겠다는 쪽이며, 결국 차마 아이(국가)에 손을 델 수 없었던 진압군 측은 권력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는 서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필자인 #정아은 작가가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라는 점이 반갑기도 했다. ☺️

베스트셀러 #마흔에읽는쇼펜하우어 비평도 빼놓을 수 없다. 입문서가 아닌 ‘인생 교훈’을 전달하는 책이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더라도 너무 많은 오류와 잘못된 해석들이 많다는 점에서 읽어보신 분들이 한번 챙겨 볼만한 꼭지다. 

그리고 가장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읽은 ‘광해군 논쟁 정리’도 뜻깊었다. 사실 광해군을 둘러싼 이견들이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디테일은 몰랐다. 내가 애정하는 작가이기도 한 #김영민 교수는 조선사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는 광해군을 둘러쌓고 벌어진 논쟁을 잘 정리해 주고 있다. 인조반정이 ‘충’보다 ‘효’를 중시한 ‘효치국가’의 탄생으로 보는 입장과 반론, 주권을 둘러싼 논쟁, 즉 왕권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왕권에 있으나 조선의 경우는 ‘왕실’에 주권이 있다는 주장과 그 반론 등. 오랜만에 특정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재미를 알려주는 꼭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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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이름붙이기 서평을 쓴 #정우현교수 의 글도 편안하게 읽었다. #물고기는존재하지않은다 와 이 책이 쓰여지게 된 상세한 배경설명도 좋았고 두 책의 저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차이를 알게 된 것도 이 서펑 덕분이다. 물론 교수님의 지론인 ‘생명이라는 존재를 그저 정량적 과학에만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논지는 아직 동의가 되지 않지만 최소한 이 서평에서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공감한다. 나 역시 그저 통계와 딱딱한 과학적 사실 만으로는 인간세계 모두를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할거리와 논쟁점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내가 바라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은 곳에 존재할 뿐이다. 서리북은 일상에서 놓치게 되는 세상의 중요한 일(내 생계와 직접 관련 없는 😅) 들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 준다. 그것만으로도 존재의미가 있다. 이 숭고한 행위가 계속되었으면 한다. 작은 힘을 보태려 정기구독을 연장했다. 

✍ 한줄감상 : 책의 바다를 항해사는 길에 앞장선 항해사 같은 책. 가끔의 잘난 척은 참아줄 수 있어야 좋은 항해가 가능하다. 😉 

p45 “ 포퓰리즘은 선심성 정책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은 일부 국민들이 자신이 품고 있는 정치적 불만을 모든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하여 그 불만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신예 정치인을 지지하는 운동 혹은 이념을 의미한다. “ 

p55 “ 추첨의 또 다른 정신은 ‘정치에 전문가는 필요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정치 전문가가 있다면 이들은 오히려 시민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력을 지속시키는 것도 전문일 것이기 때문이다. “ 

p57 “ 선거가 주요 정치 과정이 되면서 ‘우열’의 개념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대표성의 원리는 ‘나와 유사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주장될 수 있지만 결국 투표의 과정은 나보다 탁월한 사람을 내보내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

p92 “ ‘서울의 봄’은 죄인을 단죄하지 못하는 데 무심해진 동토에, 민주 사회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곳곳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하는 일이 일어나는 데 경각심을 잃은 한국 사회에, 온기와 빛을 몰고 온 의미심장한 영상물이다. 감독은 1979년 12월 12일이라는 역사적 하루를 ‘사나이들 간의 대결’로 선명하게 형상화했다. “

p117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서가 아니라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대한 대중적인 소개서다. 그것도 본격적인 소개서라기보다는 쇼펜하우어의 사상에서 인생 교훈을 끌어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

p122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에서 쇼펜하우어는 삶에의 의지를 철저하게 부정하는 금식을 통한 아사는 긍정적으로 보았다. “ 

p132 “ 오항녕이 보기에 광해군의 시대는… 대동법 시행을 거론하지만, 사실 광해군은 대동법을 반대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했을뿐더러 대동법 실패의 원인(토목공사)을 제공했다. “

p148 “ (조선은 극장국가라는 주장) 극장국가와 흔히 대비되는 것이 관료제 국가다. 관료제 국가론은 계승범의 효치국가론을 재고하는 데 중요하다. “

p186 “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도 꽃들은 그저 피어나 어디서든 잘 자라고 있다. 자연은 불러 주는 이름이 없이도 서로 어울려 잘 지낸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즉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름을 불러 주거나 비슷한 것끼리 모아 합리적으로 분류했다는 이유로 생명에 갑자기 없던 생명력이 생기거나 가치가 더 높아질 리 없다. 거꾸로 이름을 빼앗겼다고 하여 분류학에 투신했던 학자들의 노고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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