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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3부작 #그래픽노블 #폴오스터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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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더니즘 담론과 이어지는 작품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중심의 해체, 인식론적 상대주의 등 한 때 예술과 건축분야의 지배 담론이었다. 이 작품 뉴욕 3부작은 미국식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표준 같은 위치를 차지했던 걸로 기억난다. 물론 폴 오스터의 소설이 변해가듯, 지배담론도 변화 해체되어 간다. 지금의 지배담론은 뭘까? 예술기법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유효한 듯 보이지만, 철학과 사회사적 측면에서 실천과 책임이 좀 더 강조되는 다양한 사조로 분화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아니 새로 읽었다.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뉴욕 3부작은 소설보다 더 작품의 중심철학에 가깝게 표현된다. 기하학적인 문양과 분열되는 이미지들 사이의 오스터의 문장들이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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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읽으신 분들을 위해 이 3편 연작의 줄거리를 정리하고 싶지만 사실,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일단 해본다. 당연히 이야기 앞부분만 정리한다. 스포는 없다.
첫번째 소설, 유리도시
퀸은 월리엄 윌슨이란 필명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다. 어느 날 새벽 알 수 없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 속의 인물을 퀸을 ‘폴 오스터’라는 탐정이라 부르며 도움을 요청한다. 몇 차례 무시하다 호기심에 퀸은 ‘폴 오스터’ 인척 하며 도움을 주기로 한다. 의뢰자는 스털린부부, 아들 스털린을 강금하고 학대했던 자기 아버지가 이번에 출소를 하는데 그걸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제 작가는 ‘폴 오스터’라는 진짜 작가가 된다.
두번째 소설, 유령들
다시 탐정이야기다. 탐정 블루는 의뢰자 화이트에게 블랙을 감시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뉴욕의 한 아파트 블랙은 하루 종일 글을 쓰거나 멍하니 시간만을 보내고 있다. 매일 블랙을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던 블루는 회의감에 휩싸이게 된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룰을 어기고 블루는 블랙과 접촉을 시작하게 된다.
세번째 소설, 잠겨 있는 방
주인공 나는 탐정이 아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문학적 자질이 뛰어났던 ‘팬쇼’라는 친구를 두었을 뿐이다. 어느 날 ‘팬쇼’의 부인 ‘소피’의 전화를 받는다. 자기 남편이 자신과 어린 아들을 두고 사라졌다는 것과, 팬쇼가 남긴 방대한 원고를 정리해 줄 사람으로 나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만나게 된 소피는 아름다웠고, 팬쇼가 남긴 작품들은 개성이 가득했다. 일단 그 일을 맡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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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픽션, 소설에 대한 소설, 소설가에 대한 자기 반영이 가득한 준 고전이 할 수 있겠다. 작품 중에서 언급된 ‘ 부서진 물건에 이름을 짓는 행위’가 작가에겐 작품을 만드는 행위와 같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가진 ‘낮과 밤’은 이름을 짓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의미가 부여되진 않는다. 행위는 사건이 되지만 그 사건이 ‘무엇인지 말하기 p167’는 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관계는 존재한다. 작가의 내면엔 거창하게 밖으로 내밀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작가는 존재하고 존재해야 한다. 그 존재의 주체는 작가를 봐주는 사람에게 있다. 타자의 시선이 작가 존재의 증빙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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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생이란 우연한 사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 사건들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p280’
한 인간을, 한 작가를, 한 작품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공감한다. 소설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쓰는 행위다. 내 안에 무엇을 담아내 밖으로 내보이는 것이 전통적 방식이라면, 젊은 폴 오스터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의심이다. 나의 창작이란 우연적인 행위 안에서 담을 수 있는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저 예측 불가능한 삶의 불가해성을 확인해 줄 뿐이라는 당시로서는 의미 있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시대는 변했다. 자아로 가는 통로였던 고독마저도 ‘전시’되는 SNS시대이다. 뉴욕이라 상징되는 현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이 ‘가상의 기록들’이 가지는 의미의 유통기한을 생각하게 한다. 나의 답을 찾아야 한다. 그뿐이다.
✍ 한줄감상 : 작품을 쓰는 작가 내면의 불완성을 추적해 가는 가상 추리극. 그림으로 더 해지는 삶의 부조리함.
덧,
이 그래픽노블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뉴욕 3부작의 첫 번째 소설 ‘유리의 도시’는 17개의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는 사실, 그리고 3개 연작의 합권 ‘뉴욕3부작’은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먼저 출간되었다고 한다.
p15 “ 그는 오래전부터 자기가 현실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만일 그가 어떻게든 지금 이 세상의 살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맥스 워크’라는 가상의 인물, 월리엄 윌슨의 소설에 나오는 사설탐정이자 화자를 통해서였다. “
p29 “ 나는 피터 스틸먼이에요. 지금 까지는, 진짜 이름은 아니지만요. 내일은 내가 누가 될지 알 수 없어요. 하루하루가 새롭고 나는 매일 새로 태어나니까요. “
p47 “ 낙원에서 아담의 일은 언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그의 말은 사물의 본질을 드러냈다. 그래서 사물과 그 이름은 서로 교환되었다. 타락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름이 사물로부터 분리되었다. 언어는 신으로부터 단절되었다. 그러므로 낙원의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뿐 아니라 언어의 타락에 관한 기록이기도 하다. “
p94 “ 이제 스틸먼은 어디론가 사라져… 그 도시의 일부, 끈 없는 벽돌담 속의 벽돌 한 장이 되었다. “
p176 “ 블루는 새로운 생활에 발맞춘다. 동시에 자기가 처한 상황에 내재한 모순을 발견한다. 더 깊이 연루될수록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194 “ 뇌와 대장, 인간의 내면, 우리는 늘 작가의 작품을 더 잘 알기 위해서는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렇지만 정말 내면으로 들어가면 딱히 거기서 찾아낼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겁니다. “
p231 “ 당신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상기해 줄 사람이었다. 고개를 들면 매번 거기서 내 쪽을 바라보며 그 시선으로 나를 꿰뚫었지. “
p274 “ (팬쇼) 그는 어렸을 때부터 완성된 자기 자신이었다. “
p284 “ 이야기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생겨난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한 말이다. 어쩌면 경험도 마찬가지라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기회가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
p348 “ 고독은 자아로 가는 통로, 발견의 도구가 되었다. “
p363 “ 세 이야기는 결국 같은 이야기지만, 일어난 사건에 관한 내 인식의 각각 다른 단계를 나타낸다. 지금 나는 어떤 문제든 해결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일어난 일을 직면해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은 순간이 왔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
p394 “ 각 문장은 앞선 문장을 삭제했고, 각 문단이 다음 문단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노트의 결말에 남은 감각이 또렷한 명료함이라는 사실이 기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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