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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by 기시군 2026.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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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젊은작가상수상집 #김채원 #길란 #남의현 #서장원 #위수정 #이미상 #함윤이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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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기르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번성해 눈에 띄었을 텐데… p17'라는 대사는 현실성이 없다. 소설의 설정상 유식한 교수 출신도 아닌데. '번성'이란 단어는 문어체다. 대상작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이렇게 내게서 떨어졌다. 

당연히, 이 작품이 가지는 작품성에 자체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부담스럽제 않게 가볍게 시체를 다룰 수 있는 감성이 흥미로웠고,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돈들이 않고😎) 인정이라는 선물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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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백부네 외아들이 죽었으니, 딸인 내가 유일한 상속자란 엄마의 계산은 세속적이지만 리얼하다. 아들을 잃은 백모를 유튜버로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끌고 동정여론을 만들겠다는, '빨갱이 티'를 다 벗지 못한 나의 존재는 소설 속에서 유니크하게 동작한다. 길란의 '추도'는 시대의 리얼리즘 성향이 선명하게 반영되어 있다.

학대자에 대한 저주는 흔하다. 하지만 ‘사랑받으며 자라지  않았는데 사랑하는 재능 p98’는 특별하다. 남의현 작가의 ‘나는 야구를 사랑해’는 버려진 딸, 숙모의 눈칫밥 같은 전형적인 상황 안에서 독특한 시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숙모의 아들, 야구를 잘 못하는 남자친구. ‘ …. 미지근하게 헤어졌다. 욕조의 물이 식으면 일어나 밖으로 걸어 나가듯이 자연스럽게. P116’ ‘ 이 문장에 난 작가를 찜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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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위험하다. 이야기를 파는 행위다. 나의 기억을 팔고, 들은 이야기를 판다. 이야기 안엔 정체성과 타자에 대한 분노, 회한, 기타 등등 술자리 안주거리로 씹힐 이야기들이 넘친다. 작가는 그 안에 개입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축조해 낸다. 서장원의 '히데오'를 읽고 있자니 이 사람은 꽤 큰 작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정체성의 고통을 결국 팔고야 마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며, 끊임없이 자신이 '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소설이다.

크로스드레서의 디테일을 처음 알게 됐다. 작품에 필요한 필수조건인 '취재'라는 측면에서 위수정의 '귀신이 없는 집'은 참 잘 쓰인 단편이다. 이해가 이입으로 진행되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상의 '일일야성'은 읽는 내내 묘하게 위악적이고 휘청인다. 그 휘청임이 정확히 어디서 오는지 짚기 어렵다.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는 제목만큼이나 넓고 깊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단편 하나에 이 정도의 밀도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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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소설 안에서 '자신'을 되새긴다. 경험을, 생각을, 주장을.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신을 처음 만졌을 때 느꼈던 끝간 데 없던 차가움이 떠올랐다. 부자친척에 잘 보이려 어린 나를 데리고 강남의 큰 저택에 잔치일 도우러 다녔던 모친의 위선적인 미소도 떠오른다. 술에 취해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팔고 있던, 창피해 죽을 것 같은 나의 등신 같던 모습도 오버랩된다.

문학은 독자에게 '창피함'을 선물하며 독자를 자라게 한다. 나쁘냐고? 아니다. 삶에 대해 이렇게 좋은 조언자가 또 있는지 생각해보자.

✍ 한줄감상 : 인정받은 젊은 작가의 7편의 단편을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책.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95년생 남의현작가의 작품집을 찾아봤으나, 아직 출간전이다. 기다려 꼭 볼 요량이다. 심사위원인 김연수작가가 인정한 ‘시적 섬광’을 보유한 작가. 

p55 “ 그래도 즉사한 게 다행이지 뭐니. 엄마 아는 사람은 조카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식물인간이 되어가지고 몇 년째 꼼짝도 못 한다더라. 애가 의식이 있으니 어떻게 하지는 못하고, 온 가족이 옆에 수발들면서 똥오줌 받아내고, 돈은 돈대로 들고, “

p59 “ 성경 옆면에 금칠이 되어 있었다. 저건 진짜 금일까? 성경에 금칠을 하는 이유가 뭘까? “

p68 “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품위가 필요했다. 돈이 만들어주는 품위가. 그것만 있으면, 너무도 쉽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

p187 “ 재원은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맨몸에 검은색 반투명 팬티스타킹만 신은 자신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느새 단단해진 성기가 스타킹 위로 빼꼼 올라왔다. “ 

p191 “ 삼미는 펨돔, 재원을 멜섭이 되어 주인과 노예의 관계를 즐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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