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Life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by 기시군 2023. 7. 18.

✔️
#개를데리고다니는여인 #안톤체호프 #이현우 #문학동네

🐩
어른의 사랑이야기다. 톨스토이가 그렇게 싫어했다는데 읽어보니 왜 싫어했는지 알만하다. 자신의 #안나카레리나 는 회개와 반성의 정신으로 철길에 몸을 던지는 처절한 고통, 불륜의 댓가를 치르는데,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사랑의 짜릿함에만 몰두하고 심지어 벌받지도 않는다. ☺️  그런데 체호프의 세계가 더 현실에 가깝다. 결혼은 호모사피엔스가 진화과정에서 만들어 놓은 ‘제도’이고, 사랑은 그 보다 원초적인 감정인지라 언제나 후자가 이기기 마련이다. 😏  

🐩
내용을 간략히 보자. 뭐 스포라 할만한 것도 없지만, 뒷부분 이야긴 제외했다.  

드미트리 구로프는 휴양지 얄타에서 우연히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유부녀 안나 세르게예브를 만난다. 둘다 모두 자신의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 서로에 대한 호감은 금새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여 관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영원할 수는 없는 법. 안나는 남편이 있는 모스코바로 돌아가야 했다. 이렇게 헤어진 둘. 그러나 한달도 지나지 않아. 드미트리는 안나가 있는 모스코바에 찾아갈수 밖에 없다. 그녀가 없는 일상은 무의미하고 답답할 따름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둘은 모스코바에서도 뜨거운 사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
이 작품을 쓸때 체호프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크니페르라는 8세 연하의 여성. 요양차 와 있던  얄타에서 새로운 여성을 만나면서 느꼈던 사랑의 희열, 감정의 울렁임 등을 작품에 제대로 투영한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사랑은 미혼자들끼리의 사랑이였다. 굳이 이 사이 '불륜'이라는 요소를 넣었을까? 사회고정관념에 대한 반발의 의미와 함께,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갈망은 시스템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것은 아닐까.

🐩
열린결말이다. 그들은 난간을 돌파할 수 있고, 침몰할 수 도 있다. 원래 사랑이란 그건 것이 아니겠는가. 사랑에 있어 비젼은 큰 의미가 없다. 이별과 결혼사이에서의 대결이 사랑의 종착은 아니지 않을까. 사랑은 고통받을 일을 고통받으며, 즐거운 일을 즐기는 호모 사이엔스에게 몇 안되는 고통스러운 즐거움이다. 멋진 주인공들은 아니라 사람들은 말하겠지만, 그들은 진지했고, 자신들에게 솔직했다. 그럼된 아닌가? 난 통속적이지 않은 이 결말이 좋다.

덧,
찾아본 뒷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체호프가 사랑한 크니페르는 여배우 였다고 한다. 실제 둘은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결심할 때 즈음, 이미 체호프는 폐결핵으로 얼마 못산다는 것을 둘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결혼을 했고, 3년을 같이 산 후 체호프는 죽는다. 이 쪽 결말이 더 통속적인 소설의 결말 같다. 아이러니하다.

p22 “ 그런데 이 여인은 내내 미숙한 소녀마냥 소심하고 서툴렀으며, 어색한 감정을 내보였다. 마치 누군가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에 당황이라도 하는 것처럼, 안나 세르게예브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지금 자신에게 아주 특별하고 심각한 일이 발생했으며 자기는 이제 타락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

p28 “ 이런 항구성에 , 우리들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 완전한 무관심 속에, 아마도 영원한 구원의 약속, 지상에서의 삶의 끊임없는 움직임과 완성을 향한 무한한 진보의 약속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

p58 “ 그러자 조금만 지나면 해결책을 찾아 새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시작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분명히 알고 있었다. 끝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복잡하고 힘겨운 일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

p66 [해설] “ 전기 작가들에 따르면 그는 최소한 33명의 여성들과 연예를즐겼다…. 하지만 결혼에 미온적이었던 체호프였기에 이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흐지부지 끝났다. ”

#Дама_с_собачкой #Чехов #러시아소설 #러시아문학 #리얼리즘 #독후감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 #추천도서 #bookstagram #book #책추천 #책소개 #서평 #독서노트 #독서기록 #책리뷰 #리뷰 #개를데리고다니는연인_기시리뷰

'Cul-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과 6펜스  (0) 2023.07.21
숫자사회  (0) 2023.07.19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0) 2023.07.16
나는 고백한다  (0) 2023.07.14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0)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