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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숫자사회

by 기시군 202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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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사회 #임의진 #웨일북

‘모든 사람든 결국 섬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끝내 섬으로 남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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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부제인 ‘순 자신 10억이 목표가 된 사회는 어떻게 붕괴되는가’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숫자사회란 단어를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궁금증은 풀어야 한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정치적인 색깔도 보이지 않는다. 영국에서 공부하고 코이카,  UN등 에서 국제개발협력, 공적개발원조 등의 전문가로 활동한 젊은 활동가다.  조금 더 젊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방향을 이야기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
저자는 섬처럼 파편화되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나름의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한다. 먼저 분석을 보자.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루트는 아주 단순하다. ‘ 시험 합격을 통한 간판 획득,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의 소유, 재테크(혹은 불노소득/노동외 소득)를 통한 더 많은 소득의 창출로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유’는 결국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일 것이다. 그것이 현재 우리사회의 유일한 행복의 기준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에 목매는 이유를 ‘신뢰의 부재‘로 본다. 돈 외에는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는 공동체나 신뢰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부재한 한국사회의 특성, 더군다나 한국인의 종특 상, 그냥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더 나은 상태‘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무한 경쟁의 분위기는 우리사회를 먹고살만한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경제적 자유’,  그 이후를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어떤 일을 원하는가. 차나 가방을 사고, 해외여행가고, 가족들에게 맛있는것 먹으러 다니고… 생각해보면 이런건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지 않아도 일하면서도 자기 경제수준에 맞게 조금씩 하고 있는것 아닌가. 스포츠카나 명품 등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더 많이 쓰고, 핏줄들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 그것 말고 '경제적 자유'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은 무엇이 있을까.

어찌보면 숫자의 노예가 되어, 아니 숫자로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가기 위해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를 하며 뼛속까지 내재화된 계급의식으로 세상의 타자들과 싸워이기는 것, 치고 올라가며 처절하게 확보한 우월감과 어느순간 찾아오는 자격지심의 진자 운동을 평생 계속하게 된다. 그리곤 100% 예외없이 한줌의 재가 되어 땅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
경쟁사회, 능력주의를 한 방에 해결할 수는 없다. 저자는 소박하지만 생각해 볼 만한 대안들을 제시한다.  예를들어 ’간판 취득은 지금보다 쉽게 하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방식의 사회 시스템을 제안한다. 지금처럼 첫직장이 비정규직이나 대기업 신입사원이냐로 평생 계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에 입사는 쉽게 하되 내부에서의 ’능력‘ 경쟁을 통해, 뼈빠지게 일하는 대리와 놀고먹는 부장의 뻔한 풍경을 바꿔보자는 이야기이다.  아쉽게도 내게는 조금 먼 이야기로 들리기는 하지만, 그렇게만 될 수 있어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주요 불만, 노력해도 변하지 않은 사회를 진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른 능력주의의 실현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거거서 파생되는 평생 경쟁체제라는 문제점은 무시할 수 없다.)

🇰🇷
충분히 경청할 만한 문제제기였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비록 거대한 문제제기에 비해  대안이 아직 추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진 못해 보이지만,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각자도생의 삶들로 뭉쳐진 우리 사회를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킬 것이다.  이번 피드에선 북마크를 좀더 많이 열심심히 옮겨 적었다. 책은 못 읽더라도 북마크 부분은 꼭 읽어보셨으면 싶다.

덧,
책 말미에 소소한 제안이 눈에 띄었다. ‘사회적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 혹은 담당 부처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p272’ 이라는 제안이다. 제안자체는 좋은 것 같다. 지금의 우리사회의 문제가 한두개 부처가 해결할 수 있는건 아니니 말이다. 다만 지금 정부에 이런 위원회를 세웠다간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뿐이다. 뭐뭐를 신뢰를 하지 않으면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둥의 헛소리가 생각난다. 😊 빨리 4년을 보내자. 최소한 투표라도 열심히 하면서, 이런 책이라도 열심히 보면서 4년을 보내자. 아직도, 정치엔 관심없다는 지식인들의 이기적인 헛소리는 그만 듣고 싶다.

P19 “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욕망을 한 줄로 야약하자면, ‘어떻게 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P32 “ 한국에서 근로소득 1억 원을 초과한 사람의 수는 91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대비 4.7퍼센트다.(2020년국세통계연보) ”

P40 “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게 마련이지만, 유독 남의 시선과 평판에 민감한 한국인은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여러 불편함에 더해 상대적 박탈감까지 달래며 살아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

P43 “ 남들보다 돈을 덜 벌어서 조금 덜 누리는 것은 개인의 선택으로 두되, 그럼에도 ’괜찮은‘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삶이 가능하지 않다. 돈 없으면 불편하고 힘든 사회, 자살률이 높은 사회,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을 각종 통계가 입증한다. ”

P45 “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에 만족하며 살아가지 못한다. 누구도 내적 가치에 관심을 갖거나 주목하지 않을 뿐더러, 어릴 적부터 그것을 키우고 존중하는 삶에 대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서툴다. ”

P66 “ 한국인들은 평범을 선망하면서도 싫어한다.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사회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소위 ’튀지 않는‘ 선에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남들과 같은 거 싫어하면서도 튀는 것 역시 싫어하는‘ 이중성….  한국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를 나대는 사람이라거도 할수 있다. ”

P70 “ 한국인들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무난‘보다 더 잘 들어 맞는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튀는 행동이고 어디까지가 나대는 것인가? 여기에는 똑 부러지는 기준이 없다. … (심지어) 우리는 너무 조용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

P92 ”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 계속해서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이 ‘정상범위’ 내에 있다는 사실을 수자로 확인하고 증명받으려 한다.  중간은 가야하는데 그렇다고 또 중간이기만 하면 안 되니까 다양한 방법으로 과시도 해야 하는, 사실은 굉장히 피곤한 삶이자 서글픈 초상이다. “

P163 ” 바쁘디바쁜 현대사회, 주변인과의 비교를 ‘전통의 일환’으로 내재화한 한국인이 숫자로 나타나는 외적 가치만 좇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상들이 물려준 협력의 유산은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함께 간직하고 있었고, 공동체 내부의 끈끈한 관계 속에서 사라오는 동안 개인의 고유성이나 다양성은 설 자리를 잃었다. “

P195 ” (기성세대에게는) ‘작게 시작해서 늘려간가‘가 삶의 표준이었고, 실현 불가능한 꿈도 아니었다. 그러나 (젊은세대들에게) 이제는 언젠가 늘려갈 수 있기는 한지, 그 언젠가가 과연 언제가 될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집값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기도 했지만, 올랐다는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집을 살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이다. ”

P221 “ 깊은 속내까지 나누지 않더라도 여차하면 딛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서적 삶의 질은 엄청나게 올라간다. ”

P230 “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형 공동체의 핵심 가치는 넒은 범위의 구성원 간 신뢰에 기반한 다양성 확장이다. ’

P239 ” (시험보다) 더 나은 평가 방식 없다기보다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불신이 새로운 체제의 도입과 운용을 막는다. 한국 사회 전 영역에 걸쳐 만연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라는 결과 만능주의와 신뢰 부재의 접점은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P249 ” 능력주의를 지지하고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작금의 능력주이는 단지 시험 잘 보는 기술에 대한 찬양에 불과하다. 공정한 능력주의의 핵심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능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있다. ”

P257 “ 자신이 원하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먹고살도록,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삶에 만족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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