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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클라라와 태양

by 기시군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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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태양 #가즈오이시구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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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산여행에서 사들고 온 책이다.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하나, 실물로 본 책이 너무 이뻤다. 늙어가며 빨간색이 좋아진다.  😊  작가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인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정보 밖에 없었다. 어떤 스타일의 작가인지 소재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 술술 넘어가는 필치가 편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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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에프(Artificial friend) 라는 친구용 인공지능 로봇이 팔리는 시대다. 약간 구버젼이긴 하지만 클라라는 로봇 중에서도 좀 더 섬세한 기능 공감기능 등 약간은 다른 기능을 구비한 로봇이다. 어느날 쇼윈도우에 디피되어있다가 만난 ‘조시’라는 여자아이에게 찜을 당해, 그녀의 집에 입양이 된다. 착하지만 어딘가 아파보이는 조시와 조금은 투덜대는 가정부아줌마, 조금 우울해 보이는 그녀의 엄마, 이렇게 세식구가 사는 집이다. 잘 적응해 가는 클라라에게 수상쩍은 일들이 조금씩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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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족, 우정 등 고전적인 테마에 AI시대에 맞는 소재를 활용한 웰메이드 소설이다. 다만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이렇게 격찬을 받기엔 조금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생각을 했다. 물론 피비린내에 서로 머리끄댕이 붙잡고 싸우는 와일드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내 탓이긴 하겠지만, 너무 착하고 너무 올바른 주제와 결론들이라 조금 만족도가 떨어지긴 했다. 유사한 소재의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도 떠올랐고, 요즘 젊은 SF작가들이 흔히 쓰는 소재라 더욱 그랬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7년 노벨상수상 후 첫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나며 5년 전이라면 그렇게 뻔한 이야긴 아니였겠다 싶다.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진 않아서 정확히 감을 잡을 순 없지만, 인간의 감정에 대해 집중하는 작가로 보인다. 감정의 시작과 끝, 전개, 흔들림, 안정 등. 우리 일상의 반을 차지하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안정적인 필체와 연배에 비해 소재에 부응하는 소설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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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든 로멘티스트를 만난 느낌이다. 명작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그중에서도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토이스토리3’가 떠오르기도 한다. 좋은 작가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명제에 의하면 그는 좋은 작가임에 틀림없다. 다만 내게는 너무 착한 작가이다.  물론 그 책임은 작가가 아닌 못된 이야기 좋아하는 내 취향 탓 일것이다. 😊 그래도 서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잘 만든 책 디자인은 칭찬은 안할 수 없다. 너무 마음에 들어 디자인만으론 올해 구입한 책중  Top10에 집어 넣을 수 있겠다. 폰트도 큼지막해서 읽기도 편하다.

덧,
갑자기 든 생각, 표지를 벗기면 같은 디자인에 글씨만 원어인 영어로 쓰여있다. 나도 ‘일국의 장관’처럼 껍데기 벗기고 이 책 표지가 보이게 들고, 성수동 거리를 어슬렁거려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 컨디션이 않좋은가 보가. 헛소리가 너무 쉽게 나온다. 😁

P83 “ 네가 쓰는 색은 뭐랄까, 여름 저녁 연못 같아. 그런 비슷한 느낌이야. 너는 색을 아주 아름답게 써. 아무도 생각하지 못햇을 방식으로 ”

P289 “ 내 경험상 모델이 완성 전에 초상화를 보면 좀 복잡해져여ㅛ. 모델이 자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있어야 좋아요. ”

P325 “ 희망이란 게, 지겹게도 떨쳐 버려지질 않지. ”

P379 “ 어쩌면 인간은 전부 외로운 것 같아요. 적어도 잠재적으로는요. ”

P395 “ 해가 저한테 화가 났으리라는 것도 압니다. 공해를 완전히 멈추지 못해서 해를 실망시켰으니까요. ”

P471 “ 조지와 내가 각자 세상에 나가서 서로 안 만난고 산다 해도 어떤 부분은,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늘 같이 있을 거라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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