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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대위의 딸

by 기시군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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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딸 #푸시킨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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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청춘의독서 때문에 구매했다. 유작가의 연애소설이란 사탕발림에 홀라당 넘어간 탓이다. 읽고 보니 연애소설 맞다. ☺️ 돈키호테는 기사의 명예를 위해 싸돌아 다닌다면, 우리의 주인공 안드레이치는 사랑하는 대위의 딸을 위해 사방팔방 모험을 벌인다. 참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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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출신 부자 아버지 밑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누리던 안드레이치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외진 시골에 군복무를 하기 위해 떠난다. 도착한 곳의 사령관 이반꾸즈미치 대위에게는 아름다운 미샤라는 딸이 있었다. 욕심이 난다. 그것도 연적인 쉬바브린이라는 놈의 방해가 심하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은 미샤의 마음을 얻긴 한다.  

그 사이 러시아 변방엔 큰 반란이 일어난다. 뿌가쵸프라는 반란군 대장은 러시아 외곽의 요새들을 하나둘씩 점령해가며 안드레이치가 있는 이곳까지 들이닥친다. 위기의 상황. 대위는 살해당하고, 마샤는 마을 신부님의 집에 숨어있다. 그도 바로 목이 매달릴 상황이다. 그 때, 수괴 뿌가쵸프가 그를 부른다. 안드레이치를 쳐다보던 뿌가쵸프는 그를 살려준다. 안드레이치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안드레이치의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 대위의 딸과의 사랑도 성공해야하고 반란도 막아 모시는 황제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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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인공은 결정적인 순간, 집으로 신부감을 구출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군인의 의무’을 떠드는 지인의 설득에 넘어가 다시 군대에 남는 결기(팔랑귀?)를 보여준다. 또한 떠난 신부감 때문에 신숭생숭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행군은 뒤로 미루고 하루종일 진탕 먹고 마시고 놀기도 한다. 이런 식의 가벼운 필치의 인물묘사, 사건서술이, 실제 무겁고 잔인했던 반역의 시기를 읽어내기 편하게 만들어 준다.

검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권력자인 ‘여제’에 우호적인 묘사가 곳곳에 등장하지만, 반역수괴인 뿌가쵸프도 여제만큼이나 우호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왕이나 도적이나 그놈이 그놈이란 느낌을 잘 전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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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반의 해설도 볼만했다. 작가의 탄생부터 활동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혁명시도 쓰는 시인이었지만 이데올로기 보다는 시와 문학과 개인의 자유를 더 소중이 여긴 자유인이 푸쉬킨이었다. 다만 결혼운이 없어서일까? 초미인을 부인으로 맞아들였지만 부인의 사치와 염문으로 그는 돈벌기 집필에만도 시간이 없었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서도 그는 ‘진실된 역사 읽기’와 ‘재미있는 소설 쓰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했고, 그 결과물이 이 책 ‘대위의 딸’이라 한다. 오래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재미를 꽤나 주는 책이었다. 근거는 없지만, 왠지 중국 고소설과 돈키오테가 섞인듯한 분위기.  😅 일단 내겐 즐거운 독서였다.  

✍ 한줄감상 : 악당은 악당스럽지만 인간미를 갖추고 있고, 동료는 친밀하게 굴지만 상황만 되면 언제나 배신을 하는, 흔히 보아오던 드라마의 일반원칙이 참 오래도 유지되어 왔구나를 느낄 수 있는 고전.  

p15 “ 상관에게 복종하되 비위를 맞추려고 안달하지는 마라. 근무에 얽매이지도 말고 요령을 피우지도 마라. 속담에도 있듯이 옷은 처음부터 곱게 입어야 하고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야 하느리라. “

p43 “ 내가 어버님 영지에는 약 3백 명 가량의 농노가 있다고 말하자 그녀가 말했다. 저런! 세상에 그런 부자도 다 있구먼! 우리는 말이요. 절은이. 농노라곤 빨라쉬까라는 계집애 하나뿐이라우. “

p57 “ 남자분들은 참 이상해요. 일주일만 지나도 필경 잊어버리게 될 말 한마디 때문에 칼부림을 하고 목숨뿐 아니라 양심도 희생시키고, 게다가... 사람들의 행복까지도 기꺼이 희생시키려 들다니요. “

p83 “ 고문은 옛날부터 우리의 사법 제도에 깊이 뿌리박혀 있었으므로 그것을 폐지하라는 여제 폐하의 은혜로우신 칙령도 오랫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

p132 “ 그것이 어떤 생각이었는지, 구식 소설가들의 수법을 나도 한번 써먹어 본다면, 독자는 다음 장에서 알게 될 것이다. “

p164 “ 결혼이란 어처구니없는 바보짓일세. 대체 무엇 때문에 마누라 눈치나 보고 애새끼들 코나 닦아 주며 산단 말인가? “

#독후감 #북스타그램 #bookstagram #독서 #추천도서  #book  #서평 #Пушкин #러시아문학 #대위의딸_기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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