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필경사 바틀비

by 기시군 2023. 7. 11.

✔️
#필경사바틀비 #허먼멜빌 #문학동네

🔏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다. 세계 3대 단편소설가를 정의하자면 체홉, 모파상, 오헨리 이고 단편작품으로는 변신, 외투, 그리고 이 책 '필경사 바틀비'란다. 뭐 세계 몇대 어쩌구는 명확한 근거가 있는건 아니긴 하나, #모비딕 한권으로 허먼멜빌을 끝내기는 아쉬어 ‘필경사 바틀비’를 찾아 읽었다. 이왕이면 그림까지 어우리진, 읽고 보는 재미를 주는 책으로 말이다. 😊

🔏
잘나가는 변호사인 나에게 일이 좀 많아져 신규 필경사(공문서 등을 손글씨로 정리하는 직업)를 채용한다. 말도 없어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필경사 바틀비는 일단 주어진 일엔 엄청 집중하여 필사본을 열심히 만들어 낸다. 만족하며 지내던 어느날, 변호사가 쓰여진 필사본을 같이 검증하자는 자연스러운 주문에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p32”며 거부를 해 버린다. 당황한 변호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일상을 다시 반복한다. 하지만 버틀리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사소한 심부름도 왜 거부하는지 묻는 말에도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말 밖에는 하질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업무인 필경업무까지 거부한다. 참다 못한 변호사가 돈을 쥐어주며 해고를 통보하고 사무실을 떠나라하는데도 그는 ‘안하는 편을 택한다.’ 변호사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복사기에 종이를 눌렀는데, 복사기가 ‘복사를 해드리지 않은 편을 택하겠습니다. ‘라고 음성이 나오는 상상을 했다. 김땡땡시 내일까지 보고서 초안 작성해오세요 하는 명령에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통쾌할까. 😏  19세기 판 풍자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자본주의 안에서 부속화된 인간과 그의 노동에 대한 반동적인 이벤트가 한편의 소설로 만들어 졌다.

🔏
작가의 입장에서 이 작품 ‘바틀비’를 생각해 보자. 모디빅도 망하고(출간 당시엔 상업적으로 망했단다) 어려운 생계을 유지하기 위해 헐값에 글을 써야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자화상으로서의 소설로 이해가 된다. 시작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확대된다. 기계처럼 일을 하는 노동 자체, 시스템 자체에 대한 회의, 의문으로 소설을 끌고 들어간다. 소설속 등장인물들은 바틀비 이외엔 이름이 없다. 다들 자신의 역할로나 별명으로 불리울 뿐이다.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개인은 부품으로써가 아닌 한명의 인간으로 자신의 위치와 의미를 정의할 수 있다.

I prefer not to…. 소극적으로 보이는 문장이 어쩌면 존재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근본적인 저항의 문장이 아닐까? 인간으로써 기계처럼 일을 해야하는 것을 거부하는 ‘선택’이 가능하다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선언’을 소설을 통해 발설한 것으로 보인다. 삶은 고달프다. 상처입고 마음먹은데로 안된다. 일잘하는 노예로 칭찬과 승진과 보너스를 바라며 기계처럼 일상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날선 메시지로도 읽힌다. 100년도 훨씬 전의 ‘직딩’, ‘노동자’ 들의 삶이 지금 이 순간의 노동자들의 삶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나도 우리 상무님한테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라고 한번이라도 말해봤으면 좋겠다. ☺️

p29 “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은둔처에서 나오지 않고 매우 상냥하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아니 당황했을지 한번 상상해보라. “

p42 “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바틀비에 대해 적잖게 마음이 풀렸다. 그의 안정성, 어떤 유흥도 즐기지 않는 점, 부단한 근면, 놀라운 침묵,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는 몸가짐 때문에 그는 내가 획득한 귀중한 인물이었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는그가 항상 그곳에 있었다는 것. ”

p54 “ 지금은 좀더 합리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p80 “ 전혀 마음에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특별하지 않아요.”

#미국문학 #BartlebytheScrivener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독서기록 #책리뷰 #리뷰 #기시리뷰 #필경사바틀리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고백한다  (0) 2023.07.1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0) 2023.07.13
생년월일  (0) 2023.07.09
클라라와 태양  (0) 2023.07.08
스캡틱 34호  (0) 20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