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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어른의 미래

by 기시군 2025.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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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미래 #편혜영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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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작가가 첫 짧은 소설집을 출간했다. 오랜 팬으로서 당연히 구매했고, 생각보다 적은 볼륨에 조금은 아쉬워하며 단편들을 아껴 읽었다. 짧은 소설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가벼움은 잊어야 한다. 편혜영인데, 세상살이에 대한 어른들의 이야기가 무겁게 담겨있다. 나이 들어간다고 본성이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아오이가든 같은 날 선 데뷰작에서 보이던 위악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건 ‘어른의 사정’에 대한 이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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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호의 에서 중산층의 삶을 사는 나는 내 아이의 학폭 가해자들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직접 폭력을 가한 아이에게만 처벌을 요청했고 나머진 용서했을 뿐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아버지는 집에서부터 회사까지 내 주위를 맴돌며 내가 무슨 작은 잘못이라도 범하면 신고질에 짜증이 죽겠다. 

#깊고깊은구멍 에선 흔히 보이는 길가 간이천막, 구두수선을 하는 집의 간판 ‘ 금니 매입’을 소재로 작은 미스터리 사건을 만들어 낸다. #한밤의새 는 서울 직장생활의 갑질에 질린 맞벌이 부부가 한적한 시골동네 ‘펜션’을 매입하려는 과정을 스릴러 형태로 풀어낸다. #비닐하우스 에선 귀농을 해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는 내게 ‘당신네 비닐하우스에 시체가 묻혀있다’는 경찰의 통보와 수색이 시작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많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은행원이었던 주인공이 횡령으로 신세를 망치고 이혼을 당하고 알콜중독자가 된 ‘어른’ 이야기.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엄마의 20살 때 회사원 시절 이야기. 동네 교회사람들을 속여 돈을 뜯고 도망치는 부모를 두었던, 이제 어른이 된 간호조무사 이야기.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그들이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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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그대로 기술하면 그건 경찰서에서 만들어지는 사건조사서가 된다. 편작가는 소설 앞부분에서 이야기를 돌어가 접근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사건의 실체는 가려둔 채 주변의 상황 만을, 조금씩 흘려지는 정보 만으로 사건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서술방식을 선택했다. 뻔할 수 있는 사건의 식상함을 피할 수 있는 신선한 서술법이었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걸 보고 있으니 처음에 평화로웠던 마음이 점차 울적 p83’ 해지는 경험들이 있지 않나. 작가처럼 나 역시 그렇다. 따사롭고 평화로운 사람들 사이 뒤편에, 힘들고 어려움에 찌든 이들의 그림자를 느낄 때, 또는 더 이상 이 아름다움 사이에 더럽혀진 내가 있기가 미안해지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대부분 일상과 다른 상념에 감춰져 있던 그것을 끄집어내는 책으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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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인생은 미움과 원망 같은 것으로 근근이 이어지기 마련 p144 ‘이라는 문장, 그리고 ‘ 어떤 사람에게는 비가 더 많이 와요. 그럴 때가 있겠지만 우산도 꼭 쓰고 신발도 잘 말려 신으면 됩니다. p161 ‘라는 문장사이엔 삶에 대한 관조와 희로애락에 대한 긍정이 스민다. 결국 암울한 어른들의 미래도 작은 수다로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편작가 스타일에 비해선 ☺️) 낙관적인 결말이 (최소한)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 한줄감상 : 단편 쓰기를 연습하는 분들에겐 강추이며, 세상살이의 무서움과 서러움을 멀리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비추이나, 나 말고 ‘우리’라는 어른의 미래를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추천.

p34 “ (어른의 호의) 동료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의 적절한 지원을 받아 우수한 학력을 유지했고, 그 덕에 용모와 태도, 취향과 경험에 있어 모두 중산층으로 제대로 자리 잡은 사람들이었다. “ 

P42 “ (어른의 호의) 남자는 기명의 사소한 잘못을 죄다 들춰낼 작정인 모양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려고, 제 아들의 잘못을 그런 흔해빠진 실수라고 우기려고. “

p78 “ (그것만 생각해) 과거가 문제야. 우릴 끝없이 괴롭히니까. “

P114 “ (비닐하우스) 실패가 삶을 나아가게 할 때도 있지만 대개의 실패는 삶을 바닥에 처박았다. 황인수가 겪은 일들이 죄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들개처럼 침을 흘리고 눈을 치켜뜰 일이 많이 생겼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처박힌 삶이라 할지라도 삽질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삽질 말이다. “

p133 “ (이윽고 밤이 다시) 그간 장이수는 술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한 규칙을 적용해 왔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술꾼으로서의 명분이 없어졌다. 명분을 잃으면 술꾼에게는 술밖에 남지 않았다. “ 

p183 “ (아는 사람)누구에게나 차라리 거의 모르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낫다고 여겨지는 시기가 있는 법이었다. 지난 일들이 긍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그럴 터였다.”

p207 “ (모든 고요) 기억이 원래 그래요. 자주 떨어져나가죠.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기시리뷰 #어른의미래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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