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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아우구스투스

by 기시군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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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윌리엄스 #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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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장편 전부를 읽는다는 게 큰일같이 느껴지지만 #스토너 의 작가 존 윌리엄스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평생 3편의 장편만을 발표한 탓이다. #스토너 는 꽤 오래전에 읽어 아련하게만 기억에 남지만 얼마 전에 읽은  #부처스크로싱 을 너무 강렬했다. 소설에서 피비린내 같은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제 한 권 남은 아우구스투스를 골랐다. 그렇다. 로마의 첫 번째 황제인 그, 카이사르의 양아들인 옥타비우스의 생애를 다룬 전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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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양아버지이자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던 카이사르의 죽음을 알게 된 18세 옥타비우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약한 이미지와 어린 나이 때문에 정적들은 그를 무시했지만 그에겐 나름의 정치적 감각과 충성스러운 친구들이 있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원로원은 이미 살인자들을 풀어주었고, 아버지의 라이벌 안토니우스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시간을 벌어가며 정치적 협상을 진행하고 자신이 가진 ‘명분’을 앞세워 세력을 키워나간다. 마침내 옥타비우스는 안토니우스, 레피두스와 함께 삼두정치의 리더가 된다. 이어지는 행보 역시 거침없다. 블루투스를 끝장내어 복수를 완수했으며, 클레오파트라와 로마를 집어삼키려는 안토니우스를 제거하는 것에 성공함으로써 성실상부한 로마의 일인자로 올라선다. 

2부, 권력 이후는 승계가 문제가 된다. 옥타비우스에겐 아들이 없다. 세 번째 부인 리비아와 사이엔 그녀의 전남편의 아이가 둘이 있을 뿐, 마음에 드는 둘째 드루수스는 일찍 죽어버렸고, 첫째 티베리우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외동딸 율리아의 자식을 통해 대를 이어가려 했다. 율리아의 첫째 남편은 옥타비우스의 조카였으나 일찍 죽어버렸다. 두 번째 남편은 자신이 믿는 친구이자 전우 ‘아그리파’였다. 역시 죽고 만다. 세 번째,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의붓자식인 티베리우스와 율리아를 결혼시킨다. 그러나 율리아는 티베리우스를 혐오한다. 방탕한 세월을 보내던 율리아, 옥타비우스에 대한 역모를 꿈꾸던 안토니우스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위기. 딸을 사랑하는 옥타비우스는 딸을 외딴섬에 유배를 보낼 수밖에 없다. 

3부, 이제 옥타비아누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했던 과정 속에서 자신이 느껴고 겪었던 사건과 감회를 들려준다. 선택의 기로에서 했던 고민들, 권력의 댓가로 치른 것들, 사랑하는 딸 율리아에 대해서, 이제 죽음을 앞둔 늙은 옥타비우스는 경멸하는 티베리우스에게 권력을 넘기며 느끼는 실존적인 고뇌를 내 비친다.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딸 율리아는 몇 주 후 세상을 떠난다. 전남편 티베리우스 , 이제 다음 황제가 된 그가 굶겨 죽였다는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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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포를 권장한다. 😅 대부분이 편지, 기록지 들로 구성되며, 불친절하게도 시간대별로 나열되지도 않는다. 인물들의 이름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따라서 미리 카이사르 이후의 로마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가지고 읽는 편이 이 책을  더 풍부하게 즐기게 해 준다. 기원 전후 로마의 흐름을 알고, 사건과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이 어떻게 역사라는 드라마로 만들어지는지 바라는 맛이 꽤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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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공화정과 제정의 싸움으로 읽히면 안 될 이야기다. 이미 시대 로마의 공화정은 일종의 귀족정성격이었고 호민관이라는 형식적인 시민적인 참여가 있는 구조였다. 소설을 ‘권력’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그 앞에선 인간의 운명을 생각하게 한다. 운명과의 조우라는 사건이 기록되면서 쌓인다는 것이 인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소설의 소재는 다 다르기는 하나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질문이 아닐까. 공들여 쓰인 소설, 읽는 시간 자체는 다른 소설보다 훨씬 더 들어갔지만 읽고 났을 때의 뿌듯함은 그 시간 이상 좋았던 소설. 이 소설은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 한줄감상 : 로마제국의 탄생이라는 큰 드라마 안에 담긴 인물들의 세밀화. 도입부의 작은 언덕을 넘으면 꽤나 재미있는 역사소설을 만날 수 있다.

덧,
미술시간에 보던 석상 ‘아그리파’의 삶을 읽게 된 것도 반가웠다. 육체적으론 약했던 옥타비우스의 싸움대장 찐친이었으며, 옥타비우스의 사위이기도 했던 인물. 🤔 친구의 승계를 위해 그의 어린 딸과 결혼 하여 몇명의 아들까지 낳으나 결국 모두를 잃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인물. 왠지 영화적이다.

p26 “ 우리는 승리가 아닌 삶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 

p111 “ (옥타비우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어…, 나중에 뭐든 되겠지, 그야 저 아이의 성격과 운명의 장난이 결정할 일이니. “ 

p123 “ (서기전 13)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살인에 대한 복수는 마무리했다….. 우리 국가의 황제, 가이우스 옥타비우스 카이사르는 이제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되었다. “ 

p125 “ 안토니우스는 아직 로마에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동로마로 가서 노획물을 챙기고 입지를 강화해야 할 테니까. “ 

p132 “ (안토니우스에게 누이를 시집보내는 옥타비우스에게) 아우님이 해야 한다면 해야겠죠. 열심히 노력해서 안토니우스에게 좋은 아내가 되고 아우님께도 좋은 누나로 남으리다. “ 

p179 “ 알렉산드리아를 세계의 수도로 정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를 설득하려 했으나 재앙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군요…. 예 안토니우스가 로마를 향해 로마 군단의 칼을 겨냥할 터이니 비극적일 수밖에요. “ 

p213 “ 다음 주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가 리비아와 이혼을 하더니, 그다음 날 옥타비우스에게 하내를 선물한 겁니다. “ 

p228 “ (옥타비우스의 외동딸 율리아) 평생, 남편이 셋이지만 내가 사랑한 이는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혜는 냉수목욕을 하면 젊음의 열병이 치유된다 했던가? 다 개소리다. 인생이 종국에 달해 더 이상 사랑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난 사랑이 뭔지 알지 못했다. 젊음은 무지하고 열정은 모호할 뿐이다. “. 

p240 “ 아우도 알겠지만 우리가 결혼이라 부르는 세상은 속박의 세상이랍니다. “ 

p265 “ 폐하께 맡겨진 권력을 얼마나 원망하시는지 역시 잘 압니다. 오로지 권력을 증오하는 자만이 권력을 잘 쓸 수 있을 겁니다. “ 

p267 “ 열망 중에서 가장 제어가 불가능한 열망은 권력을 향한 열망이다. “. 

p316 “ 속령의 시민들도 로마와 옥타비우스 카이사르의 관용 덕분에 태평성대이지 않소… 사람들에게 평화를 선사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는 악취가 진동하고 도시와 제국은 물론, 카이사르의 통치 또한 위태롭기만 하오. “ 

p317 “ 우리 희극도 다 끝나가네. 그런데 이 희국이 너무 슬프군 그래. “ 

p359 “ (옥타비우스의 회상) 불과 여섯 가문이 로마를 주물렀으니까. 로마 휘하의 마을, 군단, 속령은 뇌물과 뒷돈의 시궁창이었지…. 일반 시민은 올가미에 걸린 토끼처럼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지. “ 

p361 “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고민하지 않네. 그보다 그 결과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지. “ 

p374 “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존재했네. 그래. 어쩌면 세상이 바로 내 시라고 볼 수 있겠군, 부분을 전체로 통합하고 이 파벌을 저 파벌과 통합하고 그 파벌에 걸맞는 역할과 혜택을 부여했으니까.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Augustus #역사소설 #아우구스투스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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