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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by 기시군 2025.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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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옥타비아버틀러 #비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뒀었다. 그러나 훓어본 시놉이 흔한 타임슬립물이라는 점에서 장바구니에서 구매로 옮겨오기 힘들었다. 우연히 이 작품이 1970년대 쓰였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당시라면 시간여행이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었을지 모른다는 근거 없는 생각에 주문을 했고 책을 받았다. 처음 받은 책이 꽤나 두툼해서 잘 읽힐까 싶었는데, 웬걸 꽤나 강력한 흡입력 덕에 한 번에 다 읽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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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집안에서 팔이 잘린 여자 ‘다나’ 이야기로 시작한다. 경찰은 같이 사는 남편 케빈을 의심하지만 다나는 절대 아니라 부정한다. 그녀와 남편에겐 둘만의 비밀이 있었던 것이다. 다나는 그들이 사는 1976년에서 ‘특별한 조건’이 만들어지면 1815년의 미국 남부 어느 농장으로 타임슬림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흑인노예 신분, 언제나 ‘루퍼스’라는 백인 남자 앞에 나타나게  된다. 그가 꼬마일때, 그가 청소년일 때, 그가 어른이 되었을 때, 계속 그녀는 루퍼스 앞에 나타나게 된다.   

당연히 흑인노예 신분일 수밖에 없는 다나는 위험에 쳐하게 되고, 여행이 반복될수록 위험은 점점 더 고조된다. 나중엔 남편 케빈과 함께 그곳을 향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들 여행의 대상지 19세기 남부는 노예제 환경이며, 여주인공 다나는 흑인이다. 현대에서 과거로의 회귀는 폭력과 복종의 역사를 비추는 장치로 기능한다. 시스템에 근거해 학대받는 자와 학대하는 자의 모습이 기본이 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애증, 의존이라는 인간성의 회색질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노예가 주인을 증오하면서도 그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처럼,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자신이 속한 조직이라는 시스템을 원망하면서도 동시에 애정을 품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조율하고, 그 속에서 묘한 애착을 길러낸다. 소설 ‘킨’은 그 감춰진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 

남편 케빈을 통해 작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사랑은 존재하지만, 그 사랑조차 사회의 구조적 벽 앞에서는 무력해진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작중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는 말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불평등의 세계 속에서 똑같은 자리에 설 수는 없다고.


SF매니아로 보이는 해설자는 작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기 힘든 삶의 조건에서 여러 제약들을 물리치고 온갖 핸디캡을 떠안고도  SF라는 장르의 멋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사실상 최초의 작가라는 ‘옥타비아 버틀러’라 이야기한다.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생생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해 봤다. SF는 현장취재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가능하지 않았을까? 60~70년대 미국에서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직접적인 경험을 몸에 품었을 것이고, 그 조상들에 대한 성실한 공부가 방금 여행을 다녀온 여행자의 여행담 같은 실감 나는 소설을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 한줄감상 : 500페이지가 언제 끝났지? 하는 의문이 들정도로 잘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이자. 노예제 미국사회를 리얼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도 있는 멋진 소설 👍🏼

p62 “ 순찰대였다. 표면상으로는 노예들 사이에 질서를 유지하던 젊은 백인 무리. 순찰대. 큐클럭스클랜ku klux klan의 조상. ” 

p89 “ 그럼…. 루퍼스가 느끼는 중금의 공포가 나를 불러가고, 내가 느끼는 죽음의 공포는 나를 집으로 데려온다는 거네. ” 

p124 “ 나는 루퍼스에게 최악의 수호자였다. 흑인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그를 지켜야 했고, 여자를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자로서 그를 지켜야 했다. 내 몸 하나 지키기도 벅찬 곳에서 말이다. ” 

p191 “ 수월함 말이야. 우리나, 아이들이나…. 노예제도를 받아들이도록 훈련시키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전에는 몰랐어. ” 

p370 “ 한 번은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자를 봤어……  그 여자의 주인이 손목을 묶어 매달아 놓고 아기가 나올 때까지 때렸어. 아기가 땅으로 떨어질 때까지. ” 

p429 “ 예전에는 내가 이 낯선 시대에 너무 거리를 둔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리가 전혀 없었다. 언제부터 연기가 아니게 되었던가? 왜 그랬던가? ” 

p446 “ 이상하게도 그들(노예들)은 루퍼스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업신여기면서도 무서워했다. 그런 모습은 혼란스러웠다. 나도 루퍼스에 대해 그들과 똑같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 

p461 “ 감리교 목사는 교육이 흑인을 반항적으로 만들고, 주님께서 허락하신 것 이상을 원하게 만든다고 했다. 또 어떤 남자는 노예교육은 불법이라고도 했다. ”

p491 “ (욥기)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서 시들며 그림자같이 지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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