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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이시봉의짧고투쟁없는삶 #이기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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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키우는 사랑하는 멍뭉이, 냥이를 삼천만 원에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생각해 보자. 입양요청자는 엄청난 부자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한 최고의 시설, 먹이, 놀꺼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 제안에 응할 분들의 비율은 얼마일까? 궁금해진다. 금액을 좀 올리면 어느선에서 분양을 할까?
11년만에 이기호작가는 삼천만 원짜리 강아지 이야기라는 엉뚱한 장편을 들고 돌아왔다. 이 강아지 이야기가 500페이지가 넘는다. 책을 구입하면 실제 작가가 키우는 강아지 ‘이시봉’의 사진과 첫 장에 작가의 싸인과 함께 강아지의 ‘지장(?)’도 같이 인쇄되어 있다. ☺️ 일단 웃고, 읽기 시작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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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미있는 책의 줄거리를 너무 깊게 발설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앞부분은 소개해 본다.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느날 이 비숑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집의 막내라고 ‘시봉’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다. 내 이름은 이시습, 여동생 이름은 이시현이니 라임이 맞다. 현재, 시습이네 집 상황은 좋지 않다. 어머니는 암에 걸리신 할머니 요양 때문에 집을 떠나 있고, 난 알 수 없는 무기력감에 빠져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매일매일 알코올에 쩔어 살고 있다. 그나마 집안의 유일한 희망은 공부 잘하는 여동생 시현이다.
사건은 한편의 인스타 릴스로 시작되었다. 새벽마다 시습이는 시봉이를 데리고 야간 산책을 다니는데, 어느 날 멀리서 고양이 목을 매는 나쁜 놈을 발견한 시봉이가 열심히 뛰어가 그놈을 쫓아버리고, 공중에 매달린 죽어가는 고양이를 자신의 코로 받쳐, 그 고양이를 살리는 장편이 찍힌 것이다. 갑자기 영웅 강아지로 등극한 시봉이. SNS는 난리가 났고 주인인 시습이도 으쓱하는데…. 갑자기 서울에서 양복쟁이들이 내려왔다. 영어로 어쩌고 저쩌고 쓰여진 명함을 내밀며 시봉이를 삼천만 원에 입양하고 싶다는 거다. 이 돈이면 아빠가 사업으로 말아먹은 빚도 일부 갚을 수 있고 검정고시 학원도 등록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시습이는 내키지 않는다.
친한 친구 몇과 리다누나(데리고 사는 고양이 이름이 ‘데리다’여서 데짜를 빼고 리다라 부른다)와 상의를 하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이제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왜 그들은 시봉일 이렇게 높게 치는 걸까 시봉이의 과거, 시봉이의 조상, 전 주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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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강아지와 나누는 사랑이야기에서 모든 건 시작한다. 작가도 어느 날 키우는 ‘이시봉’의 눈을 보다가 이야기를 착상했다고 하니 맞는 말일 것이다. 언제나 반겨주고 안기고 사랑을 주는 존재, 키우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존재. 우리보다 짧게 살아 그 끝까지 배웅해 줄 수 있는 존재. 그렇게 시작하지만 책은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 않다.
세상이야기가 더 넘친다. 노조와 파업, 자영업, 경쟁으로 목타들어가는 학생, 자본주의, 동물권의 범위와 그걸 정하는 인간들의 의식 등.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싶어 작가는 ‘이시봉’을 데리고 나왔다. 키득거리다 보면 울컥해지는 그 특유의 장기를 자랑하면서, 그리고 이야기는 왜 또 이렇게 흘러가나 놀래키면서, 그는 ‘사람이 사는 게 뭔지’에 대한 자신의 답을 작품 속에 흩트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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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이야기라지만 간단하지 않다. 작가는 여러 층위에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신뢰와 배신, 욕망. 그리고 ‘입장’들. 다층적 이야기가 풀어진다. 독자는 자신의 습속에 따라 본인이 인지하고 민감한 부분부터 공감할 것이다. 어디까지 더 찾아볼 수 있을 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그저 작가는 철저하게 계산된 기획으로 이 함정 같은 소설을 축조해 내었다. 다만 장인으로서, 따라오는 독자들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살살 웃겨가며 독자들을 몰고 간다.😘
일단 재미는 보장한다. 의미는 알아서 잘 찾으실 것 같다. 강아지 키우시는 분들은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강아지 한마리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름은 ’기시주니어‘ 정도가 어떨까 싶다.
✍ 한줄감상 : 유머와 엉뚱한 서사가 적절히 조합되어 재미와 의미까지 만들어낸, 이기호작가만 쓸 수 있는 유니크한 장편소설.
p13 “ 술을 마시면 더 긴장하게 된다. 술을 마시면 생활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좀 취한 상태에서도 열심히 집안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이시봉의 배변 패드를 갈고 설거지를 해치우고 내 동생 시현의 아침 밥상을 차린다. “
p20 “ 이시봉은 그 새끼 고양이의 엉덩이를 자신의 콧잔등으로 척 받쳐주었다. “
p73 “ 인간의 역사는 사건을 중심에 둔 채 쓰이지만, 동물 혈통의 역사는 필연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방점이 찍힌 채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역사는 사적이고 생략이 많으며 편협할 수밖에 없다. 생존을, 번식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
p79 “ 당시의 귀족 남자들은 발정기의 수캐와 비슷했다. 수캐와 다른 점이라곤 의복을 입고 다녔다는 것과 거짓 연기를 할 줄 알았다는 점. 오직 그 두가지뿐이었다. “
p85 “ 세상의 모든 개들의 심장박동은 다 슬프다. “
p101 “ 개들이나 인간이나 다 올라타는 놈들이 문제인 거지. “
p120 “ 아빠는 살면서 그 말을 자주 떠올렸다고 한다. 미안한 것과 억울한 것을 뒤섞지 말 것. “
p123 “ 사랑은 예측 불가능한 일을 겪는 거야….. 강아지를 사랑하는 건 더 그래. “
p153 “ 특별한 혈통을 지닌 비숑 프리제가 있다. 부르봉 왕가의 보살핌을 받던 강아지인데, 나폴레옹 시대와 제1차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을 기치면서도 소수의 사람들의 각별한 노력으로 어렵게 그 혈통을 이어왔다. 후에스카르 비숑 프리제라고 한다. “
p189 “ 인간은 자기에게 이로운 존재나 친근한 동물들에게 더 높은 계층을 부여하고, 그 친구들에게만 복지를 부여하려교 애쓴다는 거야. “
p204 “ 대부분의 희망은 권태에서 온다. “
p276 “ (강아지 장례비) 기본 화장료는 이십만 원이라고 했다. 거기에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힐 경우 이십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하고, 유골을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면 또 이십만 원, 유골을 보관할 오동나무 함을 추가하면 다시 삼십만 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
p277 “ 알면서도 속는 일, 그게 사랑의 일이니까. “
p354 “ 할머니, 나는 진짜 생각이라는 게 없는 거 같아. 쪽파리고 미안하고 화만 내면서 사는 거 같아. 그게 짜증나서 술도 더 마시고, 술을 마시면서 계속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그것도 잘 안 되는 거 같아. 나한테도 소중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게 자꾸 사라지는 거 같고… 그건 생각한다고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할머니… “
p425 “ 그는 단지 꼬인 데가 없는 사람, 무구해서 무서운 사람일 뿐이었다. 순수한 건 늘 무섭다. 쏟아지는 하얀 눈처럼, 처음엔 아무렇지 않지만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무서워진다. “
p499 “ 원래 종이라는게 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거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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