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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의희망곡 #이장욱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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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의 이장욱 시인은 무엇을 쓴 걸까. 작품은 시간을 뛰어넘어 독자에게 온다.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의 경계를 긋는 시인의 자만이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삶에서 지우기 편한 것만 지우는 건 시인이나 일반사람이나 동일하다. 송곳처럼 시인의 마음에 들어가는 나쁜 꿈은 스스로 지워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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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운명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수긍해야 하고 대등한 무엇으로 등치 시켜야 한다. 시인의 욕심이다.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p12’
감히 내는 욕심의 폭이 무섭다. 고양이가 있다는 증거가 없듯이 사랑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 리얼리즘은 존재하는 걸까? 낭만성 따윈 버린다.
‘좀비산책 p14’ 은 작가 마음이다. ‘잠깐 울다가 전진하였다 p15’ 말하는 의미를 음미한다. 다른 문장과 음절로 뒷 덜미를 채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순간’과 ‘서사’를 만지작 거리는 시인이 보일 뿐이다.
‘갑자기 미래가 시작되었다. p19’
아니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닌 척하지 말 것. 언제 시간이 당신의 허락을 받은 적이 있었는가. 순간은 분절적으로 온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위악은 적당히, 가능하면 상냥하게 꿈이야기 정도만 전하자. 아쉬움과 진심은 저 산너머로 묻어야 의미가 있다.
이제야 표제작 ‘정오의 희망곡’을 만난다. ‘가을은 순조롭게 깊어갔다 / 나는 사랑을 잃고 / 당신은 줄넘기를 하고 /음악은 정오의 희망곡. p26 “ 방심하라 권하는 듯하다 다시 말을 돌린다. ‘최후까지 / 정오의 허공을 날아다녔다. p27 “ 상큼한 냉소. 거슬리지 않은 스캔들.
빌어먹을.
시.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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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시인의 행사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 시인에게 가지고 간 책들의 사인을 받으며 물었다. ‘왜 기린이냐고?’ 시인은 답했다. ‘기린이 좋아서요!’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었다. ‘기린에 대한 모든 것’을 들고 있었다. 개별자에게 자신만의 ‘좋은’것들이 있다. 난 기린이 아니었지만 시인에겐 기린이었다. 나의 기린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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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삶에 대한 애증이 느껴진다. 순결할 수 없는 성인 남자의 그림자는 어둡다. 일상 안에서 ‘ 침묵’과 ‘회색 눈빛’의 엇갈림은 일상 안에 스며든다. 그는 ‘기린’과 ‘소실점’에 주목한다. 기린은 타자에겐 대체되어 버리는 ‘매혹’이다. 소실점은 그에겐 확장되며 중첩된다. ‘ 나의 몸은 집중적으로 지속된다. p86 “는 문장은 어떤 ‘기미’다. 나는 그의 소실점을 믿지만, 그 안에 숨겨진 ‘기망’에 속지 않는다. 20년 전 그를 만나 지금의 이야기를 나눴다.
✍ 한줄감상 : ‘나의 최후는 단호하다’를 외칠 수 있는 젊은 시절의 이장욱을 읽자. 20여 년의 세월이 그를 좀 먹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p9 “ 우리는 완고하게 연결돼 있다 / 우리는 서로 통한다 “
p11 “ 우리는 여러 세계에서 모여들어 / 여전히 사랑을 했다 / 외롭고 달콤하고 또 긴 사랑을 “
p22 “ 너에게 나는 소문이다 “
p22 “ 완벽하게 복고적인 정신으로 충만하고 싶어. 가령 부르주아에 대한 고전적인 적의 같은 것….. 우리는 유려해지지 말자. “
p28 “ 사랑과 햇빛을 위해서라면 부디 / 안락사를 허용해 줘요. “
p30 “ 모든 윤곽들은 최선을 다해 / 즉흥적이다. “
p41 “ 나는 매일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처럼 두려워지고 / 나는 내가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이들을 사랑하고 / 나는 흩어지는 연기를 한 시간 동안 바라볼 수 있다. “
p52 “ 당신과 나는 꽃처럼 어지럽게 피어나 / 꽃처럼 무심하였다. “
p62 “ 나는 온몸이 지워질 만큼 빠르게 생각을 하네. “
p67 “ 일생을 오해받는 자들 / 고개를 기울인 채 / 다른 세상을 떠돌고 있다. “
p76 “ 가로수는 완고하게 지구와 연결돼 있잖아. “
p80 “ 그대에 대한 나의 중얼거림이 문득 / 아주 물리적인 것들로 가득할 때….. 내 온몸이 내 온몸을 / 고요히 돌아볼 때 “
p84 “ 나는 꿈 밖으로 생각나는 목소리를 막았으면 해 / 부디 당신이 내게 관대할 수 있도록 “
p88 “ 오류는 없으며 / 최적의 소음이 그를 둘러싸지 / 무언가 결정적으로 / 오해하고 싶어 “
p98 “ 그는 한없이 환원된다 / 단 하나의 점으로. “
p110 “ 중독자들을 사랑하도록 하자 / 그들은 쉽게 / 바깥에 대해 무관심해지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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