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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자우메카브레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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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나의 경로도 목적지도 아닌 여행이며, 우리가 사라질 때는 그 위치가 어디든 우리는 언제나 여행의 중간 지점에 있다p285’ 라면, 겨울의 여행은 험난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사라지는 시점을 정할 수 없다면, 그래서 원하지 않던 겨울에 사라져야 한다면, 내게 남은 것은 추위에 대한 강한 기억과 그걸 이겨내기에는 너무 작고 약한 사랑의 흔적들 뿐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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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작가의 책을 다시 읽는다. ‘나는 고백한다’는 3권의 장편으로 묵직한 서사와 실험적 서술의 방식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 책에 담겼던 삶과 예술, 죽음과 악에 대한 가볍지 않은 사건과 인물들이 어렴풋하다.
이번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절제는 생략과 축약으로 다가와, 가느다란 서사의 끈을 이어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뿐이다. 이야기의 그립감은 독자의 손에 맡긴다. 그저 스타일이다. 읽다 보면 희미해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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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애정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슈베르트를 무척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14편의 단편 곳곳에 그의 음악이 스몄다. 또 뭘 좋아할까? ‘못생기고 희귀한 완벽함p29’을 좋아하는 것도 확인했다. 문득 ‘귀여운 못생김’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 (내 이야기는 아니라고 일단 질러둔다.)
‘ 잊힌 것들을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되살려 내고 싶어p93’하는 것을 보니 과거의 ‘무엇’과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확실하다. 책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미적 숭고함’과 마주치는 순간일 것 같다. 작품의 완성도, 슈베르트의 음악도, 그런 자극된 감각의 고조, 그 극점에 대한 경험이 ‘이방인으로 왔다가 이방인으로 떠나는p255’ 한 명의 인간인 작가에게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독자인 내가 좋아하는 건 뭘까? 불현듯 찾아오는 불안을 쫓아냈을 때의 통쾌함. 무용하지만 귀엽고 이쁜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의 즐거움. 한 권의 책으로 작가가 전하는 말을 절반이상은 알아들었다고 느꼈을 때의 쾌감. 덜 귀엽고 살짝 못생긴 독자의 호(好)는 대충 이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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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는 기억한다’는 감당할 수 없는 자책감의 극단을 너무 서글프게 그려낸다. 표제작 ‘겨울여행’은 사랑과 세월 사이의 간격안에 무참하리만치 무력한 인간의 ‘사랑’을 그린다. 22세 여자와 26세의 남자는 사랑했다. 뚜렷한 이유없이 이별하는 순간, 남자는 마지막 제안을 한다. 25년 후 이 자리, 이 시간에 다시 만나자는 것. 남자는 알고 있다. ‘망각이 가장 고통스런 죽음p264’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잊지않고 25년이 지난 후 그 자리를 찾는다. 그녀는 나타났을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어떤 모습일까?
겨울이었고, 우리는 우리의 여행이 언제 끝날지 몰랐고, 자신에게 ‘행복’ 찾아오는 것도, 다가와 사라지는 것도 모두 두려워할 뿐이었다. 인간이란 존재가 사실… 그렇다.
✍ 한줄감상 : 이지리스닝 음악을 생각하면 안 된다. 난이도 있는 클래식을 즐기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의외의 '의미' 있는 발견을 할 수도 있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작가의 장편 '나는 고백한다'는 완독 후 꽤 큰 만족감을 줄 것이다.
p61 “ 편지는 읽히기 위해 존재하지. 나는 두고 자네들끼리 가. (탈옥을 앞두고 딸의 편지를 읽기 위해 동료들에게 하는 말) “
p75 “ 책 중독이었다. 토니가 섹스 중독자라면, 아드리아 선생은 책에 대해 그랬다. “
p77 “ 완벽한 토니란, 지금의 토니에데가 교양, 취향, 신중함, 그리고 아드리아 선생의 지적 호기심을 더한 사람일 테다. “
p165 “ 아버지는 이자크의 손을 잡아 권총을 입안에 넣고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지? 그냥 놀이일 뿐이란다. “
p192 “ 그녀의 눈빛이 신맛 나는 식초처럼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
p220 “ 팬티 속에 1000크로네짜리 지폐를 두둑히 넣고 나타난다면, 소니아도 더 이상 거시기가 작다고 하지 않을 거야. “
p273 “ 여기에서 가져갈 수 있는 기억의 징표가 하나라도 없을까? 내 고통마저 침묵할 때면, 무엇이 나에게 그녀를 기억토록 해 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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