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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달과 6펜스

by 기시군 2023. 7. 21.

✔️
#달과6펜스 #서머싯몸 #민음사 #The_Moon_and_Sixpence

🌕
쉽게 말하자. 고상한 탐미주의 소설인줄 알았으나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대중소설이었다. 나쁜말이 아니다. 어렵고 뭐 좀 있어보이는 척 할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다. 다들 읽는 서머싯몸의 대표작, 이 책 역시 ‘미뤄둿던 세계명작읽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다른 책들보다 쉽게 읽었다.  ☺️

🌘
책의 화자인 ‘나’는 이제 갖 등단한 신인작가. 영국 화류계 언저리에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어느날 알고있던 스트릭랜드부인으로 부터 한가지 의뢰를 받는다. 멀쩡한 증권사 직원으로 다니던 스트릭랜드가 여자와 바람이나 가출을 했다고, 그가 살고 있는 파리로 가서 남편을 데려와 달라는 부탁이다. 파리에서 만든 스트릭랜드는 여자 때문에 가출한 것이 아니다. 17년간 가족에게 봉사하고 살았으니 이제라도 정말하고싶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왔다는 것이다. 현실과 예술에 대해서 설득을 열심히 했으나 씨알도 먹히질 않는다. 이후 스트릭랜드는 파리에서 그림으로 성공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능력은 없지만 착한 동료화가  ‘스트로브’의 도움등을 받으며 겨우 먹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스트릭랜드는 심한 병에 걸리는데, 스트로보는 아내가 있는 자신의 집으로 스트릭랜드를 데리고 온다. 그리고 더 황당한 사건들은 시작된다.  

🌓
오해는 하지 말자. 작가는 폴 고갱의 생애를 모티프로 삼았을 뿐, 소설 속의 내용 전개가 고갱의 삶과 동일하진 않다. 고갱 역시 평범한 주식브로커는 맞으나 소설에서 처럼 말없이 가출을 해서 벌이는 기행의 대향연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았다. 다만 작가가 고갱의 삶에 관심이 많아 실제 고갱이 살았던 타이티의 현재 취재 등 소설속에 녹여 낼 수 있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행태연구에 노력을 많이 기했던것으로 보인다.

18,19세기초 강력했던 계몽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유미주의, 탐미주의는 꽤 오랜시간 (심지어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이 책이 쓰여진 19세기 초, 이 책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유미주의 지향적 예술인’의 삶으로부터 뽑아내는 전략으로 사용한다. 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지상주의자)들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남기는가를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예술과 대중의 대립구조를 세워 ‘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p347’ 를 비판하고 있다. 계몽주의에 대한 반발이 예술을 이해 못하는 무지한 대중에 대한 계몽적 소설로 작품화가 된 아이러니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
독창적인 캐릭터, 현실적인 서사, 비극사이 껴있는 희극적 요소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을 만한 작가다. 탐미주의의 도덕적 한계와 의미를 소설내 다양한 대화를 통해 풀어냄으로서 대중들 눈높이에 맞춰진 재미와 품위를 같이 갖추게 된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미주의, 탐미주의가 가지는 근원전 문제제기를 작가의 일탈 중심의 사건으로 서술하고, 그 반대에 입장에 있는 ‘문학과 현실의 상호작용’에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표피적으로 언급하거나 생략함으로서 ‘예술과 철학’을 주제보다 소재로 활용한 혐의가 더 짙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가지는 장점인 ‘ 세속 사회의 속물성과 위선에 대한 풍자p353 ‘는 경직되지 않은 리얼리즘 소설의 장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 책 ’ 달과 6펜스’는 내가 좋은 소설을 평할 때 쓰는 문장인 ’ 재미외 의미‘를 같이 담고 있는 괜찮은 고전이었다. 😊

p10 “ 예술이란 정서의 구현물이며 정서는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다. ”

p61 “ 성실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가식이 있으며, 고결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있고, 불량한 사람에게도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있는지를 몰랐다. ”

p123 “ 난 과거를 생각지 않소. 중요한 것은 영원한 현재뿐이지. ”

p167 (스트로브의 말) “ 난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네. 내가 보기엔, 사랑에 자존심이 개입하면 그건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야. ”

p211 “ 사람들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다. 말에 대한 감각이 없어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함으로써 그 말의 힘을 잃어버리고 있다. ”

p234 “ 사실이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와는 관계없는 무수한 사실들 사이에서 그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찾았다. ”

p236 “ 내가 지금 어떤 기인한 사람에 대해 아는 사실을 그대로 적는 게 아니고,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다면 그와 같은 심경 변화가 일어난 이유를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꾸며 낼 수 있었을 것이다. ”

p244 “ 나는 예술이란 성적 본능이 구현된 것이라고 본다. ”

p323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보고난 후) “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

p352 (해설) “ 그가 소설을 쓰는 목적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해서이다. 현실과 사실은 재미를 위해 가공되는 자료로서만 의의를 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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