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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시와 물질

by 기시군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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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물질 #나희덕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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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걷도 말하고 생각하는 무기질인 동시에 멈추고 드고 느끼는 유기체. 살아 숨 쉬는 물질로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이번 시집에 대한 작가의 말이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 상 자기 내면의 무늬를 그려내는 작품과 시인이 많다. 나희덕시인은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간다. 인간의 물질성을 확인하고 그 기준 위에서 타자를 포함한 ‘물질’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시어로 ‘지어내고(집을 짓는 거와 같은 의미로)’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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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마음으로 읽고 나서, 머리로 생각해볼 거리들을 적는다. 

하나, 세포
세포로 이루어진 몸, 소중한 세포. 방금 부딪히며 지나간 사람들의 몸에도 세포가, 충돌과 움직임으로도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세포가 나의 ‘얼마까지’일까? 

둘, 사랑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는 이유를 찾아보기. 

셋, 자본과 생명
생명, 인간이란 유기물의 먹이, 상품화 시켜 자본의 종인 인간들의 노력으로 좁게 죽이고 넓게 죽이는 과정. 타자의 죽음이 나의 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 자신의 몸이 육즙 가득한 고기라는 사실을 p26’ 잊지 말기.

넷, 잃어버린 실감
남극의 빙하가 녹아도 산호초가 하얗게 죽어가도, 새소리는 줄어들어도 듣지도 보지도 않은 덕분에 생긴 잃어버린 실감. 

다섯, SPC
‘자본주의 소스가 되어버린 노동자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p77 ‘ 우리는 오늘도 무심한 소비를 이어간다. 

여섯, 존엄한 죽음
생활고에 자살한 이가 자신의 시체를 치워야 할 낯선 사람에게 미안해 남긴  몇만원 ‘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지죠. 개의치 마시고 p81’ …. 존엄한 퇴거. 

일곱, 관음증
한문철변호사의 교통사고 프로그램이 싫다. 자극을 떠나 어쩌면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음증을 앓고 있지 않나 의심해야 한다.  

결국, 시란?
해독제도 독약도 되지 못하는 ‘시어’들은 ‘시인’들에게 쓰일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멜로디의 ‘악다구니’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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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이란? 질문으로 돌아온다. 인간은 온도와 마음 가진 특이한 물질이다. 시인은 그렇다지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유의미한 행위는 ‘포옹’ 정도가 아닐까. 나눌 수 있는 건 섹스만이 아니다. 타자에게 나의 온도를 전해주는 유용함을 아는 인간들이 더 많기에, 아직 인간들의 세계는 멸망하지 않았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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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해 오해하지 말 것.

입에 버석거리는 말
목에 가시처럼 박히는 말
심장을 뚫고 흘러들어오는 말
혈관을 조여드는 말
내장을 찌르고 흝어내는 말
배설되지 않고 계속 꾸루 ㄱ거리는 말
밀어내려 할수록 달라붙는 말
p108

시인은 입을 열지 않고 이런 말들을 할 수 이는 사람들이다. 특히 나희덕 시인은 말들은 꼭꼭 잘 씹어 소화시킬 수 있게 만들어 먹어야 할 말들이다. 

✍ 한줄감상 : 시는 결국 세상의 모든 약한 것들에 대한 언어의 조탁이며 ‘시와 물질’은 그 증거물이다. 

p16 “ (닭과 나) 털이 뽑힌 닭과 벌거벗은 나는 / 함께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요 /… 닭에게 두 날개가 있다면 / 나에겐 두 유방이 있지요 “ 

p34 “ (물의 눈동자가 움직일 때) 물방울은 삼천 년 전의 세계를 기억하고 있을까/…. 온몸이 눈동자인 물방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p66 “ (시와 물질) 심지어 시도 사람을 해칠 수 있어요 /… 헤모글로빈 분자에서 아름다움을 읽어낸 호프만에게 / 시란 어떤 것이었을까 / 시와 물질, / 또는 사라는 물질에 대해 생각한다 “ 

p68 “ (피와 석유) 록펠러는 자신의 석유를 더 많이 팔기 위해 / 램프와 난로를 아주 싸게 팔았다. “ 

p72 “ (조지 오웰의 장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자연이 얼마나 정치적인 것인지 “ 

p74 “ (시인과 은행) 은행 금고에는 / 저당 잡힌 감정과 생각과 시간 들로 가득할 것이다 / 물론 미래의 시간도 거기 갇혀 있을 것이다. “ 

p106 “ (눈 밣는 소리) 그녀는 죽은 뒤에도 / 내 속에서 한없이 죽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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