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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 #밀란쿤데라 #민음사 #La_Lente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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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을 느끼는 순간은 차 안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볼 때가 아니다. 걷거나 뛸 때 심장에 파고드는 울림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쿤데라는 문명이라는 이름아래 사라지고 있는 ‘느림의 즐거움’을 아쉬워한다.
이 책 ‘느림’은 프랑스로 망명 후 최초로 모국어 체코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쓰여진 장편소설이다. 불규칙으로 터져 나오는 방언 같은 사건과 대사들이 쿤데라스러운(?) 희극으로 펼쳐진다. 진지함을 빼고 가까이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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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밀란쿠(본인일것이다.☺️)는 아내 베라와 오래된 성을 개조한 호텔에 묶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되는 과거와 현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먼저 18세기 이 성을 배경으로 진행된 사건, 귀족 T부인이 자신의 실재 애인을 숨기기 위해 젊은 기사를 유혹하여 하루를 치밀하게 보내는 이야기. 쾌락을 위해 하루를 희생(?)하는 모습에서 작가는 그녀를 ‘에피쿠로스의 제자’라 칭송을 한다.
두번째, 지금의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 곤충학자들의 국제학술 대회가 있고 여기에 참가한 인물들의 욕망과 사건들을 펼친다. 야밤 수영장에서 나체 섹스쇼를 벌이는 지식인 커플, 과거 자신이 찬 남자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습에 마음에 흔들려 다시 그를 유혹하려는 여인, 체코에서 사상문제로 노동자생활을 오래 했던 곤충학자 이야기가 얇은 책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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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기 위해, 현대인들의 허위의식을 비웃고 비꼬고 조롱하는 작품. 느림의 낭만과 무차별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는 현대인들의 대비가 선명하면서도, 한편으론 수상하기도 하다. 가식적 활동이 일상인 투숙객인 지식인들. 그들은 일상의 가식을 욕망을 불태우며 보상받으려 한다. 속도에 몸을 맡겨 쾌락을 좇는다 하지만 그 쾌락 역시, 18세기 T부인의 쾌락과 마찬가지인 욕망이다.
빠르게 자신의 욕망에 다가가는 것과, 천천히 느리게 진짜애인과의 즐거움을 위해 가짜애인과 하루밤의 시간을 보내는 긴 시간이 본질적으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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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은 사실 무의미한 반복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위신을 세우고 잘나고 싶고, 섹스에 몸이 달아있으며 느리던 빠르던 그 행위들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반복들 사이에서 ‘차이’를 느끼며 ‘유의미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 헤맨다. 아직 그 유의미함이 무엇인지 등장인물도 작가도 모를 수 있다. 이렇게 쓰이는 작품 자체가 유미의함의 일부일지 모르겠다. 느림은 ‘미끼’이며 작가에게서 자신을 포함한 인간들에 대한 조소가 느껴진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이다. 😎
✍ 한줄감상 : #우스운사랑들 보다는 덜 웃기며,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보다 가볍다. 대신 짧고 간결한 에세이 같은 문장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다. 즐기되 스토리에 너무 집중하지 말 것. 😅
p8 “ 속도는 기술 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다. “
p29 “ 춤은 예술이기 때문이야! 자신의 생을 한 편의 예술 작품의 소재로 보려는 그 강박 관념 속에 춤꾼의 참 본질이 있어. 그는 도덕을 설교하는 게 아니라, 도덕을 춤추는 거야! “
p44 “ 모든 것이 인위적이요 안배되었고, 조작되었으며, 모든 것이 연출이요 무엇 하나 자연적이지 않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게 예술인 것이다. 이 경우엔, 긴박감을 연장하는 예술, 뿐만 아니라 가능한 한 가장 오랫동안 흥분상태를 연장하는 예술. “
p58 “ 그녀의 욕망은 자아를 확장하는 것, 자아를 그녀 인생의 그 협소한 굴레로부터 빠져나오게 하고, 자아를 반짝이게 하고, 자아를 빛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다. “
p91 “ 공감이란 게 결국 그토록 여리고 그토록 덧없는 것이란 말인가? (물론이라네, 이 친구야, 물론이라네.)
p102 “ 종종 당신은 내게 언젠가는 단 한 마디도 진지하지 않은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어. 당신의 즐거움을 위한 거대한 장난질을. “
p105 “ 사람들이 당대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마치 베토벤의 작품 백서른여덟 곡을 연이어 연주하되 다만 각 악곡의 첫 여덟 소절만 연주하여 소개하는 그런 대연주회와 흡사하다. “
p113 “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일, 그것은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인간 조건에 반항하는 일이야! “
p148 “ 방금 그들이 오늘 밤 처음 보여 준 이 우스꽝스러운 연극은 뒤이은 나날의 주들에 또 되풀이될 것이다. “
p151 “ 속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는 것. 이 방정식에서 우리는 여러 필연적 귀결들을 연역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 우리 시대는 속도의 악마에 탐닉하며 그래서 너무 쉽게 자신을 망각한다. “
p161 “ 우리는 쾌락 안에서 쾌락을 위해 살 수 있으며 행복할 수 있을까? 쾌락주의의 이상은 실현 가능한가? 그 희망은 존재하는가? 적어도 그 희망의 여린 빛이나마 존재하는가? ‘
p176 “ 그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의 걸음걸이들은 느려진다. 저 느림 안에 행복의 어떤 징표가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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