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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이장욱 #창비
🗓️
이장욱작가처럼 생경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시를 쓰는 이들에게 동조를 일으키기 위해선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 뭐 특별한건 없다. 살짝 더 삐뚤고, 살짝 더 짙고, 살짝 더 거칠은 질감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만사형통이다. ☺️ 그렇게 태어나지긴 쉽지않고 그렇게 만들어져야 할 판인데, 보통은 ‘왜 그렇게 생겨먹었니’ 핀잔이나 듣고 자랐다면 준비는 끝났다 하겠다. 그렇게 살지 않았고 이해도 못하겠단 분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
2011년에 발간된 이작가의 세번째 시집이다. 최애작가 중 한명이라 지난 작품들 섭렵중이다. 그렇게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애정어린 눈길로 그만의 시세계에 빠져 같이 허우적 거려 보기로 했다.
🗓️
인간이라는 개체 스스로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
낯선 입모양으로 지낸다
당신은 언제 스스로 일까요?
부디 당신의 영혼을 말해주십시오
(오늘은 당신의 진심입니까?p12)
”
세상과 소통하기 위하여 여는 입모양 자체도 낯설다. 일상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이고 진심이고 진짜일까. 살아가는 우리가 그걸 알고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깨달음이 다가온다고 느끼면 울컥하고 올라오는 탈출욕구.
“
햇빛이 당신을 넘치고 그녀의 말이 당신을 넘치고
가정의 평화와 일기예보 역시.
당신은 또
당신에게서 벗어난다.
(흘러넘치다p22)
”
그렇게 넘쳐서라도 빠져나갈수 있을까 모르겠다. 어스름한 저녁 가야할 길에 대한 막막함과 두고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걸음을 무겁게 한다. 알 수없는 힘에 의지해서, 또는 내 힘을 배가 시켜지는 기구에 힘을 가해, 지나갈 뿐일지 모르겠다.
“
아주 먼 곳은 등뒤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손은 당신의 두 눈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기린의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식당을 지나갑니다.
(우울하고 감상적인 삼단논법p30)
”
지나감은 되돌아 옴을 전제로 한다. 인간이라는 개체를 생각해 보라. 후회와 자기연민은 지긋지긋하게도 영원히 디폴트 값이다. 글을 찍는 키보드 위의 손가락이 떨린다. 아.. 수전증은 아니다. ☺️ 빨리 끝냈으면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
스스로의 손을 내려다 보자. 주식거래 앱에 손을 올리고 있나? 아니면 쇼핑몰 상품을 검색중이였을까.
“
왼손은 수십개의 사소한 실망 들을 알고 있다 왼손은
조금 더 가까운 데서 생각한다 왼손은
먼저 떨린다
(오른손은 모르게 p34)
”
실망하지 말자. 죄책감은 타자들이 파놓은 함정일 뿐이다. 불안해 하지말자. 당신이 어떤 상태이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언더 더 스킨, 한꺼풀만 까내리면……
“
나는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뿐인데
난데없이
인생이 깊은 늪이 라는 것을 깨달았다
……
시체는 괄호 속에 넣어둘 수가 없다.
팔이 툭 튀어나오고
자꾸 혀를 내민다
동거냐, 사육이냐, 사물이냐.
(늪p54)
”
🗓️
잡자기 이렇게, 다들 이렇게 살아간다. 물을 탄다. 알지 못했다고 변명하지 마라. 나와 당신들의 삶의 모습이다. 비겁도 일상이 되면 생활이다.
“
피를 뽑은 후에 사람들은
가벼워진 몸으로 다시
어제의 거짓말을 시작했다.
공공장소에서는 누구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
피의 종류에 대해
해박해지고
(피의 종류p90)
”
그저 마모될 뿐이다. 우리의 계획은 황홀했지만 단절되어 간다. 아니 모르는 척 피맛에 입을 다실 뿐이다.
“
함부로
겨울이야 오겠어?
내가 당신을 문득
겨울이라고 부를 수 없듯이
어느날 당신이 눈으로 내리거나
얼음이 되거나
영영 소식이 끊긴다 해도
…..당신은 지금 어디서
혼자 겨울인가?
허공을 향해 함부로 질문을 던지고
어느덧 눈으로 내리다가 문득
소식이 끊기고
(겨울에 대한 질문p114)
”
🗓️
작가는 말한다. ‘벽돌을 쌓듯이, 던지듯이, 깨버리듯이 , 껴안듯이 쓰여진 문장들p142’이라 한다. 삶이 가지는 본원적인 불안, 존재에 대한 투박한 의문따위들로 시어들을 지었다. 의심과 확신은 동어반복처럼 지속되는데, 내지르고 싶은 깊은 한숨은 꾹 참아내는 형세다. ‘혼자 겨울인가?’ 아니다. 물질적인 조건이라는 목줄에 매달린 인생들에게 삶의 대부분을 저당잡힌 현실이라는 괴물들에게 ‘기린’과 ‘자전거’따위들로 대담하게 던지는 한마디 씩 들이다. 변함없이 간결하게 끝내는 불안, 안락함을 참지 못하는 서술. 이장욱의 시. 자신을 드러낼건 ‘생년월일’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어린 심술이다. 사랑스런 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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