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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모나의 눈

by 기시군 2025. 7. 31.

#모나의눈 #토마슐레세 #문학동네

🖼️
미술에 대한 대중서를 몇 권 읽고, 가끔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감상해도 뭔가 서운한 것들이 있었다. 단편적인 지식들만 머리에 남고, 더 있을 것 같은 ‘무언가’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날 떠나지 않았다. 

인친님 추천으로 읽게 된 이 책 ‘모나의 눈’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미술 관련 책들과는 많이 달랐다.  소설의 형식을 띤 미술 강연이라고 해야 하나, 한 소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그 솔루션으로 제시된 미술작품이야기가 600여 페이지, 방대하게 펼쳐진다.  

🎑
열 살 소녀 모나는 어느 날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잃는 경험을 한다. 안과 의사는 각종 검사를 해보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다행히 지금은 시력이 돌아왔지만 언제 재발할지. 영원히 시력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의사는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으니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라 권한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모나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앙리가 매주 수요일 상담에 동반하기로 한다. 

앙리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병원대신 그는 모나를 데리고 매주 한번 미술관을 방문하기로 한다. 한 주에 한 작품을 보고, 느끼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신만의 치료법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모나는 흔쾌히 동의했고, 그 둘은 루브르, 오르세, 보부르 미술관 3곳, 1년 52주 52편을 감상한다. 그 과정을 통해 모나는 시력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소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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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부러웠다. 앙리 같은 할아버지의 존재가. 무지한 예린이(?)인 날 데리고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화를 하면서 적당한 감정을 입힐 줄 아는 사람을 통해 미술에 대해 배운다는 것은 환타지다. ( 덕분에 이 책은 사실 환타지소설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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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그저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 그것을 보았다는 경험을 ‘소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앙리는 ‘존재를 감각’하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 작품 뒷면의 새겨진 여러 ‘의미’들을 느끼는 법을 알려준다. 모나리자를 통해 삶의 미소를 배울 수도 있고, 샹파뉴를 통해 기적의 가능성을 보며, 고대를 활용한 다비드를 만날 수도 있으며 고야를 통해 우리의 괴물성을 느낀다. 터너의 먼지 같은 그림은 세상에 대한 시선의 다양함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다. 쿠르베처럼 당당하거나, 마네처럼 작은 것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한없이 길어지겠다. 😂

책의 앙리가 말하는 모든 것은 정답은 아니다. 나름의 답을 들으며 나만의 감각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 한줄감상 : 책 뒤편에 실린 52편의 역사적 명화들을 보며, 읽으며 한걸음 씩 쉽게 배워갈 수 있는 좋은 예술사 책. 

덧,
소녀와 할아버지. 이 둘의 대화 중에 나왔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다. 언제부터 늙은 사람이 되냐는 모나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 스스로가 젊은 시절을 떠나고자 할 때, 젊은 시절로부터 등을 돌릴 때야. p371 ‘ 늙은 사람이 된다고 답한다. 육체적으론 늙어갈 순 있겠으나 내 존재는 늙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
 
p29 “ 취향이 다듬어지고 감수성이 형성되는 건 나중 일이니까, 다만 모나가 시력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이 그의 가슴을 졸였다. “

p39 “ 흔한 생각과는 달리 예술의 깊이를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건 냉큼 찾아드는 열락이 아니라 지루한 연습이라는 것을. “ 

p45 “ 삶은 쓰라림을 받아들일 때만 가치가 있음을, 그리고 쓰라림이 일단 시간의 체에 걸러지고 나면 귀하고 비옥한 재료를, 아름답고 유용한 물질을 드러내 진짜 삶이 되게 해 준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 

p62 “ 라파엘로라고 하는 이 화가는 오직 절대적 완벽만을 추구했어. 그는 조금의 틈도, 조금의 놀라움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런 게 끼어들어 구성과 선과 색채의 균형을 흩뜨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지. “

p81 “ (미켈란젤로) 더 높은 곳, 정신과 관념과 상상의 영역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상 세계와 인간의 육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여겼어. “

p108 “ (렘브란트) 그가 그리는 것은 자신의 불확실한 진실이야. 그노티 세아우톤(너 자신을 알라)…. “

p195 “ (그림: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계몽의 이상’이라 불리는 것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단다. 이기적인 사익 추구, 권력의 자의적 횡포, 종교적 교조의 몸애주의에 맞서 이성, 시민 정신, 모두를 위한 평등을 기반으로 삼는 이상이지. “

p238 “ 숭고, 그건 아름다움을 초과하는 감정, 우주의 힘 앞에서 인간 존재의 허망함을 느끼게 하는 감정이란다. “ 

p255 “ (쿠르베) 평화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이면서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며, 화가는 파리 코뮌에 참여했다. “ 

p307 “ (마네)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 그것만으로 삶은 충분히 빛을 ㅂ라해. 우리가 지나쳐버리는 이 거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없다면 사물은 그저 사물에 불과할 거야. “ 

p329 “ (드가) 예술은 악덕이다. 예술과는 결혼하지 않는다. 욕보일 뿐. “

p339 “ 세잔에게 관건은 예술이 아이다운 특질을 띠되 최대한의 강렬함을 지니도록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 

p352 “ 멜랑콜리란 뚜렷한 이유가 없고 달래기 힘든 슬픔이야. 더 모호한, 그래서 더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가끔은 광기와 다를 게 없는 감각이고…. 멜랑콜리란 되어가는 사태와 다르게 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이는 상태를 말해. “ 

p405 “ (표현주의) 실제 지각을 아예 도외시하진 않되 체험된 감각을 더 중시했다. 반 고흐.. 고갱.. 뭉크는 다음과 같은 말로 … 정의한 바 있다. - 예술은 인간의 신경을 통해서, 그의 심장, 그의 뇌수, 그의 눈을 통해서 감지된 이미지의 형태다. “ 

p429 “ (뒤샹) 저게 여기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눈 속에서 예술 작품이 되는 중이라는 사실이지…. 작품을 만드는 것은 관객이다. “

p527 “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했던 말을 기억하거든요. ‘부정적인 건 잊어버려. 언제나 네 안에 빛을 간직하렴.’ “

p578 “ 본질적으로 중요한 건 수수께끼들을 푸는 것만이 아니야. 거기에 더해서, 또 무엇보다도, 작품이 숨겨진 의미들로 넘쳐난다는 것을, 그 의미들이 흘러들고 요동치다가 자취를 감춘다는 것을 느껴야 해. 그럴 때 작품은 영원히 열려 있을 수 있지. “

p591 “ 검은색도 색이다. 심지어 까마득한 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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