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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나는 고백한다

by 기시군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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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고백한다 #자우메카브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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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민음사 북클럽때 1권을 받아놓고 묵혔다. 한참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하던 때다. 3권이상 넘어가는 책은 고민 좀 해보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물론 토지나 조정래의 대하소설은 제외다. ) 😊 난 아직 #전쟁과평화 를 읽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4권이나 되는 볼륨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로쟈 이현우 선생의 조언처럼, 죽기전엔 한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고있다.  😏

그런데 아무튼 ’듯보‘인 카탈루니아 문학작품 3권짜리를 읽으려니 살짝 고민했고, 얼마전에 남은 2,3권을 마져 사서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론 잘 읽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예술과 악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중세 교회의 악행, 나찌의 학살 등 현실의 사건들을 한 사람의 인생에 잘 녹아넣은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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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카탈루니아,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태어난 ‘아드리아 아르데볼’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골동품상을 하는 부유한 아버지와 아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이상하게 부모들은 아드리아가 위대한 바이올린리스트가 되길 원한다. 집안 금고에 보관하다는 고가의 바이올린을 아들이 멋지게 연주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드리아는 학자가 되고 싶다. 나중에 12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유명한 대학교수가 될 정도의 영재성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그 ’바이올린‘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들과 얽혀있는 ’악의 사연들‘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그린다. 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며, 그 와중에 아드리아는 우정과 사랑, 저주스러운 ’가족사‘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자신의 욕망과 지겹도록 인생을 걸쳐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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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좋은 감독을 만나 영상화 되었을 때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묵직한 서사에 힘에, 실험적인 글쓰기 기법은 화면으로 잘 구현되었을 때 감동이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방대한 드라마가 담긴 3권의 장편소설이다. 순차적, 또는 익숙한 플래쉬백 구조라도 볼륨때문에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독특한 서술 기법 때문에 읽는 초기 무척이나 힘들게 책을 읽게 된다. 예를들어 과거와 현재의 두가지 이야기가 문단을 나누지 않고 섞여가며 서술된다. 심지어 문장안에서도 섞이는 경우가 있어며, 일인칭 화자가 3인칭 다른 화자로 설명없이 넘어가기도 한다. 1권에선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 3권 마지막에 부록으로 올려놓은 등장인물 설명이 장장 6페이지나 된다. 이 부분을 아에 책 맨 앞으로 빼놓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 삶과 예술, 죽음과 악에 대한 가볍지 않은 사건과 인물들, 그들의 생각의 부딛힘이 책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오히려 이런 서술 방식이 몰입의 에스컬레이터를 가져오는 듯한 느낌을 주게된다.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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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나 자신을 계속 떠올리며 읽게된 책이다. 부모도, 신도 의지할 것 없는 소년의 성장, 악이 둘려쌓여진 삶의 축적, 결코 어린 자신은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의 폭력 안에서 자라나는 한명의 개인. 물론 내 삶이 '아드리아' 같다는 이야긴 아니다. 그저 상처받고 자라는 한 인간이 예술에 대한 구원의 욕망, 조금이라도 덜 악해지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 등에서 작게나마 공감을 느끼게 되며,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진지하게 바라 보게 해준다.

아드리아는 치매에 걸리며 그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 ‘고백록’을 쓰는 형태로 내용이 펼쳐진다. 남아있는 기억들을 조립하며 ‘고백’을 아프게 하고 있다. 자기 변명을 최소하 시키며 자신과 자신의 주변인의 삶을 직시하는 노력을 통해, 개인과 사회, 인간이라는 개체의 기묘함에 한걸음도 ’숙고‘를 가능하게 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길이 나와 다를지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귀기울릴 만한 작품이다.  

[1권]

p128 “ 타인의 운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그의 태도가 얼마나 고상했던지, 그러나 그때 나는 아버지의 설명을 문자 그대로는 이해하면서도 음악을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

p215 “ 우리 가족은 모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심각함을 이마에 써 붙이고 다녔으며, 아버지의 다소 잔인하고 뒤틀림 심사를 조금씩 지니고 있었다. ”

p219 “ (미국화가) 호퍼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면 나는 글을 쓴다. ”

p307 “ 아드리아는 어쩌면 바이올린 연주를 할 줄 아는 게 인생, 고독이라는 수수께끼, 자신의 욕망이 절대 현실과 합치할 수 없다는 분명한 증거, 아버지의 죽이 무엇 때문인지를 밝혀 내고자 하는 갈망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

p347 “ (어미니) 우리는 행복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

[2권]

p76 “ 진실한 예술은 어떤 종류든 실망에서 비롯되는 거야. 기쁨 만으로는 탕생하지 않지. - 정말 그렇다면 나는 굉장한 예술가라고. ”

p189 “ 한 인간으로서 당신을 지탱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이 영혼을 좀먹는 어떠한 악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겁니다. ”

p215 “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비알은 정말 상상의 세계로 향하는 창문과도 같았다. ”

p219 “ 내가 악, 사악함, 악마에 대해 이야기한 지 벌써 수년이 되었지만 악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네. 나는 죄책감이라는 악, 슬픔이라는 악, 형이상학적인 악, 물리적인 악, 절대적인 악, 상대적인 악, 그리고 무엇보다도 악의 효율에 대해 고찰했지. ”

p287 “ 모든 인물이 다 비슷비슷해. 단 하나의 인물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 다고.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어. ”

p338 “ 예술은 나에게 구원이야. 하지만 인류를 구원할 수는 없지.”

[3권]

p83 “ 가끔 나는 우리가 시인이기 전에 악 그 자체여서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누구도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다. ”

p96 “ 네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가혹함이 여태껏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바로 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끔직한 사실이었다. ”

p109 “…. 미(아름다움)는 다른 형태의 사상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지요. ”

p174 “ 별로요. 하지만 그들은 고통이란 신의 작품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자유로움의 결과라고 가리치고자 했습니다. ”

p286 “ 하지만 어머니는 죽은 딸을 만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 그렇지 않다면 삶이란 정말 견디기 힘든 걸거야. ”

p320 “ 우산 없이 세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는 나 자신이 완전한 거품임을 깨달았다. 아니면 그보다 더 나빴다. 나 자신이 오류 그 자체라는 것이다. 잘못된 집안에 태어난 것부타가 시작이었다. ”

p334 “ 이미 악이란 믿음과 마찬가지로 솑에 잡히지 않으며 불가사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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