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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11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 #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 #한강 #문학과지성사 📚 초판을 가지고 있었다. 시집을 서랍에 넣어놓고 팔아버린 것도 아닌데, 책을 못 찾겠다.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다. 새로 받아 든 책이 깨끗하다. 한 장 두 장 넘기다. 다 읽어 버리고 만다. 그녀의 서랍에 빠져버렸다. 📚 무언가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이 있다. 덜컹 가슴이 내려 앉으며 무언가 포장 가득한 말을 지껄이는 나 같은 범인이 있다면, 그 순간 밥을 먹는 시인이 있다. 시인의 입술 너머로 들어가는 밥은 그녀를 버티게 하는 작은 힘이 된다. 그 힘은 그녀 안에는 단어와 문장들을 꾸려낸다. ‘더 캄캄한 데를 찾아 동그랗게 뒷걸음치는’ 그녀는 연약하지만 지지 않는다. 발설할 수 있는 시어들을 찾으며 ‘혀가 녹으면 입술을 ‘ 연다. 진하디.. 2024. 11. 2.
촉진하는 밤 ✔️ #촉진하는밤 #김소연 #문학과지성사 🎑 너무 오래 읽었다 싶네요. 그런데 이 시집은 정말 느리게 읽고 싶었습니다. 크게 아파도 작게 티내는 사람의 목소리라는게 느껴집니다. 그럴땐 평소보다 더 귀를 기울여야 해야죠. 시간의 흐름 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걸 시인은 믿는 것 같습니다. 시집안에서 조금씩 문장들을 골라 왔습니다. #며칠후 : 조금 만 더 그렇게 하면 예순이 되겠지. / 이런 건 늘 며칠 후처럼 느껴진다. / 유자가 숙성되길 기달리는 정도의 시간 p14 #촉진하는밤 : 나는 가끔 시간을 추월한다…… / 추억을 노려보다 저걸 어떻게 죽여버리지 한다…… / 시간으로부터 호위를 받을 수 있다 / 시간의 흐름만으로도 가능한 무엇이 있다는 것 / 참 좋구나 p18 #그렇습니다 : 나는 다른 이야.. 2024. 1. 19.
생년월일 ✔️ #생년월일 #이장욱 #창비 🗓️ 이장욱작가처럼 생경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시를 쓰는 이들에게 동조를 일으키기 위해선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 뭐 특별한건 없다. 살짝 더 삐뚤고, 살짝 더 짙고, 살짝 더 거칠은 질감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만사형통이다. ☺️ 그렇게 태어나지긴 쉽지않고 그렇게 만들어져야 할 판인데, 보통은 ‘왜 그렇게 생겨먹었니’ 핀잔이나 듣고 자랐다면 준비는 끝났다 하겠다. 그렇게 살지 않았고 이해도 못하겠단 분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 2011년에 발간된 이작가의 세번째 시집이다. 최애작가 중 한명이라 지난 작품들 섭렵중이다. 그렇게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애정어린 눈길로 그만의 시세계에 빠져 같이 허우적 거려 보기로 했다. 🗓️ 인간이라는 개체 스스로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2023. 7. 9.
즐거운 일기 ✔️ ❤️‍🩹 하나도 즐거울 것 없는 '즐거운 일기'를 다시 읽었다. 아무일도 없는 하루였다. 그저 조금은 가라앉은 마음엔 '정화'를 위한 비극이 필요했을 뿐이다. 최승자시인의 시집중에서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 한권의 시집이 오롯이 슬픔과 공포의 까끌한 걸음으로 끝간데 없는 낮음의 늪을 향한다. ❤️‍🩹 그 늪은 죽음을 품고 있다. 과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시인은 언제나 죽음을 느낀다. " 지금 내가 없는 어디에서 죽음은 내가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없는 어디에서p14) " 조금은 멀리서 나에게 눈길을 돌리던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른다. 벨소리와 함께, 또는 다른 갑닥스러움과 함께….. "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선의 마지막 끝에 동굴 같은 썩.. 2023. 3. 12.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 ▪️ 어쩌다 일찍 눈뜬 새벽, 창문을 열면 차고 선명한 공기가 집안으로 몰려들어온다. 한 가슴 가득 숨을 들이키며 느끼는 포만감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기쁨일지 모르겠다. 우연히 우리 눈앞에 온 '순간'들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시인은 좀더 짙은 '순간'들을 그만의 시어들로 만들어 낸다. ▪️ 살아가는 순간을 집어내고 명명하는 것. 그것이 시다.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과 어렴풋이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p28'가는 우리들은 '명료'하려 하나 '흐릿'할 수 밖에 없다. 어느순간 무의미들 사이에서 유의미한 무엇인가가 불쑥 솟아 오를때, 우린 그것을 인지하고 '명명'할 수 있다. 그것이 '시'일지 모르겠다. 문제는, '명명'이 후 일지 모르겠다. 이름지어주었다고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 2023. 1. 12.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 시인의 사랑은, 사람의 사랑으로 시작해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로 이어진다. 한 권의 책안에 안으로 침잠된 사랑의 기억과 개별자인 '나' 밖에 존재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연대와 공감의 사랑이 공존한다. 기대하지 못했던 사랑시였다. 문학의 정치적 의미와 책임을 멋진시어들로 아름답게 풀어내는 장인의 서정시다. 10년간 써왔다는 40여편의 시 중 몇 장면만 꺼내본다. 🐋 나의 사랑을 보자. 시인에게 시와 사랑은 같은 말이다. 잠든 그(그녀)를 바라보며 ' 나는 오늘 밤 잠든 당신의 등 위로 / 달팽이들을 모두 풀어놓을 거예요 p13)라 중얼거리는 것, '단 한 여자를 위한' 순간, 사랑이다. 쓴잔에 무엇있을지는 잊자. 시가 되어버린 러블리한 표정의 작은 달팽이들 떠올리자. ☺️ " 나는 오래.. 2022.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