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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세이프 시티

by 기시군 202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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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시티 #손보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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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작가는 22년에 처음 알았다. #그들에게린디합을 이라는 단편집은 관습적인 이야기를 비틀어 새롭게 일상의 모순을 드러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작품집이었다. 사실과 기억의 간극을 인지하여 결론은 언제나 조심스러운 태도. 예의 바른(?) 작법의 소설가로 기억한다.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그것도, SF소설이라는 점에 기대가 되어 책을 바로 구매했다. 양장본 표지, 거꾸로 매달린 건물들 이미지가 인상적인 책은 자간 간격이 넓은 250여 페이지의 분량이었다. 책을 펴고 바로 2시간 만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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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잠깐 보자.

근 미래, 도시는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로 구분된다. 새로 개발된 지역은 치안도 좋고 새 건물에 살기 좋은 환경, 낙후된 지역은 사람도 드물고 부랑인이나 불량청소년들이 몰려다닌다. 세이프시티 앱은 지도앱으로 지역 수준을  1급부터 5급까지 알려준다. 마치 학생들 성적 등급표처럼 말이다. 5등급은 X등급이라 불리며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지역이다. 

또 하나, 뇌과학의 발달로 특정 기억을 지우는 기술이 개발되어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녀의 남편 친구가 그 사업의 주도하고 있다. 정신적 공황 상황 등 을 지워 정신치료를 한다던가, 범죄인에게 범행의 동기 부분을 지워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기억에 손을 대고 그것을 사업화한다는 것 자체가 싫다. 

그녀는 휴직한 경찰이기도 하다. 유산의 후유증 등의 이유로 휴직 중인 상태.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그녀는, 3,4등급의 한산한 거리로 밤산책을 다니는 걸로 뭔가 마음 챙김이 된다는 기분을 느꼈고 자주 야밤산책을 하게 된다.  어느날 남편과 동행한 산책길에 범죄의 현장을 목격한다. 깊은 밤 저등급 지역의 여자화장실만 골라서 파괴하고 다닌다는 자를 만난 것이다. 그는 노숙인 여자들을 위협하며 전기드릴을 휘두르고 있었다. 너무 위험해 보였지만, 경찰로서 사태에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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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진실, 사실은 모두 다른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행한 일과 당하는 일의 괴리 사이에서 아파하는 사람이다. ‘억울’의 감정일까. 그녀가 끼어든 그 ‘사태’를 지운다면 그녀는 평화로워질까? 

기억은 그 사람 자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기억을 조작, 삭제한다는 상상은 너무 일찍 시작되었고, 추가까지 가능하다는 가상의 서사도 넘친다. 책에서 논의되는 ‘기억 삭제’는 너무 많이 회자되지만 너무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다. 기억은 과학이든 의학이든 쉽게 손대는 걸 허락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 존엄의 문제다. 작가의 이 것에 대한 문제제기에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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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끌고 가는 노련한 기본기 덕분에 스토리는 부드럽게 이어지며,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꽤나 중요한 주제일 수 있는 도시의 파편화와 부의 불평등 문제는 그저 배경으로, 그녀가 느꼈다는 ‘안전해지고 싶다는 감각’을 위해 ‘사용’되고 있지 깊게 다뤄지진 않는다.  

작가가 주력한 ‘기억’의 인간존엄 문제제기는 참신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일반적인 장르소설처럼 ‘기억이 사라진 인간’을 두고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과 사고등을 통해 재미를 던져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문제는 이 소설이 본격 장르소설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1장에서 작품이 끝난 느낌이다.  

작가가 의도한 바일 것이나, 독자가 기대한 부분과는 차이가 난다. 사회, 문명비판 소설로 보기엔 약하고, 본격 SF소설로 보기엔 너무나 익숙한 클리쉐들이 과하다. 이상문학상 수상자에게 감히 할 말은 아니라 하겠지만, 이번 작품은 좋지 않다. 의미도 재미도 했다. 재능 있는 작가임은 이미 증명된 터, 앞으로의 작품에 더 기대를 해 본다. 

✍ 한줄감상 :  분량을 늘려 기억조작이 실행되는 사회까지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는다. 글을 잘 쓰는 재능 위에는 다루어야 할 주제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p20 “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있는’ 구역의 위치를 알려주는 유료 지도앱이 출시되었다. 앱 ‘세이프 시티’는 노후화나 안전도에 따라 도시를 5등급으로 나누었다… 5등급 구역의 표시는 이모티콘이 아닌 빨간 엑스 자였다. “

p31 ” 상업지구로 활용되는 구도심의 3 구역이나 4 구역 건물에 침입한 누군가가 여자 화장실 문을 완전 부수어버리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 

p41 ” 인간의 기억을 그런 식으로 조작한다는 게 말이 돼? 윤리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거라고. 기억이라는 건 그 사람 자체야. 그게 어떤 기억이든 그 사람 자체라고. “ 

p145 ” 범죄자가 같은 죄를 반복하는 건 범죄를 저지를 때 뇌에서 만들어지는 도파민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이전 범죄의 기억을 없앰으로써 도파민이 주는 쾌락에 의한 중독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 

p149 ” 만약 기술이 성공하다면 범죄자에게 너무 이득 아닌가? 그냥 앉아서 수술만 받으면 다른 처벌은 아무것도 받지 않아도 되는데? “ 

p155 ” 진실은 선점해야 할 물건 같은 거죠. “ 

p230 ” 갈등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으니까. 이봐요, 이건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게 아니에요. 이건 삶이고, 싸움이에요.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싸움이요. 우린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SF소설 #세이프시티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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