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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너무나 많은 여름이

by 기시군 202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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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많은여름이 #김연수 #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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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인 #김중혁 작가와 ‘김연수작가’ 모두 좋다. 김중혁작가의 재기발랄함과 김연수작가의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문장들은 언제나 위로가 된다. 다만 독자인 나의 나이듬 탓인지 요즘은 김연수작가가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김중혁작가님 죄송😅) 이번에 김연수작가의 초단편(엽편) 소설집이 나왔다. 낭독을 위한 짧은 소설들의 모음이라 했다. 여름의 열기를 낮춰줄 무언가가 숨겨있길 바라며 책을 찾아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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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의 소설이 모였다.  짧고 간결하다, 그리고 다루는 소재는 다양하기도 하다.  글이 짧아지니 어쩐지 하루키스러워 졌다는 느낌이 온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나타난 모르는 사람의 비밀, 이모가 운영하는 여관방에 들어온 자살가능성이 높은 손님의 디펜스를 맞은 주인공, 음악과 함께하는 일본여행,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  연상의 여교수와 사랑에 빠졌던 남학생의 이야기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많은 문장들 중 다음의 한줄이 가장 남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P112’

이미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사실이다. 지나칠 문장에서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될 기억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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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상상이지만, 사는건 기억을 얻으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싶다. 풍화되고 녹슬고 누락되고 삭아버리는 순간을, 장면을 잘 새겨 기억에 담아두는 행동들이 모여 ‘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소설가는 장면들을 새겨넣으며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다.  ‘주인공은 왜 거기서 그런 행동을 한 걸일까?p251’ 내 손끝에서 창조되어진 인물이 한 행동의 이유를 찾는것. 그것이 소설을 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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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가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사랑’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랑이 뭔가. 실체를 알 수 있을까. 명사로서의 사랑과 동사로써의 사랑은 어떻게 다를까.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p275’  김연수 작가는 사람들을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며 좋아하는 것을 한다. 그는 그의 삶을 살아갈 것이며, 좋은 영향력으로 우리와 같은 독자들을 조금 더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문제는 그를 읽는 우리들이다.

내 앞의 사람들과, 흩어지는 기억 속에서 어떤 ’풍요로움‘을 찾을 수 있는가를 아직 잘 모른다. 일단, 작가의 말대로, 일단 사랑할 수 있으면 사랑을 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그것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 밖에 할 수 없다는것이 까뮈가 질문했던 ‘왜 자살하지 않는가’에 대한 대답이다.

P25 “ 나무는 저마다 다른 나무인데 하나의 이름으로만 부르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요? ”

P31 “ 우주적인 비유를 들었지만 결국 남자중학교 1학년 1학기 교실은 원숭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말이다. ”

P34 “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이십대 초반의 나에게 괜찮다고, 그렇게 바뀌어가고, 마음이 무너져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

P59 “ 그래. 그런 거야.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더라도 그 좋은 기분만은 잃지 말자고 우리 오늘 약속하자. ”

P85 “ 이 표지를 보니 카프카가 생각납니다. 카프카는 체코어로 ’검은 까마귀‘라는 뜻이라죠. 카프카도 이상과 비슷한 시기에 외롭게 죽었어요. ”

P105 “ 이야기 속에 있으면서도 거기에 젖지 않으면 됩니다. 이 슬픔과 울음은 제가 이야기 속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

P113 “ 창조는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에서만 나옵니다. ”

P134 “ 그거 아니? 스며든 빛에서도 소리가 난다는 거? ”

P166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비슷했다. 사랑할수록 더 사랑하게 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P222 “ 당신ㄴ은 지금 급속히 노화되고 있습니다. 빠져들 대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작용이죠.”

P261 “ ’나는 불행한가? 불운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 ‘ 불운과 불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불운은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이유를 운명이나 팔자같은 자기 바깥의 이야기에서 찾으면 불행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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