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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고잉 홈

by 기시군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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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문학과지성사 #문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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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작가는 기다리고 있는 ‘고급한국어’는 내지 않고 ☺️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만 잔뜩 들어가 있는 단편집을 냈다. 집에 가는 것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먼 타지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 안에 사람들은 어떤 관계들에 고통받아왔는지, 넓지만 협소한 관계망 안에서 조분조분 이야기가 많다. 언제나 그렇듯 문작가 소설은 차분하게 읽기며 섬세함을 즐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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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단편이 모여있다. 가장 좋았던 3편의 개요만 보자. 

*핑크 팰리스 러브
형편이 좋지 않은 유학생 부부, 연말을 맞아 큰마음을 먹고 플로리다로 휴가를 떠난다. 고풍스러운 핑크색 호텔에 짐을 풀지만 왠지 호텔을 을시년스럽다. 흥이 나야 할 판에 아내는 영 다운된 분위기. 나 역시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다. 우연히 호텔을 구경하다가 13층 어느 구석에서 결혼 전 사귀던 전여자 친구를 만났다. 왜 이곳에 그녀가? 

*크리스마스 캐러셀
아버지가 재혼한다는 핑계로 여행 겸, 미국 고모를 보러왔다. 고모에게는 공개입양한 딸 ‘에밀리’가 있다. 고모네집에 묵던 중 고모가족 모두가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기로 했다 하여 동행하기로 한다. 12살 에밀리는 신이 나서 놀이동산을 뛰어다닌다. 고모와 고모부는 나에게 에밀리의 케어를 맡겼다. 귀찮은 마음에 너 혼자 돌아다니라 하고 쉬고 있는데, 젠장 에밀리가 사라졌다. 

*골드 브라스 세탁소
신참 유학생 ‘영’에게 교회에서 만난 남자선배 ‘수’는 나름 나쁘지 않은 남자였다. 소심한 성격에 ‘저널리즘’공부가 쉽지 않아 하던 ‘영’에게 ‘수’의 플러팅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수’는 여자유학생 여러 명을 건드리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어 자연스럽게 해어지게 되고,  ‘수’와의 작은 사건 때문에 처음 찾게된 세탁소의 무뚝뚝한 한인 남자주인과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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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다친 아내를 차에 싣고 의료보험이 없는 자신들의 처지에 병원을 가야 하나 고민을 하는 애처로운 부부 이야기, 신학대를 나와 미국의 한인교회 안에서 진로를 고민하다 친절한 목사의 정체를 알게 되는 더 혼란스러워하는 무성애자 여성신도 이야기 등. 디아스포라 시대의 다양한 인물들 이야기들이 큰 편차 없이 정성껏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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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있는 사람들은 외롭고 쓸쓸하다. 합심하여 떠난 부부유학은 생활의 피로와 다양한 외부 충격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혼자 떠난 여행은 안 그럴까? 한국 땅을 떠나도 그곳 사람들과의 관계로 즐겁기도 하지만 피곤해지고 아파하곤 한다. 그들의 분노를 화해를, 후회를, 이해를 소설로 잘 정리해 놓았다.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상상과 주장을 펼치는 SF장르가 있다면, 저자는 자신이 겪었던, 알고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삶을 미분하여 드러낸다. 작가가 만들낸 스타일이고 가장 잘하는 일이다. 재미있게 책을 읽고, 덮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작가는 다음은 어디를 향할까? 가장 잘 아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더 깊이 들어간다면 동어반복의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다른 세계로 나간 문지혁 작가는 잘 상상이 안된다. 일단 다음 책을 기다려 봐야겠다. 

✍ 한줄감상 : ‘읽고 쓰는 일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지라도, 어제보다 조금 너 나은 존재가 되게 하리라는 미련한 믿음’을 가진 작가의 섬세한 ‘움직임’에 대한 소설들. 

p61 “ ‘이게 끝이야?’ 그 말이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들렸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분노가 치밀었고 그 분노는 방에 돌아와서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 

p68 “ 처음 몇 달은 사랑이 거리를 이기는 것 같았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같은 말은 그저 사랑이 부족했던 사람들이 내놓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

p73 “ 알 수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의 대상이지. 닫힌 문 너머, 골목의 끝, 내일 일어날 일 같은 것들 말이야. “ 

p136 “ 그러고 보면 뉴욕은 참 웃기는 도시예요. 온갖 남의 것들을 가지고 와서 그게 자기네 특징이고 매력이라고 우기니까요. 여기서 파는 메;뉴들도 그렇잖아요?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 거, 크루아상은 프랑스 거, 플랫화이트는 호주거, 자기네 거라고는 물 탄 커피밖에 없으면서. “ 

p148 “ 일반적인 인터뷰가 인터뷰이가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기계적 기록이라면 인뎁스 인터뷰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이자 내러티브 논픽션이다. “ 

p164 “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생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 

p216 “ 2주 뒤 우리 집으로 배달된 계산서에는 모두 2,217달러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병원 시설 이용비와 응급실 오ㅛ금, 의사 두 사람의 인건비 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그 작은 방 안에서 사용된 모든 물건의 이름과 가격이 적혀 있었다. “ 

p220 “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렌즈를 갖는 일입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예요.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분만의 거리, 여러분만의 렌즈를 발견해야 합니다. 알아듣겠어요? 예술은 단렌즈예요. 줌렌즈는 악마의 발명품이라고요! “

p232 “ 신학대학을 다닐 때는 학교 내에 팽배한 패거리주의와 세속주의, 가부장적 압력같은 것들이 싫었다…. 아버지가 목사면 성골, 장로면 진골, 평신도면 유두품…. “

p235 “ 담임 목사는 그림자가 없는 사람 같았고 그 그리맞 없음이 늘봄은 때로 두려웠다. “ 

p239 “ 10여 년 전 처음 LGBT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만 해도 늘봄은 그게 LG에서 만든 블루 투스 기술 같은 건 줄 알았다. “ 

p280 “ 늬 아빠 인생을 너무 불쌍하게 보지 마. 원래 제일 순수한 사람이 제일 먼저 가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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