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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Life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by 기시군 202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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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애인을위하여 #정해종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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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네요. 일은 마쳤습니다. 바로 퇴근해도 되는데 괜히 컴퓨터로 이런 정보 저런 정보 뒤지며 공부하는 척합니다. 뭐. 일찍 집에 가서 책 말곤 따로 할 일도 없습니다. 😋

시집은 짬짬히 삽니다. 좋아하는 시인들 말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이번처럼 제목에 이끌려 사기도 합니다. 나른한 금요일 오후에 이 시집에 대한 이야기나 해 볼까 싶네요.

1996년도에 발간한 시인의 첫 시집의 복간본이랍니다. 시인을 알지 못합니다. 제목 때문에 구매했고, 책과 함께 한 시간들을 떠올려 볼 때 (간혹 화요를 마시며 시집을 보기도 합니다.🍶)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연애사에서 우울증의 애인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씩 앓고 있는 우울감과 사랑의 감정의 묘한 교차점이 느껴져 꼭 우울증 애인이 있었던 것 같은 착각도 듭니다. 애인이야기를 떠나서 나 이외의 타자를 위하는 마음과 그걸 하지 못한 시인의 마음은 다른 시들을 통해서도 잘 전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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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회상하는 시인은 자신을 ‘ 제멋대로 푸르렀구나’라고 합니다. 푸른 청춘의 시절이 색이 바래듯 사라져 가는 시간을 살고 있는 저 같은 이들에게 이런 문장은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멋대로’라는 단어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젊음은 가끔, 아니죠 자주 욕심을 냅니다.
감히 ‘삶의 근원으로부터 울려오는 비밀한 / 목소리 한번 들을 수 있을까 p15 ‘ 라니. 용감하지 않나요? 죽어라하고 살아낸 삶의 자국이 있는 젊음이어야  ‘마음의 전복 p17’도 입에 올릴 수 있겠죠. 

하지만 그땐 다 그랬지 않나요? 갈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그저 희망에 중독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벼랑으로 몰 p34’리며 ‘세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p49’ 그곳을 바라는 마음. 그것이 시인의 마음이겠죠. 
 
그러던 그도, 어느날 ‘바람 소리에 문득 눈을 뜨니 어! 청춘이 없다 p92’ 깨닫고 맙니다. 그 허무함들을 어떻게 이겨냈나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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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생의 전환은 30세에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그전엔 내가 뭔가 결심을 하고 행동을 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나이 앞에 2라는 글자가 떨어져 나간 순간. 나는 더 이상 내 눈앞에 철로를 벗어날 수 없는 기차가 된 기분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길은 ‘진부함을, 진부함의 지겨움을, 진부함의 고통을 견디는 것, 그것이 출세의 길 p40’ 같이 느꼈겠죠. 달렸고 견뎠고, 나이 들어갔습니다. 지금이 생애에서 가장 젊은 하루라죠? 😘 

삶을 지나간다는 열차는 다양한 모멸의 경험과 자기 최면이라는 마약 없이 나아갈 수 없다 생각합니다. 너무 오래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단 후회도 들어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사랑도 이별도 아픔도 치욕도 모두 풍경 속으로 스쳐보내며 지나가는 저의 모습이 급 생경하기도 합니다.  

🩶
사랑이 중요한가요?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다 정도로 빠져나가야 겠습니다. 어제 잠시 계절을 비유했었지요. 그 이야긴 나중에 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 표제작을 봅니다.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
‘ …..
그렇게 누워 썩을 수 있다면, 
제 영혼은요 거름이 되고 공기가 되어서 우울에 지친 그대 어깨 위에 잠시 머물고 잠시 머물며 썩어 거름이 되는 것들의 아름다움과 썩기 위해 우울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한없이 깊은 어느 곳으로 스며들 것입니다. p100 ‘

절실하네요. 스며드는 무서움과 사람은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직 알기 전의 이야기 같아요. 이렇게 온몸을 바쳐 사랑을 갈구하는 시인은 이런 시도 쓰네요.

*연애편지를 쓰는 밤
‘ …..
그러나 시들지 않는 꽃이란 게,
끝내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하던가요
살아 있음을 인생이라 하고
피어 있을 때만이 꽃이라 하고
고통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요
믿을 수 없는 것들이지요
…. p102 ‘

산다는 건,아이러니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험의 축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는 메마른 우리의  감각을 농익게 만들어 감정의 쑥스러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합니다. 나쁜 시든 좋은 시든 그냥 그런 시든, 시어를 읽는다는 건 가치 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줄감상 : 사는 게 다 기적이다이라 말하지만, 사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인생이며, 사는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기적이다. 


p22 “ [을지로 순환선] 구멍 난 도시의 심장을 여러분께선 /관통하고 계신 셈인데, 관통을 / 자꾸 간통으로 알아드는 이가 있다…. “

p30 “ [도마 위에서] 자본의 미덕이란 게 이런 것이었구나 / 꼬리 하나 남기지 않는…. / 말끝을 흐리며 / 툭, 끓는 냄비 속에 던져진다 /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는 저 두 눈! “ 

p36 “ [푸른 소주병] 파도가 없었다면 바닥은 미쳐버렸을 거라는 / 미치치 않고서야 가 닿을 곳 없는 망망대해를 / 어찌 견디겠느냐는 그의 말은 옳다.. “

p41 “ [당연한 일] 생활이 편리해지면 인생이 불편해지듯,  / 살아온 만큼 불행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 

p44 “ [가을, 저물녘] 잠이 꿈의 방이 아닌 것처럼 / 말이 시의 집이 아닌 것처럼 / 넘칠수록 부족하고 / 없을수록 충만한 것들이 있어… “ 

p52 “ [열대성 저기압 -낮잠] 빈 구루마 같은 생의 / 눈물겹도록 텅 빈 한순간 “ 

p57 “ [Untitled, 1995] 사랑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런 것이어서 / 한 사람의 생애라는 것도 알고 보면 / 닳고 닳은 이름 석 자 같은 것이어서 / 쓰린 속을 달래며 해장국집을 찾아가듯 / 우리는 어디로든 가고 싶은 것이다. “ 

p65 “ [세상의 어떤 이면] 불화는 피로를 낳고 피로는 권태와 환멸을 낳고 권태와 환멸의 가랑이에는 죽음이 태어난다…… / 그렇구나 불화는 습관의 사생아로구나 “ 

p82 “ [산 낙지는산낙지는 죽어도 산낙지다] 살겠다는 게 아닐, 다만 죽지 않겠다는 것이다 / 삶을 포기한 지 오래지만, 삶을 포기했다는 것도 / 그러니까 포기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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