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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디 에센셜 프란츠 카프카

by 기시군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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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센셜프란츠카프카 #프란츠카프카 #민음사 #교보문고 #양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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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문학’이라 부를 만큼 ‘문학’밖에 남지 않은 불안하고 힘든 남자 카프카. 친구 막스가 아니었다면 유언처럼 잿더미로 사라져 버렸을 작품들을 두꺼운 책 한 권에 담았다. 고독 삼부작 중 미완성 유작인 ‘실종자’와 다수의 단편소설, 그리고 가장 꼼꼼히 읽었던 카프카의 편지들. 📨 🌿760여 페이지의 두께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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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장편인 미완의 실종자’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16세 주인공 카를로스만은 하녀에게 아이를 가지게 했다는 이유로집에서 쫓겨나 미국행 배에 올랐다. 하녀의 유혹 때문에 발생한 일이나 쫓겨나는 건 카를이다. 그나마 그 하녀의 편지 덕분에 미국에서 사는 부자 외삼촌과 조우하여 잠시 상류층 세상을 맛보기는 하나, 외삼촌의 별것 아닌 지시를 어겼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내쳐져 빈민층이 되고 만다. 이민 부랑자 친구 2명을 사귀어 같이 다니기는 하나, 매번 사기만 당하다가 우연히 카를에게 호의를 가진 호텔 주방장 덕분에 엘리베이터보이로 취직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사기꾼 같은 부랑자의 방문으로 카를은 복잡한 사건의 소용돌이에 올라타게 된다. 

어쩌보면 젊은 카를의 미국탐험기, 모험담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찮다.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역경은 어떻게 해결할까? 카를의 고지식함에 답답해하면서도 그 순수함에 공감의 느낌을 계속 가져가며 읽게 된다. 

내가 본 ‘실종자’는 #변신 의 변주다. 변신에서의 그로테스크를 빼고, 당시 유행하던 활극의 모험담을 심은 실험작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한 다음에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종자의 카를 역시 이미 집에서는 쫓겨나 미국에 도착하기 직전에 장면에서 시작한다. ‘변신’에서 무게 중심은 변신한 잠자가 아니라 잠자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에 대비되는 등장인물들은 아집에 차있고 언제나 복종만을 원하는 외삼촌, 동향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보이나 끝까지 챙겨주지 호텔 주방장, 친근하게 다가왔으나 결국엔 가장 큰 배신을 하는 부랑자들과 매치가 된다. 이 장편은 완결이 되지 못했으나 아마 ‘변신’처럼 잠자는 죽고 소풍을 가는 가족들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제목처럼 ‘실종’해 버리는 카를. 어쩌면 ‘실종 당하는 자’의 자아를 가진 카프카의 문학적 한풀이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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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2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미 발표된 작품들은 전반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 작품들은 말그대로 미완성작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고 묘사나 설정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작품들 (#유형지에서) 도 있고, #단식광대 문학에 대한 스스로의 반영을 고백하는 작품도 눈에 띈다. 마지막 작품인 #가수요제피네또는쥐들의종족 같이 슬픈 소설도 인상에 남는다. 그에게 노래한다는 것은 문학을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불안의 습격은 문학을 ‘찍찍’ 거리는 소음으로까지 자기 환멸로 끌고 들어간다. 여러 단편들에서 그의 마음의 틈들을, 문학에 대한 애정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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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통해 직접 작가의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 유명한 문장 “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만 하네 “ 를 직접 읽을 수 있었고, 불안과 고독, 자존감 부족 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문학에 대한 애정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인들. 그녀들과의 편지안에서 사랑의 흔적, 좌절, 고통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번의 약혼을 했다 결국은 파혼을 하고 만 펠리체, 유부녀였으나 사랑의 대화를 이어갔던 밀레나, 심지어 죽기 직전 간호를 해주던 20살 소녀의 이야기까지, 날 것 그대로의 문장들이 흥미로웠다.   

그는 합리를 추구한 똑똑한 사람이었으나 세상은 ‘선의(빽,힘?)’없이 합리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한 사람이다. 가족들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 없이 외로이 성장한 인물이다. 그에게 탈출구는 모두의 요구를 만족하고 난 다음에 쓸 수 있는 소설이었다. 살아있다는 순간을 느끼는 순간이 그때뿐이었을 것이다. 다른 모양일 뿐 유사한 정서적 감응을 할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는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나 역시 그렇다. 

✍ 한줄감상 : 카프카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신상 종합선물세트 ☺️


p51 “ 그렇지만 정의의 문제에서는 찬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p304 “ 그는 곰곰이 생각하고 여러 가능성 중에 선택해서 매번 새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 “ 

p446 (해설) “ 내적으로 다소 무력감을 느낀 카프카는 현실, 즉 자신과 자신의 세대가 경험한 현실을 포착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표현 방식, 언어, 판정을 찾으려 했다. “ 

p490 “ 사냥꾼이 말했다. ‘나는 늘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한껏 도약해서 어느새 저 높은 곳에 있는 대문이 내게 빛을 비추면 나는 어느 이승의 물속에 황량하게 박혀 있는 내 낡은 나룻배에서 깨어납니다. “ 

p512 “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이러한 신체 결함이 아니라 그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와 혈관을 맴도는 독성이다. 그리고 내 눈에만 보이는 그의 삶의 구도를 원만하게 완성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 

p519 “ 약함은 아무래도 근본적인 특질이다. 그러나 수치스러운 약함이 아니라 우리 지구상에서만 약하게 보이는 어떠한 것이다. 이를테면 날 준비가 된 것도 약함이 아닐까? “ 

p540 “ 내가 판결 내리는 원칙은 이렇습니다. 죄는 언제나 의심할 여지가 없다. “

p584 “ 알 만한 사람들은 단식광대가 단식 기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설령 강요를 당하더라도 음식물을 조금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 

p586 “ 그만이 자신의 단식에 완전히 만족하는 관객일 수 있었다. “ 

p599 “ 제 입에 맞는 음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음식을 찾아냈다면 괜히 소동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고, 당신이나 모든 이처럼 배불리 먹었을 겁니다. “ 

p607 “ 우리 삶은 매우 불안하고, 모든 날은 놀람과 불안, 희망과 공포를 가져다준다. “

p631 “ 요제피네는 물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머지않아 마지막으로 찍찍거리다가 마침내 잠잠해지는 때가 올 것이다. “ 

p639 “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만 하네” 

p648 “ 1912년 11월 11일….. 잠정적으로 암시하면 제목은 실종자’이고 북미의 미국이 배경입니다. …. 처음으로 자신감을 느낀 비교적 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끝내야 합니다. “  

p653 “ 나는 종종 가족의 도움을 알지 못하고, 부모와 모두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p663 “ 글쓰기는 나의 내면적 존재의 유일한 가능성입니다. “ 

p668 “ 결혼이 가져올 변화를 생각해 보세요. 한쪽을 잃고, 다름 한쪽을 얻을 것입니다. 결혼을 통해 나는 끔찍한 고독을 잃고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그대를 얻을 것입니다. 반면에 그대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지금까지의 삶을 잃겠지요. “

p671 “ 나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문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p701 “ 저한테는 약간의 격려와 따스한 정, 글니고 제 길을 조금 열어 두는 정도면 되었을 텐데 아버지께선 오히려 제 길을 가로막으셨지요. “ 

p715 “ 그래요, 나는 불안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쩌면 그것이 내가 지닌 최상의 것일지도 모릅니다. “ 

p737 “ 나는 글쓰기를 통해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어. 평생 나는 죽어 있었고, 이제 정말로 죽을 거야.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삶보다 더 달콤했어. 그런 만큼 내 죽음은 더 끔찍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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